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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50만원··· 서울 도심 가게들, 요즘 이 ‘알바생’ 쓴다

유재인 기자 정해민 기자 김예랑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1-29 14:47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서빙용 로봇이 음식 그릇을 옮기며 사람 대신 ‘종업원’이 되어 일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서빙용 로봇이 음식 그릇을 옮기며 사람 대신 ‘종업원’이 되어 일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서울 관악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허모(28)씨는 작년 12월 가게에 있는 테이블 17개에 주문용 태블릿PC를 한 대씩 놓았다. 손님들이 태블릿PC에서 메뉴를 보고 화면을 누르면 주방으로 주문이 바로 들어가고 직원들은 음식만 나르면 되는 방식이다. 주문용 태블릿 17대를 전문 업체에서 빌렸는데 한 달에 약 30만원을 낸다. 허씨는 “현재 아르바이트생 4~5명을 쓰고 있는데, 1명 월급이 약 100만원”이라며 “주문용 태블릿을 써보니 알바를 1~2명 줄여도 될 정도로 효율이 좋다”고 했다.

도심 번화가의 식당이나 카페를 중심으로 화면을 누르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무인 주문기’ 키오스크, 음식 주문용 태블릿PC, 음식을 자리로 가져다주는 서빙 로봇,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대기 고객을 호출해 주는 시스템 등 사람을 대신하는 ‘IT 기기 종업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로나 사태 이후 나타난 극심한 구인난이 이런 변화를 재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지가 번화가인 서울 강남역 강남대로 인근인 봉은사로2길과 테헤란로1길 약 700m 거리를 포함해 마포구 홍대 거리와 신촌, 성북구 안암동 대학가 일대 등 도심 4곳의 중심 거리에 있는 카페와 식당 등을 둘러봤더니 이런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각 거리에서 살펴본 식당과 카페 94곳 가운데 40곳이 키오스크나 서빙 로봇 등 IT 기기를 쓰고 있거나 무인(無人) 점포로 운영하고 있었다. 일각에선 이런 변화가 앞으로 더 빨라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곰탕집을 운영하는 A씨는 석 달 전부터 서빙 로봇 3대를 쓴다. A씨는 “사람을 쓰는 대신 로봇을 들여놨다”며 “직원들은 갑자기 결근하는 일도 많고 요즘 인건비도 너무 비싼데, 로봇은 그럴 일이 없다”고 했다. A씨는 “곰탕집이라 메뉴가 뜨겁고 무거워 사고가 날 위험도 있는데, 로봇이 서빙하니 더 안정적”이라며 “로봇 하나가 사람 3~4인분을 한다고 느낀다”고 했다.

본지가 1월 서울 도심 4곳에서 만난 식당·카페 운영자는 대부분 A씨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소문이 퍼지면서 도심 곳곳에선 사람 대신 기계를 통해 주문받거나 서빙해주는 음식점과 카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도심 주요 도로 근처에 있는 카페·식당 중에서는 체감상 3~4곳 중 1곳이 이런 ‘기계 종업원’을 쓰고 있었다.

2023년 1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서빙 로봇과 키오스크가 사람 대신 손님을 상대로 일하고 있다. / 오종찬 기자
2023년 1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서빙 로봇과 키오스크가 사람 대신 손님을 상대로 일하고 있다. / 오종찬 기자

예컨대 서울 강남역 강남대로 바로 옆인 봉은사로2길과 테헤란로1길 약 700m 거리를 둘러봤더니, 1층에 있는 카페·음식점 40곳 중 9곳에서 키오스크를, 2곳에서 태블릿PC를, 1곳에서는 QR코드를 찍는 방식의 메뉴판을 쓰고 있었다. 서울 마포구 홍대 일대의 ‘걷고 싶은 거리’ 약 200m에 있는 카페·음식점 19곳 중에서도 키오스크나 태블릿 메뉴판, 서빙 로봇 등 IT 기기를 적어도 한 종류 쓰는 곳이 6군데였다.

테헤란로나 홍대 일대 등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나 성북구 안암동 일대에서는 평범한 자영업자 가게에서도 이런 기계 종업원을 쓰는 게 눈에 띄었다. 연세로 400m 거리에 있는 1층 식당·카페 15곳 중 10곳에서 이런 기기를 쓰는 모습이 포착됐다. 업종도 분식집, 수제 버거 가게, 국숫집 등으로 다양했다.

신촌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이모(26)씨는 두 달 전 가게에 서빙 로봇을 들여 놓았는데, “로봇을 들인 후 알바생을 내보내고 혼자 일한다”며 “한 달 대여료가 약 50만원인데 알바생 월급에 비하면 비싸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 고려대 인근도 비슷했다. 안암역 2번 출구 원룸 밀집 지역 골목 200m에 있는 1층 음식점과 카페 20곳 가운데에서도 절반인 10곳이 키오스크를 쓰고 있었다. 이 가운데 2곳만 프랜차이즈 매장이었고 나머지 8곳은 마트나 동네 카페 등 개인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도심 곳곳에선 또 아예 사람이 없는 무인 점포도 세를 불려가고 있다. 1~2년 전만 해도 아이스크림 판매점이나 편의점이 많았지만, 지금은 카페나 세탁소, 인쇄·복사를 혼자서 할 수 있는 프린트 카페, 성인용품점 등 다양한 업종의 무인 점포가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IT 기기에 익숙한 30~50대 안팎의 ‘젊은 사장’들이 젊은 층 많은 거리에서 이런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 구인난 스트레스 등 사람과 빚는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는다. 서울 관악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며 주문용 태블릿 PC 18대를 쓰는 윤모(39)씨는 “아르바이트생은 주문을 누락하거나 음식을 잘못 내가기도 하는데 태블릿은 그런 문제가 없다”며 “직원들도 여러 일을 하기보다 고기 굽는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도 변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라고 주장한다. 한 서빙 로봇 판매 업체 관계자는 “2019년 한 해 서빙 로봇을 50대 팔았는데, 작년 판매량이 1400대까지 늘었다”고 했다. 주문용 태블릿 PC를 판매하는 B사도 작년 기기 판매가 2021년 대비 33% 늘었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직장인 조모(39)씨는 “요즘 도심에선 김밥집에서도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음식 나왔다는 벨이 울리면 내가 김밥이랑 라면 가져다 먹는 식이 흔해 종업원이랑 대화하기는커녕 얼굴 보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유명한 식당은 줄도 앱으로 서게 돼 있어 몇 년 새 정말 많이 변했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IT 기기가 익숙지 않은 소비자도 많아 갈등을 빚는 일도 적지 않다. 인천에 사는 이모(25)씨는 “얼마 전 가족과 갔던 고깃집에 로봇이 있었는데, 주문해도 빨리 나오지 않고 로봇이 움직이다 종업원이나 이동 중인 손님들과 부딪쳐서 음식을 엎을 뻔해 아수라장이었다”고 했다. 최근 무인 편의점을 방문했다는 직장인 오모(25)씨는 “익숙하지 않은 기계로 직접 계산해야 하는 시스템이 불편하고 어려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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