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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통역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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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1-12-01 09:46

이종구 / 사)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내가 친하게 알고 지내는 그는 통역전문가인데 밴쿠버에서 신용과 신뢰가 기본이며 제일 저렴하게 통역료
를 받고 있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18세 이상의 주민이라면 예외 없이 매년 1
회 세금을 신고 보고서를 국세청(Revenue
Canada)에 제출해야 하는데 수년 전 나에게 한국에서 발생한 세금 자료를 영어로 번역해서 제출해
야 했다. 
전문 번역가의 도움이 필요했을 때 우연히 그를 알게 되었다. 이 보완 서류의 번역은 일반적인 서류
가 아니어서 나의 실력으로는 번역이 어려웠다. 한국 국세청에서 발행한 7장의 서류인데 전문적인 
번역을 필요했다. 일반적으로 밴쿠버 사회에서 번역 서류는 가격이 정해져 있다. A4 용지로 한 장 당
 100불을 지불해야 하는데, 그는 나에게 50퍼센트만 받겠다고 했다. 
물론 전에 한 두 번 만난 이유에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매우 인간적인 분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해보려고 자문을 구하고 시도하였지만, 한 장 하는 데 시간이 의외로 많이 걸려 포기하고 그에게 의
뢰하게 되었다.  
 그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그의 배경을 듣게 되었다. 그는 그의 부모님들과 함께 어린 나
이에 일찍이 미국으로 이민 오게 되었고, 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토론토에 취업이 되어 캐나다로 
오게 되었다. 그는 기자 생활도 하였고, 글을 쓰는 데에도 일가견도 있고, 무엇보다 독서 광이었다. 
내가 그를 알고 부터 대화가 오가면서 여러 좋은 책들을 읽을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일찍이 사진에 매
료되어 많은 사진 작품을 남기고, 특히 사진에 있어서는 남들과의 경쟁 의식을 가질 정도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의 집에는 암실도 차려 놓고, 가격이 비싼 고급 사진기도 20 여 년 전
부터 구입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시간이 나면 사진을 찍으러 미국 등 여러 지역을 여행하며 사진 촬
영에 집중한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서론이고 정작 들은 이야기를 말하고자 한다.  
 어느 날 그가 통역하다가 만난 원주민 이야기를 하였다. 그는 다운 타운 세인트 폴 병원에 통역하러 
갔다가, 잠시 휴게실에서 ‘웨인’ 이라는 이름을 가진 원주민을 만나 잠시 대화를 하였다고 한다. 그는
 전립선 암으로 고환 한쪽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퇴원한다는 것이었다. 원주민인 그는 밴쿠버 아
일랜드의 북쪽 도시인 포트 하디(Port Hardy)에서 배를 타고 다시 북쪽으로 181km  떨어져 있는 벨
라벨라(Bella Bella) 라는 곳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 지역은 원주민들이 사는 보호 구역인데 그들 이름으로는 Waglisla (원주민 언어로 ‘해변가에 있
는 강’)라고 불리 우는 곳이다. 인구는 모두 1,400명 정도가 된다고 한다. 통역가는 그해 크리스마스 
날에 원주민 ‘웨인’ 씨에게 카드를 보내려고 하는데 주소를 몰랐다. 다만 우편번호는 알고 있어서 이
름 옆에 가로를 긋고, ’고환 한 개를 가진 사람’이라고 써서 보냈다고 한다. 
벨라 벨라의 원주민 부족은 크게 큰 까마귀 (Raven파) 와 독수리 파가 있는데 ‘웨인’ 은 큰 까마귀 파
라 주민들은 퍽 개방적이라고 한다. 그는 자기가 작은 시골에 살면서 대도시 밴쿠버에 가서 수술 받
은 것을 자랑삼아 이야기를 해서 주소를 안 기입하고 보내도 카드를 받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 통역
가는 지금도 그가 잘 받았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그는 이런 내용의 글을  어느 문인 협회
 문학 카페에 실으려고 보냈는데 기고 난의 담당자가 그 글에 쓰인 단어가 ‘고환’(실제로 순수 고유어
로 ‘불알’)이라 금기 사항에 해당되어 그 글을 실을 수 없다고 해서 그는 그의 글을 더 이상 협회의 카
페 난에 게재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나도 같은 문인으로 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나중이라
도 다시 그가 문학 작품 활동을 계속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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