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해외에서 쓰는 고향 역사를 시작하면서

정봉석 phnx604@hot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3-27 16:37

필자는 1975년 이곳 캐나다에 이민을 왔으니 올해로 만 4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20대의 청춘에서 반백의  70을 바라보는 노인이 되었으니 세월이 야속하고  무상할 따름이다. 40년에 걸치는 객지 생활을 하면서 내가 고국에 다녀온 것이 딱 두 번이다. 이민자로서 고국을 가장 적게 다녀온 기록으로 따지면 내가 1등이 되리라 확신한다.

그것도 05년도의 방문은 금의환향이 아닌 인생의 마지막 작별 여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내가 대장암 수술을 받은 후 마지막으로 고향땅이나 밟아보고 죽자는 처량하고 암울한 고향 방문이었으니, 여우도 죽을 때엔 자기가 태어난 굴을 향하여 머리를 둔다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의 발로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태어난 고향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만 나는 내가 태어나고 잔뼈가 굵어간 서부 경남 두메산골 안의(安義)라는 골짜기를 누구보다도 사랑한다. 조선시대 초기 성종조에 서울의 벼슬살이에 염증을 느껴 우리 중시조가 이곳에 입향한 이후 400년 이상을 조상대대로 살아왔으니 나는 뼛속까지 안의 사람이라 생각한다.

초 중 고를 면소재지인 이곳에서 마친 촌무지렁이가 서울에 올라와 공부를 하면서 시작한 객지 생활이 이역만리 캐나다까지 벌써 50년이 흘러버렸으니 선산을 버린 소위 이정배향(離井背鄕)한 죄책감이 항상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안의라는 곳은 지리산과 덕유산이 만나는 서부경남 오지이지만, 산자수명(山紫水明)하기로 소문난 고을로서 조선조 정자문화의 요람이랄 수 있을 만치 부지기수의 정자가 골짜기마다 지금도 관광명소로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 한 때엔  합천 해인사에 버금가는 덕유산장수사가 용추폭포의 우람한 경관속에 자리잡았던 곳, 조선조엔  좌 안동 우 함양이라 할 만치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선비의 총본산이었으며 정유재란시 이 고을 사람들이 황석산성에서 왜놈들과 맞서다 중과부적으로 성이 함락되자 모두 절벽에 떨어져 순국한 장렬한 역사의 현장이었던 고장이었는데,  조선조 후기 이곳의  명문거족 정희량(鄭希亮)란 사람이 영조 4년(1728)에 일으킨 반란으로 폐현되고  복현되는 와중에 서부경남 선비들의 과거를 60년 동안 금지하는 차별을 겪었고, 일제강점기인 1914년  정유재란에 저항한 반골기질을 문제 삼아 영원히 폐군되어 인접 함양 거창에 분속된 뼈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다.

그런 안의가 그 후 격동기의 현대사를 거치면서 한국전 당시 그 유명한 용추의 장수사가 국군의 손에 의해 방화 소실되고, 조선 중기의 우람한 목조건물인 객사가 1960년 의문의 화재로 소실되는가 하면, 10년전엔 조선조 정자 건축의 백미라던 화림동의 농월정이 또한 방화 소실되는 등, 안의의 유명한 국보급 문화재들 거의가 씨가 말라져 가는 만신창이인데, 작년말 이곳의 마지막 남은 조선중기 누각 건물인 광풍루마저 도로 확장이라는 미명하에 해체되어 이건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는 비분강개한 나머지, 붓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역만리 타향에서 고향역사를 기술하다니 무두들 고개를 갸웃하겠지만 인터넷이라는 문명의 이기는 역사기술에 필요한 모든 자료의 열람이 가능하니 오히려 희열을 느낀다. 인터넷으로,  조선왕조실록, 승정원 일기, 비변사 기록, 각종 향토지리지, 문집, 족보,등의 원문검색이 가능하니 그렇다.

나의 이 작은 노력은 안의라는 고을을 사랑하는 애향심의 발로이다. 그리고 선산을 등진 미안함에서 나온 나의 조그만 속죄의 노력이라 생각한다.  이글은 고향 안의의 초중고 동창 카페에 지난 9월부터 년말까지 끌적그려 올린 잡문이겠지만 어떻게 쓰다보니 200자 원고지 1000매에 달하는 괴물이 되어버렸다.

단지 3~40명에 불과한 카페 동창들과 나누는 글이 아까워 세상에 소개하는 차원에서 밴쿠버 조선에 기고하기로 하였다. 이를 다 소개할 수는 없고 전체원고의 약 1/3분량인 몇가지 중요한 대목만 추린다. 지면을 허락한 본지 김동기 사장님께 감사를 드리며 독자들의 질정을 또한 바라마지 않는다.


필자 약력소개

1949 경남 안의 출생
안의고등학교 졸업,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졸업, 한미1군단 작전통역장교,삼성근무,
1975년도 캐나다 이민, 자영업, 1995년부터 10년간 송산서당 운영, 前밴쿠버 조선 편집위원,
Langara College 법정통역 강사, BC 복권공사 번역사 등등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