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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능력에 비중 둔 이민정책, 출신 국가 불균형 부를 수 있다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5-11 09:56

“서유럽 국가와 인도·파키스탄 등 일부 국가 출신 편향 우려”
캐나다 정부가 이민정책에서 언어 능력 평가 비중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재차 표명하면서 이에 대한 반대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언어 능력 평가 비중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일부 국가 출신 이민자 비중이 늘어나고,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이민자 사회의 불균형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비평가들의 지적이다.

제이슨 케니(Kenney) 이민부 장관은 최근 이민 희망자에 대해 높은 수준의 언어 능력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해왔다. 케니 장관은 그 일환으로 올해 여름 발표될 새로운 연방전문인력이민의 포인트 시스템에도 이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방전문인력이민은 이민 희망자의 언어 구사 능력(영어·불어 중 택일), 연령, 경력, 교육 수준 등을 수치화해 이를 합산한 결과가 100점 만점에서 67점을 넘어야 신청할 자격을 주는 이민정책 중 하나다. 다른 이민 정책 중 하나인 캐나다경험이민(CEC)은 도입부터 언어 능력을 시험 성적을 통해 증빙하도록 하고 있다. 언어 구사 능력 증명 부담이 적었던 주정부이민(PNP) 제도에서도 영어 언어 구사 능력 증명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캐나다 이민의 미래’라는 주제로 기획 기사를 연재하고 있는 캐나다 유력 일간지 글로브앤메일은 8일 ‘캐나다가 출신국가나 언어를 기준으로 이민자를 선별해야 하는가?(Should Canada screen immigrants based on language or country?)’라는 제목의 기사로 현 정부의 이민정책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언어 능력 평가에만 초점을 맞춰가고 있는 지금의 이민 정책 방향이 과연 올바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 것.

글로브앤메일은 "이민정책에서 언어 능력 평가에 비중을 늘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평가에 무게를 둔 이민정책이 편향된 결과를 낳고, 과거 민족 중심(일부 국가 중심)의 이민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데비 더글라스(Douglas) 온타리오 이민자 서비스 연합 대표는 “(언어 구사 능력 평가에 비중을 두는 이민정책)서유럽 국가와 일부 인도, 파키스탄 등 국가 출신자에 유리한 조건”이라면서 “달리 말해 대부분의 다른 국가들 출신자는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나오미 앨보임(Alboim) 퀸스대학 교수 역시 언어 구사 능력 평가가 강화되면 신규 이민자의 출신 국가가 영어권 국가로 편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언어 구사 능력 평가가 강화되면 신규 이민자의 출신 국가별 구성비에도 중요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국가는 중국”이라고 지목했다. 중국 출신 이민자는 연간 3만 여명으로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캐나다 이민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해왔다. 한국의 경우에는 2001년 9608명에서 2010년 5539명으로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케니 장관이 최근 제시하고 있는 이민정책 변화 대부분은 호주의 이민제도에서 따온 것이다. 호주는 언어 능력 평가에 중점을 둔 이민정책을 13년 동안 운영해왔다. 호주 정부는 2007년까지 기술 이민 신청자에게 5점(vocational·직업 영어 수준) 레벨의 언어 능력을 요구했다. 그 결과 영국, 아일랜드, 뉴질랜드 등 국가 출신의 이민자는 증가했다. 반면 중국 등 비영어권 국가의 이민자 수는 곤두박질 쳤다. 호주 정부는 2007년 다시 언어 능력 요구사항을 6점(competent 효율적 구사 수준)으로 한단계 더 올렸다.

호주는 이런 이민 정책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취했다. 신규 이민자의 평균 소득이 늘어난 것이다. 캐나다가 호주의 이민정책을 모델로 삼아 언어 능력 평가를 강화하는 이유도 이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아더 스위트먼(Sweetman) 맥마스터 경제학 교수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더라도, 언어 능력을 충분히 겸비하지 못했다면 캐나다에서 그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며 언어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기에 글로브앤메일이 제시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있다. 영국과 미국 출신 캐나다 신규 이민자의 평균 소득을 단기적으로 봤을 때 다른 국가 출신의 이민자나 캐나다 국민의 평균 소득을 상회한다. 하지만 이들의 실업률이 높고, 출신 국가 혹은 제3의 국가로 떠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필리핀 출신의 이민자의 경우 소득은 캐나다 국민 평균보다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취업률은 캐나다에서 가장 높다. 한번 취업하면 그 일을 그만두거나 직장을 옮기는 등 이탈이 적기 때문이다. 장기간 한 지역에서 머물기 때문에 주택 구매 등 소비 활동도 활발하다. 이런 이유로 인구 유입이 적어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일부 주(州)에서는 영어권 국가 출신자들보다는 오래 머물 이민자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언어 능력이나 출신 국가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오랜 시간 습득하고 다져진 기술과 경험이다. 언어나 출신 국가가 이를 대신할 수는 없다. 달하우지 대학교의 사회학자 하워드 라모스(Ramos) 교수는 “(언어 능력에 초점을 둔)점수제도가 성공의 잣대가 될 수는 없다”며 “지나치게 문화나 언어에 비중을 두는 점수제도는 개선되어야 한다. 과거 백인 민족 중심으로 회귀하기 위해 노력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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