김유훈 / (사)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회원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 이야기 지즐대는 ~ ”으로 시작되는 이 노랫말은 정지용 시인이 100년전 일본 유학생활 중 쓴 시이다. 이 시가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은 작곡가 김희갑에 의해 곡이 완성됨으로 인해 지금은 대한민국 국민의 “불후의 명곡”이 되었다. 우리 민족에게 고향은 눈을 감아도 잊지 못하는 곳이다.
우리 부모님들 세대에 6.25전쟁으로 북에서 피난 내려와서 두고온 땅을 그리워 하며 얼마나 애타게 고향노래를 불렀던가? 대부분이 가난 했던 60~70년 대에는 시골을 떠나 도시에 와서 힘들게 일할 때 마음을 달래기 위해 고향 노래를 많이 불렀다. 그시절 우리 세대는 아무나 갈 수 없었던 아메리카 드림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원하던 캐나다에 살게 되었어도 100년 전 정지용 시인의 노랫말이 해마다 가슴 저리게 느껴지는 것은 내 나이 탓일까? 나는 지금까지 트럭을 운전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고속도로 위에서 보내고 있다. 이렇게 달리고 있는 동안 나는 문득 문득 떠오르는 아름다운 고국 산천, 그리고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얼굴들을 그리워 하는 노년의 이민자가 되었다.
오래 전, 나의 군대 시절에 힘든 공병대 수송부 생활을 견디게 해준 힘은 내 뒤에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하며 노래했던 우리 세대의 수 많은 젊은이들 중에 한명인 나는 외화벌이를 위해 중동 사막에서 땀을 흘리며 일할 때, 역시 고국에 있는 가족이 힘이 되었다.
벌써 고국을 떠나 온지 30여 년, 아무 연고없이 맨 땅에 헤딩 하듯이 미국과 카나다에서 산전 수전 빙판전을 넘나들며 트럭을 운전하고 달려온 그 힘은 가족 이었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세계 경제대국 8위의 대한민국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 나이 일흔이 넘도록 일 할 수 있는 트럭커의 삶은 마치 한 마리의 새가 되어 낮에는 마음껏 날아다니며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며 운전하고 다니지만 어두운 밤에는 하늘에 별과 둥근 달을 볼때면 더욱 고국이 그리워진다. 밤이 깊어 트럭에서 잠을 청하여 자리에 누우면 여기가 집인가? 아니 트럭이지, 하는 생각에 이르러 잠이 들게 된다. 이렇게 고향을 그리워하다 잠에 들면 그 꿈은 나를 고국에서 형제 친척을 만나 반갑게 지내는 꿈, 친구들 만나는 꿈, 혹은 교회에서 설교하는 꿈, 등등..으로 꿈속에서 헤메이다 이른 새벽 잠에서 깨어난 후 한동안 내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이렇게 생활하는 내 모습이 애처로와 보이는지 아내가 고국방문을 해야 고칠 병이라 하며 위로해 준다. 그러나 언젠가는 꼭 고국에 돌아가서 그리운 친인척들을 만나 그동안 살아온 날들의 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축구 경기, 손흥민과 이강인이 함께 나오는 경기장에 가서 마음껏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 하고 싶다. 시간이 주어지면 오래전 나의 목회지를 찾아가서 정들었던 교인들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필리핀에서 선교사로 일하고 있는 아들이 있는 곳에 방문하여 사랑스런 세 명의 손자 손녀들과 만나 마음껏 안아주고 같이 지내며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싶은 생각만 해도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나는 이렇게 운전을 하며 여러가지 고국에 대한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올라 글로 다 표현 할 수 없다. 다만 정지용 시인의 노랫말을 빌려 “향수”를 부르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아가고~…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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