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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과 내게 더 남은 이야기

霓舟 민완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12-14 08:43

霓舟 민완기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하필이면 월드컵 첫 경기 우루과이 전날 어찌 몸이 으슬으슬하니 안 좋았다. 새벽 4시반에 일어나 중계를 본다고 옷을 얇게 입고는 아래층, 위층을 왔다 갔다 한 것이 화근이 되었는지… 골문이 열릴 듯 열릴 듯 결국 게임은 0:0 무승부로 끝이 나고 축구해설가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총평을 하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총체적 난국의 시발점이었다.
사실 이민을 와서 맞게 되는 월드컵은 참 각별하게 다가온다. 아쉽게도 2001년에 캐나다 랜딩을 하게 되어, 2002년 ‘꿈은 이루어진다’는 4강 신화의 벅찬 감격과 그 열기에 직접 동참을 하지못한 아쉬움이 크기만 하였는데, 이후로도 한국 축구는 한번도 지역예선에서 탈락하지 않고 꼬박꼬박 본선 진출을 해주었으니, 재외동포로서 참으로 감사하고도 자랑스러운 한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2006년과 2010년에는 출석하는 교회가 아직 성도가 그리 많지않던 시절인 지라, 온 교인이 자발적으로 응원단을 구성하여 붉은 셔츠를 입고 교회에 모여 큰 화면으로 중계를 보며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기억이 새롭다. 특히 2010년도 남아공 월드컵때에는 한국이 예선전 1승 1무 1패의 올해와 같은 성적으로 16강에 진출하여 비록 우루과이전에서 1:2로 분패하여 탈락하기는 하였지만 그때의 응원 열기는 지금 생각해보아도 뜨겁기만 하였다. 그 때 우루과이의 2골을 혼자 다 넣은 수아레즈가 올해도 출전하였지만,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후반 교체되는 모습에서 화무십일홍이요, 영고성쇠의 인생 본질을 보게 된다.

 본격적으로 목이 붓고 가래가 심해지면서 가나와의 2차전을 맞게 되었다. 각별히 따뜻하게 몸을 덥히고, 연신 레몬과 생강을 넣어 끓여 만든 차를 호호 불어가며 마시면서 응원했지만 조규성의 그림 같은 2골 이 후, 통한의 실점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2:3 으로 석패를 하고 말았다.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치고, 흉년에 윤달 끼고, 안질에 고춧가루 라더니 아내가 시름 시름하며 이석증(Vertigo)으로 그만 앓아 눕고 말았다. 그 이후로 4,5일여에 있었던 이야기는 너무나 슬퍼서(?) 글로 옮기기에는 차마 부적절한 듯 싶다.

싯누런 가래가 코를 풀 때마다 나오고 컹컹대는 깊은 기침을 해대는 중에도, 식음을 전폐하고서 어지럼증으로 앓아 누운 아내를 위해 과일을 깎고, 간스메를 따고, 쌀죽을 끓이고…,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닌 며칠을 보내는 중에 마침내 3차전 그 날을 맞게 되었다. 그리고 기적처럼 한국이 황희찬의 역전 결승골로 포루투칼을 제압한 것이다. 마치 밟아도 밟아도 다시 고개 드는 풀잎처럼,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곧 다가오는 것 처럼… 경기를 끝내고서도 10여분간을 동시간대 치루어진 가나와 우루과이전 결과를 지켜보며 선수들과 함께 마음 졸이다가 마침내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정말 기적과도 같이 나의 막힌 코가 뻥 뚫리고, 아내도 모처럼 고개를 똑바로 든다. 주장인 손흥민선수가 인터뷰를 하면서 ‘부상으로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 나를 감싸주고, 끝까지 믿고 커버해준 동료 후배들이 너무도 자랑스럽다’며 눈물을 쏟는 인터뷰에 그만 나도 눈시울이 촉촉해지고 말았다.

아마도 이 글이 게재되는 날쯤 에는 한국 선수들이 다시 한번 기적과 같이 대망의 한국과 일본의 8강전을 치루었거나, 아니면 16강전 브라질에게 패배하고 벌써 짐을 싸서 한국에서 편하게 티브이로 시청을 하고 있을께다.

그러나 그것이 어느 쪽 인들 무슨 상관이랴. 목표인 12년만의 16강을 다시 이루어 내었고, 이미 온 국민을 다시 하나로 만들었고, 더구나 나의 고뿔과 아내의 어지럼증까지 싹 치유하고도 남은 것을… 
마지막으로 월드컵이 내게 남겨주는 확실한 화두(話頭)가 있으니, 오늘 내 힘으로 걷고, 일상생활을 하며, 숨쉬고 느끼고 누리는 이 모든 것들이 언제나 기적이고, 그 기적과 같은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테니까라는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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