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교민과 비교하면 밴쿠버 교민은 B급, 관련 진정서 청와대에 접수돼
밴쿠버한인문화협회(이하 문화협회)가 “이기천 총영사에 대한 진정서를 8월 26일 오후 10시경 이메일과 팩스를 통해 청와대 민원실에 접수했다”고 알려왔다.
본보가 입수한 진정서는 ▲이 총영사가 교민 수준을 B급이라고 폄하한 점 ▲모언론사 행사에 이 총영사가 밀어주기식 지원을 한 점 ▲이 총영사가 단체장의 면담을 계속해서 거부한 점 ▲대한민국 국기원 시범단 공연을 밴쿠버에 유치하려면 로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점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진정서에는 문화협회 석필원 회장, 김성환 부회장, 심진택 이사 등의 서명이 들어있다. 주요 한인단체가 총영사에 관한 진정서를 청와대에 공개적으로 보낸 것은 밴쿠버 한인사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진정서에 따르면, 이른바 “B급 발언”을 비롯한 각종 논란은 문화협회 관계자들이 지난 2월 4일 오전 10시 30분 이기천 총영사를 처음으로 공식 면담한 자리에서 불거져 나왔다. 김성환 문화협회 부회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인문화의 날 행사와 관련해 총영사관의 지원이 절실했다”며 “이에 대한 도움을 요청드리기 위해 당일 총영사관을 찾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문화협회는 총영사관으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했다. 관련 예산이 없다는 게 이 총영사가 밝힌 표면적 이유다. 이 총영사는 사례 하나를 거론하며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없는 또 다른 배경을 설명했다. 진정서 상에 나와있는 이 총영사의 발언을 고스란히 옮기면 다음과 같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에 모 언론사 사장이 나를 찾아와 ㅇㅇㅇ에서 자기들이 부스 판매 등의 행위를 하였는데 영업의 일환으로 문화행사를 한다고 하며 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을 해서 한푼도 없다고 돌려보냈다.”
이 발언만 놓고 보면 이 총영사는 모언론사의 문화행사가 “영업행위의 일환”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총영사는 차후 입장을 바꿔 해당 언론사 측에 행사장 무대 설치비, 음식값, 출연진 보수를 포함한 각종 인건비 등의 명목으로 확인된 것만 미화 1만2000달러를 지원했다. 당시 행사에 출연한 한 문화예술인은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총영사관 명의의 수표를 출연료로 받았다”고 말했다.
문화협회 이사진은 “이익 추구를 목표로 하는 사기업에게는 대한민국 국민의 혈세를 대주면서, 비영리단체가 주관하는 한인문화의 날 행사에는 한푼도 지원해줄 수 없다는 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B급 발언과 관련해 문화협회가 진정서에서 밝힌 이 총영사의 육성을 또 다시 그대로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내가 뉴욕 총영사관에서 근무할 당시 뉴욕시에도 똑같은 문화의 날 행사를 하는데 전체 예산을 교민사회에서 지원하고 있다. 밴쿠버도 교민사회에서 지원을 받아서 개최를 하라. 밴쿠버 교민은 뉴욕 교민에 비하면 그 수준이 B급인 것 같다.”
진정서에 따르면, 이 총영사는 대한민국 국기원을 로비가 없으면 움직일 수 없는 단체로 규정하기도 했다. 문화협회 이사진은 “한인문화의 날 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 한국 문화를 이곳 밴쿠버에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국기원 태권도 시범단과 같은 굵직굵직한 출연진이 필요했다”며 “이 문제로 총영사관의 협조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진정서에 묘사된 이 총영사의 답변은 이랬다.
“국기원 시범단을 움직이려면 한국에 문화협회 임원들이 나가셔서 로비를 하셔야 합니다. 고위직 공무원과 국회의원 등을 만나셔야 국기원에서 움직이지 절대로 움직이질 않습니다. 총영사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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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식, 다른 참전국 외교관은 다 있는데…
지난달 26일 버나비 센트럴 파크 평화의 사도비 광장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용사의 날 기념식에는 참전용사 50여명을 비롯해 정계 인사와 한국전 참전국 외교관들이 대거 참석했다. / 밴쿠버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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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협회는 “이 총영사의 도움 없이 국기원 시범단을 초대할 수 있었고, 덕분에 별 무리없이 한인문화의 날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 물론 국기원 시범단이 오기까지 어떠한 로비도 없었다. 대한민국 공직자의 입에서 로비라는 말이 나왔다는 게 아직까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월 16일 버나비 센트럴파크내 스완가드 스테디움에서 열린 “제 13회 문화의 날 행사”에 대해서는 한인사회의 호평이 이어진 것이 사실이다. 관람객만 약 2만5000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버나비시 내에서 이루어진 단일 행사 중 최대 규모다. 하지만 당일 행사 개회식에 이 총영사는 불참했다. “개회식 때 귀빈 연설을 부탁했는데, 문화협회가 이를 거절했다”는 것이 개회식 불참에 대한 공식적인 해명이다.
한국 총영사에게 연설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자칫 의전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는 본보의 지적에 대해 문화협회는 “개회식은 최소한 간소화하려 했다. 당일 행사에는 캐나다 장관과 다른 국가 외교관을 포함해 고위 관료들이 많이 참석했다. 이들에게 전부 연설 기회를 주면 개회식만 1시간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영사관은 이 총영사에게 귀빈 연설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한인문화의 날”이라는 행사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을 문화협회 측에 전달했다. 진정서에 실린 글을 또 한번 옮긴다.
“총영사관의 공식 입장입니다. 대사님(주-총영사관 직원들은 이기천 총영사를 대사님이라고 부른다)께서는 한국 대표이신데 한인문화의 날에 연설을 못하시니까 개회식에도 참석을 못하니까 그날 행사에 한인문화의 날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없다”
이 총영사는 결국 한인문화의 날 행사 개회식에 불참했지만, 데릭 코리건 버나비 시장과 시의원, 연아 마틴 연방상원의원, 신재경 주의원(MLA), 팀 우팔 연방다문화정무장관, 테레사 와트 BC국제무역장관, 암릭 버크 BC고등교육장관, 장 크리스토프 플로리 프랑스 총영사, 피터 줄리앙 연방하원의원, 핀 도넬리 연방하원의원, 브루스 랄스턴 주의원, 라지 초우한 주의원, 더글라스 빙 주의원, 캐시 코리건 주의원 등 주요 정치·외교 인사가 참석했다. 다시 말해 그날 행사는 한국정부 입장에서는 주요 외교무대가 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이 총영사는 8월 22일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여기(밴쿠버)에 있는 프랑스 총영사는 할 일이 많지 않다. 그래서 불러주는 행사에는 모두 간다”고 말했다.
문화협회는 청와대로 보낸 진정서 서두에“(한인문화의 날 행사를 준비하면서) 총영사의 무관심을 넘어선 방해와 방관으로 인하여 겪은 일련의 여러 상황들이 너무 억울하고 분하여서 이렇게 대통령님께 하소연합니다”라고 적었다.
한국전 참전용사의 날에도 불참, C3는 보수당 단체
“돈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은 밴쿠버 오지 않는다”
이기천 주밴쿠버 총영사가 “밴쿠버에 살고 있는 교민들을 노골적으로 폄하했다”는 주장은 다른 곳에서도 제기됐다. 복수의 제보에 따르면, 이 총영사는 지난 4월 한인들이 즐겨찾는 코퀴틀람 소재 모 한식당에서 “밴쿠버에 오는 한인들은 수준이 낮다. 돈 있고 능력 있으면 여기 오지 않는다. 뉴욕 가지”라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이 총영사는 또한 지난 7월 26일 버나비 센트럴파크에서 진행된 “한국전 참전용사의 날 행사”에 불참해 외교상 결례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한국전 참전용사의 날은 캐나다의 법정 기념일로서, 당일 행사에는 캐나다와 BC 정부의 고위 관료들을 비롯해 참전국 총영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하지만 정작 이 행사의 주최자로 비춰질 수 있는 이기천 총영사는 불참했고 대신 이상훈 경찰영사가 모습을 보였다. 각국의 외교관이 다수 참석한 외교적 행사에 국제범죄 공조수사와 재외국민 보호를 주요 업무로 하는 경찰영사가 참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상훈 경찰영사는 8월 28일 본보를 방문한 자리에서 “총영사는 당일 행사에 대해서 제대로 연락받지 못했다. 정식 초대장이 아닌 이메일로 행사와 관련해 통보받았을 뿐이다”며 총영사가 불참한 이유를 해명했다. 다시 말해 총영사는 “한국전 참전 용사의 날 행사”의 중요성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전 참전용사에 대한 한국 외교부의 높은 관심을 고려하면, 이날 총영사의 불참은 설령 정식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참고로 당일 행사는 한국전참전기념사업회(KWCA) 이름으로 마련됐다. KWCA에 이름을 올린 단체는 6·25참전유공자회 캐나다 서부지회, 무궁화 여성회, 밴쿠버 한인회, 밴쿠버 한인 여성회, 버나비 소방서, 연아 마틴 상원의원실, 재향군인회 캐나다 서부지회, 주밴쿠버 총영사관, 코윈(KOWIN), 평화통일자문회의 밴쿠버협의회, 한국전 참전용사회(KVA) 등이다. 눈여겨 볼 점은 해당 행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밝힌 주밴쿠버 총영사관도 이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한편 이 총영사는 지난 8월 22일 코퀴틀람의 한 일식당에서 열린 교민언론과의 간담회에서 한인사회 차세대 단체인 C3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새로운 한인 차세대 단체 조직을 구상 중인 이 총영사는 “C3는 보수당 단체지, 순수한 한인단체는 아니다”고 말했다. 11년 역사의 한인 봉사단체인 C3를 보수당 산하 조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C3와 캐나다 보수당의 입장을 각각 들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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