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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0-12-07 08:44

김회자 / )한국문인협회밴쿠버  회원    


소년이 야릇하게 웃고 있다

소년의 눈이 기계처럼 돌아가던 잠자리 눈에 박히다

외계인 같은

투명한 날개와 미끈하게 빠진 꽁지에 박히다

 

그의 눈빛이 야릇해진다

꽁지를 반쯤 자른다

잘린 꽁지 끝에 미세한 떨림이 있다

소년은 잘린 부분에 강아지풀을 끼워 하늘로 날린다

 

잠자리

바람을 가르던 날개짓 아직 남아있다

허공을 움켜잡으려는 발끝에 어둠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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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안녕) 2024.03.08 (금)
  김회자 / 사)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창가에 앉아  얼마나 많은 추억들이  비 소리에 섞여 흘러가는지    그리움이 강이 되어  가슴을 흔들어 놓고 한 줄기 빛처럼 비추는  지난날의 추억들이 퐁당퐁당 떨어진다   나를 과거로 이끄는  그리고 나를 현재로 되돌린 비의 속삭임이여 안녕.
김회자
비 오는 날 풍경 2023.09.11 (월)
비가 온다우산을 펼쳐 든 남자 황급히 사라진다할머니가 아이 쪽으로 우산을 기울여 쓰고 간다우산을 함께 쓴 연인들 꼭 붙어 지나간다비를 맞아 바들바들 떨고 있는 강아지를아이는 쪼그려 앉아우산을 씌워주고,촘촘히 점을 찍듯파도처럼 출렁거리며해파리처럼간다 둥둥 떠간다
김회자
나무들 침묵하다 2023.03.06 (월)
나무 하늘의 교신 뻗은 가지로 한다나무 내민 손 새들을 훔친다나무 저 미친 나무들 제 그늘로 주리를 튼다나무 우듬지에 새 둥지를 흔든다나무 나이에 걸맞은 높이와 넓이로 자라 생성하는 둥근 것 들을 맺는다나무 제 그늘 사람이 즐겨 찾게 한다나무 해와 달과 그림자 놀이한다나무 바람과 이야기를 나눈다나무들 이 많은 사단을 벌여놓고도누가 물으면 그저 침묵침묵이다.
김회자
매미....2 2022.03.21 (월)
할머니가채 팔지 못한 야채보따리를 이고 시골길을 간다땀이 목 줄기를 타고 흘러내린다흙먼지를 날리며용달차 한 대 휙 지나가자  목구멍이 칼칼하다쓰 ~발 쓰 ~발자지러지게 울던 매미소리 멈췄다 아직 고개 하나는 더 넘어야 되는데한바탕 소낙비 퍼붓자할머니 나무 밑으로 비를 피한다나뭇잎에 떨어진 소낙비도토리 알만큼 제 몸을 키웠고 할머니 그 비를 맞는다소낙비가 그친다쓰 ~발 쓰 ~발할머니 흙탕물 홀랑 뒤집어씌운...
김회자
기도 2021.10.19 (화)
뒤뜰 장독대 위에 정화수 한 그릇 놓여있다 매일 밤 어머니는 무엇을 저리도 비시는 걸까문틈으로 지켜보다 살금살금 다가가 장독대 위에 놓인 물그릇을 들여다본다 그 속엔 그만 달이.
김회자
수몰 2021.05.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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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자
본능 2020.12.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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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