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2009년 2월 12일 자정이 막 지났을 무렵 호주 사우스 멜버른 요크가 59번지, 한국·중국인 여성 전문 성매매 업소 앞길에서 시작된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레이철 던킨슨은 “순찰차에서 내렸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피’였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거구의 중국인이 손과 얼굴에 피를 잔뜩 묻힌 채 손에 작은 쇠막대를 쥐고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이 강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옆에는 앞유리가 박살이 난 자동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중국인에게 막대를 버리도록 한 경찰이 자동차 옆으로 가 내부를 들여다봤을 때, 운전석에는 얼굴과 옷이 피투성이가 된 백인 젊은이가 고개가 한쪽으로 꺾인 채 앉아있었다.
경찰관은 돌아서서 중국인에게 “그 쇠막대로 이 사람을 때린 것이냐”고 물었지만, 중국인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경찰관이 자동차 문을 열려 했지만, 문이 안에서 잠겨 있음을 확인한 순간, 차 안의 남자가 고개를 들어 신음을 냈다. 남자의 입에는 피가 가득 고여 있었고, 오른손은 떨리고 있었다.
경찰은 다급히 구급차를 부르는 한편, 중국인 남성을 그 자리에서 체포했다.

- ▲ 숨진 에이브람 파포. /시드니모닝헤럴드
차 안의 남성은 멜버른에 사는 27세의 유대인 에이브람 파포로 확인됐다. 그는 턱뼈가 산산이 조각나 있었고, 코뼈와 두개골은 부서져
있었다. 양팔 조직이 모두 손상됐고, 기도(氣道)는 파열됐으며, 양쪽 폐는 대형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처럼 상해 있었다. 그는 이내 숨을
거뒀다.
중국인의 신원은 성매매업소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는 더 준 쳉으로 밝혀졌다. 그는 손님과 매춘여성을 한번 태워줄 때마다
10달러씩을 받았다.
쳉 측은 에이브람이 이 업소의 손님이었으며, 사건 당일 갑자기 들이닥쳐 다짜고짜 쳉의 얼굴에 주먹을 휘두른 뒤
계산대에서 휴대폰과 현금 등을 빼앗아 달아났다고 주장했다. 쳉은 “달아나던 에이브람을 뒤쫓자 그가 나를 쇠막대로 때렸으며,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쳉은 가벼운 상처를 입었을 뿐이었지만, 자신이 에이브람을 숨지게 한 것은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고, 기소되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에이브람은 사건 당일 ‘케이티’라는 이름을 쓰는 20대 한국인 여성을 구하기 위해 성 매매업소를 찾아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브람은 가족들과 함께 사는 자신의 집에 케이티를 데려와 수 개월 간 동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파포씨 가족들은 케이티가 성매매 업소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에이브람의 모친 디나는 “케이티는 내겐 그저 사랑스러운 소녀일 뿐이었다. 스웨터와 숄을 짜
주곤 했었다. 옷을 야하게 입지도 않았고, 화장을 하지도 않았다. 에이브람이 그녀를 돌봐주고 싶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건
당일, 에이브람은 케이티에 전화를 걸었다가 그녀의 울음과 비명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브람은 통화를 계속하려 했지만, 누군가가 케이티의
전화기를 가로채 “이 여자 근처에 얼씬거리면 토막을 내놓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어버렸다.
에이브람의 형 데이비드는 “동생은
‘케이트가 성매매 일을 강요당해왔으며, 이제는 시드니로 강제로 옮겨졌다’고 했다. 그리고는 성 매매 업소 사람과 언쟁을 벌인 뒤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살인 사건에 대한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한 현지 경찰은 2009년 10월 쳉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여, 그를 불(不)기소
처분하기로 결정했었다.
그러나 호주 일간지 시드니모닝헤럴드와 ABC TV가 이 사건을 심층 취재해 최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사건은 외부로 널리 알려졌고, 재수사가 시작됐다. 케이티의 소재도 파악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들은 이 문제를 계기로 자국의
합법 성 매매 업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한국·중국인 유학생들에게 돈을 빌려준 뒤 성매매 업소로 팔아넘기는 국제 범죄 조직에 대해서도
집중 조명에 나서고 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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