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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과 두보

한힘 심현섭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8-15 17:19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중국의 시문학을 이야기함에 있어 이백과 두보는 두 개의 빛나는 별이요, 두 송이의 아름다운 꽃이다. <全唐詩>에 수록된 시인만도 이천이백이요, 詩數가 사만팔천 여 편이나 되는데 이 중에서 이백의 시가 1100여수이고, 두보의 시가 1500여수에 달한다. 당송시대의 쟁쟁한 숱한 시인들 중에서도 아주 빼어난 두 시인이다.
후세인들이 이백은 시선이요, 두보는 시성이라고 일컽는 것도 두 사람의 문학적인 역량이나 창작시의 방대함과 함께 후세에 끼친 영향이 너무나 컸기 때문일 것이다. 두 시인의 일생과 작품을 살펴보면 공통점도 많이 있고, 다른 점도 여럿임을 발견하게 된다.
이백은 호방하고 두보는 섬세하며, 이백은 네 명의 아내를 갖고 자식도 여럿이었으나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냉담하게 대하였으나, 두보는 아내를 평생 아꼈고 아내도 또한 불우한 남편에게 마지막까지 순종하고 따랐으며 아이들을 끔찍이 사랑하여 멀리 떨어져서도 가족을 그리는 내용의 시를 많이 남기고 있다.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
황하의 물이 천상에서 내려와
마구 흘러 바다로 들어가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그대는 또 보지 못하는가 -
높은 집, 거울 앞에서 슬퍼하는 저 백발을
아침에는 푸른 실이
저녁에는 흰 눈이네.
인생에 뜻 얻었을 때
부디 한껏 즐기어라
금 항아리 그 술이
저 달을 헛되이 대하게 하지 말라. (중략)
<將進酒> 이백

이백(701-762)과 두보(712-770)는 공히 어려운 집안에 태어나서 재능은 특출하였으나 벼슬길에 오르지 못하고
평생을 방랑을 일삼으며 고생스럽게 살았다. 잠시 미관말직에 등용되기도 하였으나 그것은 전연 그들의 뜻과 포부를 펴기에는 부족하였고 더구나 집안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에도 모자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늦은 나이가 되도록 끊임없이 벼슬길을 추구하고 힘 있는 권세가에게 벼슬을 청하는 글을 쓰고 있다. 가슴 속에 뜻은 크고 그 뜻을 펼칠 수 있는 직위는 주워지지 않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는 생계가 막연한 현실 속에서는 역시 생을 한탄하지 않을 수 없었고 현재 주어진 삶이나마 즐겁게 보내기를 염원하게 된다. 만일 두 시인이 마음먹은 대로 출세 길에 나섰고, 호의호식하며 조정에서 왕을 섬기며 부귀와 권세를 누렸다면 분명히 그와 같은 많은 좋은 작품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광활한 중원천지를 평생 부유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풍광을 접하고, 고초를 맛보았기에 맺을 수 있었던 열매가 아닌가 생각된다. 두 시인이 그렇게 조정에 나아가기를 염원할 때 권세를 가졌던 높은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두 시인의 일생을 살펴보면 때로는 안타깝고 원망스럽도록 힘든 시절을 보내며 점점 나이 먹어가면서 병든 몸으로 객지를 정처 없이 떠도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려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이 천 년이 지나도 빛을 내는 명시를 남기게 하도록 하늘이 준 시련이라고 보여지니 이를 어쩌겠는가! 하늘의 뜻은 흐트러지지 않고 오묘하며, 우리가 모른다고 해서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두 시인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열 한 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때 함께 지닌 우의를 끝내 잊지 않고 지키며 작품으로도 여럿 남기고 있다. 평생을 어렵게 지냈듯이 말년에도 병든 몸으로 신고에 지치고 모두 객지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해를 지나 집에 이르니
아내와 자식은 누더기 꿰매 걸쳤네
통곡소리는 소나무와 함께 맴돌고
샘물은 슬피 흐느껴 우누나
평생 어리광부리던 자식이건만
눈보다 흰 얼굴빛을 하고
아버지 보고도 등 돌리며 칭얼거리는데
때 투성이로 버선조차 신지 않았네
평상 앞 두 어린 딸도
꿰맨 옷이 겨우 무릎을 가릴 정도로구나.
행낭 속에 비단이 있으니
떨고 있는 너희들을 감싸주마
분대 또한 꾸러미에서 풀어
이부자리 위에 늘어놓으니
야윈 아내 얼굴 다시 생기가 살아나네.
<北征> 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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