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니스의 성당에서 무슬림으로 추정되는 남성 무차별적으로 휘두른 흉기 테러로 적어도 3명이 숨졌다. 목격자들은 희생자 중 적어도 한 명이 참수됐다고 증언했다.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평을 수업 시간에 보여준 중학교 교사가 지난 16일 무슬림에 의해 참수된 지 13일만에 또다시 참수 테러가 벌어지자 프랑스는 공포에 빠져들었다.

29일(현지 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 니스 시내 노트르담성당 내부에 한 남성이 난입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경찰은 여성 2명과 남성 한 명 등 모두 3명이 숨졌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단독 범행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첫번째 희생자는 아침 일찍 기도를 위해 성당에 나온 70대 여성이며, 성당 내부 성수(聖水)대 앞에서 목이 잘렸다. 범인은 역시 성당 내부에서 두번째 희생자인 40대 남성 한 명에게 마구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다. 이 남성 희생자는 성당 경비원으로 보인다고 크리스티앙 에스트로시 니스 시장이 전했다. 세번째 희생자인 30대 여성은 성당 안에서 흉기에 몇 차례 찔리자 도망쳐 건너편 카페로 피신했지만 몇분만에 숨졌다고 목격자들이 말했다. 현재 남성 희생자도 참수됐다는 증언이 있는가 하면, 칼에 찔리기만 했다는 증언이 엇갈리고 있어 수사당국이 정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중이다.

29일 흉기 테러 사건이 발생한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의 노트르담 성당 입구에서 경찰이 사건을 조사하고있다./epa 연합뉴스
29일 흉기 테러 사건이 발생한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의 노트르담 성당 입구에서 경찰이 사건을 조사하고있다./epa 연합뉴스


범인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대치하다 경찰이 쏜 총탄에 맞아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에스트로시 니스 시장은 “범인이 병원에 실려가면서도 반복적으로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쳤다”고 했다. 성당 부근은 통행이 금지되고 일대 주민들이 모두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불거진 프랑스와 이슬람 국가들 사이의 ‘종교 갈등’에 따른 범행으로 판단하고 대테러검찰에게 수사 지휘를 맡겼다.

범인의 구체적 신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일간 르파리지앵은 “범인이 30세 안팎”이라고 했다. 수사당국은 범인이 이슬람 테러단체와 연계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뉴스채널 BFM이 보도했다.

29일 참수테러가 일어난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니스 노트르담 바실리카성당 근처에서 한 여성이 오열하고있다./AFP 연합뉴스
29일 참수테러가 일어난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니스 노트르담 바실리카성당 근처에서 한 여성이 오열하고있다./AFP 연합뉴스


프랑스인들은 파리 근교에서 중학교 교사 사뮈엘 파티가 지난 16일 무슬림 소년에 의해 참수된 지 2주일도 지나지 않아 참수라는 잔혹한 수법의 테러가 발생하자 충격을 표시하고 있다. 파티가 참수된 이후 프랑스 전역에서 군·경이 강도 높은 테러 방지 경계 근무를 서는 도중에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파티는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만평을 보여줬다가 무슬림들과 갈등을 벌였던 당사자였지만, 이번 니스 테러 희생자들은 이슬람교를 적대시한 행동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다르다. 무고한 불특정 다수를 범행 대상으로 골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니스 시민들은 소셜 미디어에 “성당 앞을 자주 오가는 내가 희생될뻔 했다”며 공포와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특히 니스는 2016년 튀니지계 31세 무슬림 남성이 축제를 즐기던 군중을 트럭으로 덮쳐 모두 86명이 숨지는 대형 테러를 겪었던 곳이다.

프랑스에서는 파티 참수 사건 이후 비슷한 테러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있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파티의 참수 사건과 관련해 무슬림들을 겨냥해 “자신들의 법이 공화국(프랑스)의 법보다 우위에 주장하는 사상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반발하는 터키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프랑스산 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마크롱의 사진을 불태우는 ‘반(反)프랑스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테러 소식을 듣고 급히 니스의 범행 현장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는 테러 범죄에 대해 단호하게 맞서겠다는 의지를 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에서는 앞으로도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가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프랑스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원천 봉쇄할 방법이 없다. 프랑스는 무슬림이 전체 인구의 9% 가량인 600만명에 달한다. 외국인 입국 금지와 같은 조치로는 무슬림의 보복 테러를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프랑스 정부는 무슬림들에 대한 강경 대응을 할 가능성이 있고, 무슬림들은 그에 반발해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프랑스 무슬림평의회의 압둘라 제크리 의장은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이런 비겁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