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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정녕 순대가 맞더냐!” 씹을수록 '곱'이 곱으로 나오는 막창 순대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2-23 00:00

먹고 나서 며칠 지나면 다시 생각나는 음식이 진짜 맛있는 음식. 먹고 나서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음식은 그건 제대로 된 음식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흔히들 ‘질려서 더는 못 먹겠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계속 먹다보면 입안에서 새로운 자극을 원하게 되는 것. 그러나 특별한 음식은 마치 우리가 평생을 먹고 사는 ‘밥’처럼 꾸준히 찾게 되는 힘이 있는 것이 아닐까.  남한산성에서 막창 순대를 먹고 온지 4일, 기사를 쓰면서 남겨 두고 온 순대가 자꾸만 컴퓨터 화면에 얼비친다.

‘어머니와 아내의 손맛의 기억을 찾아 간다”

순대국밥집 하면 떠오르는 분위기가 있다. 허름한 분위기의 음식점 구석구석 배어든 꼬릿한 냄새가 문만 열어도 ‘훅’ 풍겨나올 것만 같은 처음 그 냄새가 역겨웠던 사람도 한 두 번 먹고 나면 그 꼬릿한 냄새 때문에 중독되는 것이 또 이 순대국의 매력이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 같은 한 그릇을 앞에 놓고, 맵싸한 청양고추 다대기 넣어 훌훌 불어가며 먹곤 하던 순대국은 서민의 애환을 보듬어 오던 향수 그득한 음식이다.
다양한 외식거리와 먹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좀 더 편리하게 좀 더 세련되게 변하고 있는 음식들 틈에서, 한국에서도 뒷골목으로 밀려들어가는 그 순대국밥을 잘 하는 집이 밴쿠버에 있다는 독자의 제보. 그것도 전라남도 순창지역의 고유음식인 ‘막창 순대’라는 말에 반신반의 하면서도 반갑게 찾아 나섰다.   
한식당 ‘남한산성’은 노스밴쿠버 바다가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사전 정보가 없었더라면 순대국밥을 파는 것 조차 예상하기 힘든 노란색 작은 간판 하나가 걸려있을 뿐이다. 식당 안은 시골 순대국밥집과는 사뭇 다른 정갈한 분위기에 격자무늬 창호 등 에서 번져 나오는 불빛이 은은하게 실내를 밝혀주고 있어 포근한 느낌마저 든다. 

‘막창과 막창 순대로 만든 뜨끈한 순대국밥’

“저희는 돼지 막창을 이용해요. 돼지 한 마리에 30~40cm밖에 안 나오죠. 재료 구하기도 쉽지 않지만 깨끗이 씻는 게 더 힘이 들어요. 그래도 장사는 돈도 돈이지만 내 음식 먹는 손님들이 맛있게 드셔야 하잖아요. 음식은 거짓말 안 합니다. 재료가 좋으면 제 값을 해요.”
주인 알렉스 김 씨의 말처럼 막창은 돼지 창자의 가장 마지막 부분을 말한다. 메뉴판은 순대를 중심으로 가짓수가 간단해서 좋다.
한국에서부터 맛집 취재를 하며 성남 광주 곤지암 전남 순창까지 ‘날고 긴다’는 순대국밥, 해장국 집을 얼마나 많이 다녔던가. 맛있는 순대국밥 이라면 웬만큼 꿰차고 있다고 생각했거늘 아무래도 이곳이 외국인 점을 감안해 기대치를 약간 다운~ 하고 느긋하게 순대국밥을 기다렸다.
음식이야말로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순대국밥은 순대가 육수에 푹 잠기도록 국물이 그릇 말미에서 찰랑대는 한국의 순대국과는 다른 모양에 국물이  뚝배기의 허리춤까지 차 오른 국물위로 수북하게 올라온 순대가 먹음직스럽다. 껍질이 두툼한 것이 진짜 막창 순대다.
새우젓 살짝 넣고 뜨거운 국물을 살살 저어 순대 하나를 건져냈다. 깨끗이 씻느라 곱이 거의 빠진 게 아쉽지만 꽤 두꺼운 막창 속을 꽉 채운 온갖 야채와 선지가 단번에 침을 고이게 한다. 링 모양의 하얀 막창도 듬뿍 들어있는 순대국은  막창 특유의 냄새가 하나도 나질 않아 그 냄새를 즐기는 사람에겐 다소 심심할 정도.

◇ 뽀얀 쌀밥과 미역국이 놋그릇에 담겨 나오는 산채 비빔밥은  깔끔한 정성이 느껴진다. 홍삼과 참숯으로 숙성해 뒷끝이 맑은 것이 자랑이라는 ‘남한산성’ 막걸리. 캬~ 정말 시원하고 싸아 한  맛이 일미다.

씹으면 씹을수록 ‘곱’이 곱으로 나오는 순대

국물을 흠뻑 머금은 막창은 매콤하면서 씹으면 씹을수록 곱이 떨어져 나와 구수해지면서 담백함이 일품이다. 어느덧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술도 없이 해장부터 하고 난 느낌이 든다.
현대식으로 변질된 비닐 껍질로 만든 서울의 그 유명한 ‘재동 순대국’이나 서울대학교 근처 신림동 4거리의 순대타운 기계 순대에 비길 바가 아니다. 시골 장터에서 큰 가마솥 걸어두고 푹 고은 돼지 뼈 국물에 선지와 야채로 소를 꽉 채워 만든 전통순대 바로 그 맛. 맛있는 순대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외국에서 이런 맛을 재현해 내고 있음이 그저 고마울 지경이다.
이 집에서는 들깨가루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돼지 뼈 국물의 담백한 맛을 살리기 위해 태양초 고춧가루를 곱게 갈아서 마늘과 갖은 양념을 첨가해 만든 양념장에 온 신경을 기울 인 것이 첫 입에서도 느껴졌다.
7시가 되면서 이 맛을 즐기려고 몰려든 손님들에게 밀려 취재하던 노트와 카메라를 챙겨 들고 구석으로 물러나야 했다.

냄새 어디 갔니? 막창 모듬 순대 + 막걸리 한 사발!

모듬순대 한 접시. 껍질이 도톰하고 붉은 빛깔로 속이 차 토실토실한 순대에서 풍겨져 나오는 향이 심상치 않다. 순대라고 하면 당연히 감수하고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돼지 누린내’ 역시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양배추, 숙주, 마늘, 돼지고기 갈은 것, 당면, 부추, 갓, 미나리 14가지의 재료를 넣어 만든 순대는 질 높은 소시지의 영양과 전통순대의 맛을 지니고 있다. 야채 향이 나는 순대 한 토막을 연분홍 맑은 빛깔 새우젓에 ‘콕’ 찍어 먹었더니 막창의 쫀득쫀득함과 순대소의 고소함, 그리고 야채의 향이 어우러져 입안이 행복해 지기까지.
먹고 난 입안에 까끌함과 기름기가 느껴지던 기존의 맛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산뜻한 순대라니, 온갖 종류의 순대는 다 먹어보았지만 이렇게 입에 부드럽게 감겨 드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참숯을 넣고 홍삼을 넣어 냉장고에서 숙성시킨 막걸리 한 사발을 곁들여 한 점 두 점 먹다 보니 어느새 접시 바닥이 보인다. 막걸리로 삭힌 홍어회도 이 집의 별미 중 별미라는데 이날은 조금 덜 삭혀져 제 맛을 내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이미 배가 부른데, “우리 집 빈대떡 안 먹어보면 맛있는 빈대떡 먹어 봤단 말은 하지 마라”는 주인. 도대체 어디서 저런 자신감이……
굳이 이유를 찾자면 집안 내력에서 더듬을 수 있을 것 같다. 김씨의 어머니는 오래 전부터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남한산성 자락에서 ‘남한산성’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어머니의 레서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직접 배운 적도 없으니 전수라는 수식어는 합당치 않은 듯 하다. 하지만 기억 속에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는 정통의 ‘맛’을 재현해 내는 걸 보면, 시집와서 배운 부인의 솜씨보다 남편인 그가 더 원조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엥~ 놋그릇으로 ‘폼’낸 산채비빔밥……

보통 산채비빔밥을 주문하면, 콩나물에 하우스 재배한 나물 네 다섯 가지, 상추, 볶은 고기, 김 가루가 전부일 때 “이름을 믿은 내가 잘못이지” 하며 내 탓으로 돌리기 일쑤다.   
남한산성에서 산채 비빔밥을 시키면 적어도 나물 가짓수에 배신감 느낄 일은 절대 없다. 일단 고기는 빠진다. ‘복고’를 주창하는 주인의 고집 때문에 오직 산채가 전부가 아니라면 야채라도 많아야 한다는게 그의 생각. 큼직한 놋그릇에 얌전히 담긴 야채는 하나 하나 정성껏 무쳐서 올려졌다. 얼핏 보기에도 열가지 야채에 무 시래기와 튀각이 산채비빔밥 맛을 한결 더해주고 중앙에 버티고 앉은 계란프라이는 도토리 묵을 품고 있다.
놋그릇에 정성껏 담긴 모습이 하두 얌전해서, 마구 비벼 먹기 미안한 마음이 든다.
막창 순대를 먹고 온지 4일, 기사를 쓰면서 남겨두고 온 순대가 자꾸만 눈앞을 들락거린다.  
“제가 남긴 순대…… 돌려……주세요……”

*영업시간   연중무휴 11:00 am ~
*주소   120W Esplanade
               North Vancouver
*전화   (604) 985-8828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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