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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인식 극복하는 전환점에 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9-24 00:00

국사편찬위원회 정옥자 위원장

저명한 역사학자 카아(E.H. Carr)의 말을 빌자면,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다. 다시 말해, 역사는 단순히 과거에 발생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이 사실을 역사가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사학자의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다. 사학자의 세계관에 따라 역사는 그 내용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소위 ‘좌편향, 우편향’ 논쟁도 각 진영 사람들의 역사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22일 밴쿠버를 찾은 국사편찬위원회 정옥자 위원장과 ‘균형 잡힌 역사 인식’과 ‘한국사 이해를 통한 해외 거주 한인들의 정체성 확립’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 위원장은 한국 근현대사를 자기 부정하는 ‘자학의 태도’를 경계하면서도, 근거 없는 미화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아끼지 않았다.

-(국사 교과서 개정 요구가 거센 시점에서) 좌편향, 우편향을 나누는 기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지금 우리가 극과 극의 역사의식을 극복하고자 하는 일종의 전환점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역사에 대해 갖고 있는 어떤 부정적 편견 같은 것은 바로 잡아야겠지요. 대한민국을 이끌어왔던 몇몇 지도자의 공과도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각계의 역사인식의 긍정적 측면, 부정적 측면을 모두 바라봐야 합니다.

-각계 역사 인식의 긍정적, 부정적 측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요즘 근현대사 재평가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80년대 신군부에 대한 반발로, 일종의 자기반성에서 생긴 역사인식에 대해 뉴라이트가 이의를 제기했지요. 현대사를 너무 자학적 태도로 바라본다는 게 뉴라이트의 입장입니다. 그런데 뉴라이트도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문제점이죠?

현대사를 너무 긍정적으로 해석하다 보니까, 소위 일제 근대화론까지 옹호하게 된 거죠. 일제의 식민정책까지 옹호한다는 것은 자기부정입니다. 뉴라이트의 논리대로라면, 북한이 남한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윤택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당시 일제는 산업시설을 북한 지역에 집중시켰으니까요.

-올바른 역사 인식이 해외 거주 한인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우리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면, 한인들은 우리문화에 대해 깊은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는 한국의 국가위상을 높이는 작업이 될 수 있겠지요. 우리문화를 자랑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역사에 대한 해석과 평가가 왜곡됐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바로잡는 작업이 필요하겠지요.

-한인들이, 특히 소위 2세, 3세 한인들이 정체성을 갖는 것이 어떤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한인이라는 정체성 확립을 통해 현지 사회에서 (버틸 수 있는) 생명력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인임이 왜 자랑스러운지는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부분이겠지요.

-해외거주 한인이나 외국인 대상으로 한국역사 검증시험을 준비 중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인들의 정체성 확립과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검증시험을 마련했습니다. 시험을 통해 한인 등이 우리 문화재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과거에 발생한 주요 사건에 대한 지식을 쌓았으면 합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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