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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과 신이 내인생 대부분” 美 총격 용의자는 사냥 즐기는 괴짜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03-17 08:56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


16일 오후 5시쯤(현지 시각) 미국 남부 조지아주 애틀랜타 근교의 작은 도시 액워스 한 상점가에서 ‘탕’ 하는 총소리와 함께 여성의 비명이 들렸다. 중국계 주인이 운영하는 마사지 업소 ‘영스 아시안 마사지’에서 나는 소리였다. 출동한 경찰은 가게 안에서 5명의 총격 피해자를 발견했다. 2명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병원으로 옮겨진 3명 중 2명도 곧 숨을 거뒀다. 사망자 4명 중 절반인 2명이 아시아계 여성이었다.

액워스를 관할하는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는 총격 사건 직전인 오후 4시 50분쯤 업소 앞 감시 카메라에 포착된 백인 남성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용의자가 운전하는 검은색 현대 투싼 차량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오후 5시 47분쯤 액워스에서 약 50㎞ 떨어진 애틀랜타 시내 피드몬트 로드의 한인 업소 ‘골드 마사지 스파’에서 강도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총격을 받은 한인 여성 3명이 숨진 뒤였다. 경찰이 사건 현장을 살펴보고 있는 동안, 이번에는 길 건너편 또 다른 한인 마사지 업소 ‘아로마세러피 스파’에서 총격이 있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여기서도 한인 여성 1명이 숨졌다. 현지 한인 매체인 ‘애틀랜타 한국일보’는 “희생자 중 현재까지 신원이 밝혀진 사람은 골드 (마사지) 스파에서 일하는 70대 줄리 박씨와 50대 박현정씨”라며 “두 업소엔 모두 한인이 일하고 있다”고 했다.

용의자는 오후 8시 30분쯤 애틀랜타에서 남쪽으로 약 240㎞ 떨어진 조지아주 크리스프 카운티에서 경찰의 차량 추격전 끝에 체포됐다. 액워스 인근의 소도시 우드스톡에 사는 로버트 애런 롱(21)이란 남성이었다. 수사 당국은 그가 탄 차량이 애틀랜타 시내 총격 현장 부근 교통 단속 카메라에도 촬영된 만큼, 그가 세 사건을 모두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롱은 이번 사건 이전까지 폭력적 성향을 보이거나 인종차별적 극우 신념을 드러내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롱이 2017년 졸업한 세쿼이아고등학교를 함께 다녔다는 한 남성은 미국 매체 ‘데일리 비스트’에 “(롱이) 좀 괴짜 같은 부류(nerdy)였지만 폭력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당시 롱은 악의가 없어 보였고 욕설조차 하지 않았다”며 “사냥을 즐겼고 아버지가 교회의 청소년 사역자 아니면 목사였다. 종교에 빠져 있었다”고 했다. 데일리 비스트는 롱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스타그램에 “피자, 총, 드럼, 음악, 가족, 그리고 신으로 내 인생 대부분이 요약된다”는 글이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수사 당국은 이날 “아직 범행 동기를 발표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분위기다. 현지에선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참여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애틀랜타가 있는 조지아주는 과거 미국 남북전쟁 때 노예제 폐지에 반대하는 남부연합 소속이었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남부 주들을 가리키는 ‘딥 사우스(Deep South)’ 주들 중 하나다. 최근 조지아주의 아시아계 인구는 꾸준히 증가했다. 조지아주 전체 인구의 4.4%, 애틀랜타가 있는 풀턴 카운티 인구의 7.6%가 아시아계다. 1994년 대한항공 취항과 1996년 애틀랜타 하계 올림픽 이후 한인 이민자도 늘기 시작했고, 기아차 조지아 공장 건설 이후 현대차·기아차와 협력 업체 직원 등도 많이 살고 있다. 조지아주 전체의 한인 인구는 약 10만명으로 추정된다. 그런 만큼 인종 간 갈등 요소도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총격 사건 이후 시애틀 경찰 당국은 아시아계 인구가 많은 지역에 대해 순찰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뉴욕 경찰 당국의 반(反)테러 부서도 트위터를 통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우리의 위대한 아시아 커뮤니티에 대한 지원을 배치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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