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당(Liberal) 폴 마틴 총리는 이민자들에게 부과되는 정착 수수료(landing fee)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3일 발표했다. 정착 수수료는 1995년 당시 재무부 장관이었던 폴 마틴 총리가 연방정부 예산적자에 대한 대응책으로 예산안을 통해 발의해 도입된 제도다. 이 제도에 따라 캐나다에 입국하는 성인 이민자는 정부 수수료 명목으로 1인당 975달러를 부담하고 있다.
그간 이 제도에 대해 각 이민 커뮤니티는 반대 의견을 밝혀 2000년에는 난민에 대한 정착 수수료가 철회되는 등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신민당(NDP) 등 반대 입장에 선 정당과 단체들은 정착 수수료를 ‘인두세(head tax)’라고 불러왔다.
마틴 총리는 3일 빅토리아 유세에서 “연방정부가 해외에 사는 친척들과 이민 온 가족들의 재결합을 반드시 지원해야 한다”며 이와 관련된 이민 장벽 제거를 위해 “정착 수수료를 차기 집권시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마틴 총리가 공약한 정착 수수료 폐지는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시행 첫 해에는 현재 975달러에서 600달러로 인하되고 2년차에 300달러로 낮춰지며 3년 후인 2009년에 완전 폐지된다. 이에 따른 정부부담은 2억2500만달러 규모로, 이후 폐지에 따라 정부 세입은 연 2억1000만달러가 줄어들게 된다. 캐나다 언론들은 정착 수수료 폐지 공약 발표를 보도하면서 자유당이 기술이민 인원을 늘리겠다는 공약과 동시에 이민자들의 해외 친지초청 기준완화 공약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보수당(Conservative)과 신민당(NDP)도 이민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을 일제히 내놓았다.
보수당 스티븐 하퍼 대표도 4일 자유당과 유사한 공약을 발표했다. 보수당의 공약은 집권시 정착 수수료를 현행 975달러에서 절반으로 즉시 삭감하고 시간을 두고 100달러까지 낮추겠다는 것이다. 또한 신민당은 평생에 한 번, 현행 이민법상 초청이민 대상이 아닌 친척을 초청할 수 있는 권한을 이민자와 시민권자에게 부여하는 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보수당의 정착 수수료 인하 공약은 자유당이 거의 같은 내용의 공약을 발표한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하퍼 대표는 자유당이 보수당 공약을 급조했다고 비판했다.
하퍼 대표는 “새 이민자에게 가장 큰 장벽은 해외기술(자격) 인증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라면서 인증 부재는 “가족들의 꿈을 무산시킬 뿐만 아니라 캐나다에도 이득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하퍼 대표는 집권 시 해외에서 취득한 기술자격에 대한 평가 및 인증기관을 설립, 이민자들이 캐나다 이민 전 경력과 기술에 대해 인증을 받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퍼 대표가 밝힌 해외기술 인증기관 설치는 이미 호주 등 외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제도와 유사한 것이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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