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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응원과 폭동,들끓었던 밴쿠버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6-17 16:52

15일 북미아이스하키리그 결승 흥분의 도가니
10여만 시민 거리 운집… 밴쿠버 사상 최대

[현장르포] 15일 밴쿠버 커낙스와 보스턴 부루인스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탠리 컵을 놓고 결승전을 치렀다. 밴쿠버 홈 경기로 경기장은 물론 거리에도 커낙스를 응원하고자 모여든 시민들로 가득했다. 올림픽 이후 최다 인원이었다. 경찰은 이날 거리 응원을 위해 10여만명이상 운집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예상보다 많은 인파에 취재를 위해 서둘러 전광판 쪽으로 이동했다. 전광판 밑은 스탠리컵 결승전을 치르는 동안 거리응원을 취재하기 위해 취재진이 모이는 자리다. 전광판 바로 밑이기 때문에 경기는 관람할 수 없어 한가한 편인데다 시민들의 표정을 관찰할 수 있는 장소다. 옆 자리에서 취재를 하던 기자가 사다리를 가져왔는데 사진 촬영에 필요하면 함께 쓰자고 제안했다. 이어 “한인들이 아이스하키를 좋아하느냐”, “한인 사회에서 이번 경기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냐"며 관심을 보였다. 


<▲ 커낙스의 승리를 기원하며 모여든 10만여 인파 >

경기 시작을 1시간 앞둔 시간. 예상보다 많은 인원에 보안을 고려해 경찰과 보안요원이 시민들의 출입을 제한했다. 진입로에는 추가 펜스가 설치되고 경찰은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응원장에서 밖으로 나가는 시민들에게는 재입장할 수 없음을 설명했다. 진입하지 못한 시민들은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고, 경찰이나 보안요원이 없는 곳을 찾아 펜스를 넘어 응원 장소로 들어왔다. 통로 남겨두었던 자리도 모두 시민들로 메워졌다. 입장하지 못한 시민들은 음식점 등 TV가 설치된 장소로 이동했다. 경기를 관람할 수 없는 거리에서도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정보를 교류하며 커낙스의 승리를 기원했다.

 


<▲ 시민이 예상인원보다 많자, 경찰이 응원장의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통제를 무시하고 펜스를 넘는 시민 >

오후 5시. 경기가 시작되자 함성이 터져 나왔다. 사상 첫 북미아이스하키리그 우승이라는 기대에 좀처럼 함성은 줄어들지 않았다. 밴쿠버 커낙스가 1점을 실점한 채 첫 피리어드가 종료됐다. 시민들은 마지막까지 홈 경기 어드밴티지를 기대하며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 얼굴에 커낙스를 그려 넣은 한 여성의 모습 >

<▲ 파란색 전신 타이츠를 입은 한 남성이 신호등 위에 올라 커낙스 기를 흔들며 응원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
<▲ 3대 0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시민들의 응원 함성은 줄어들지 않았다 >

두 번째, 세 번째 피리어드를 거듭하면서 점수차는 더 벌어지기 시작했다. 거리에 운집한 시민들은 3대 0이 되는 그 순간까지 ‘고 커낙스 고(Go Canucks Go)’를 연호하며 팀의 선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4대 0으로 패색이 짙어지자 시민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자리를 떠나는 시민들이 눈에 들어왔다.


<▲ 패색이 짙어지자 커낙스를 응원하던 시민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

경기 종료 2분, 폭동으로 물든 밴쿠버 거리 
연기와 최루탄 냄새로 뒤덮여…

경기 종료 2분전, 전광판 쪽으로 병들이 날아들었다. 옆에 있던 기자가 ‘성(본 기자의 이름), 와치 아웃(Watch out)’하면서 들고 있던 카메라를 잡아당겼다. 이어 바로 옆에서 병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플라스틱 병이 아닌 유리병이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날아드는 물건의 종류도 하키 스틱, 가방, 스탠리컵 모형물 등 다양해졌고 갯수는 늘어나고 있었다. 전광판에 맞기도 하고 시민이 맞기도 했다. 이어 다발적으로 짧은 비명소리가 들렸고 가족 단위로 응원을 나온 시민들은 황급히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자녀의, 연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경찰과 보안 요원들도 시민의 이동로를 확보하기 위해 설치했던 펜스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 경기가 종료되자 전광판 팬스 앞으로 달려든 시민들 >

경기가 종료되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시민들 10여명이 전광판 쪽으로 달려들었다. 안전을 위해 설치된 펜스들을 밀어 넘어트리기 시작했다. 모여 있던 취재진들도 자리를 떠났다. 계속해서 병들이 앞쪽으로 날아 들고 병을 피하려는 시민과 떠나는 시민, 그리고 앞으로 전진하는 시민들이 뒤엉켜 거리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전광판을 향해 폭죽이 발사되기 시작했다. 화약 냄새와 마리화나 냄새가 뒤섞여 거리에 퍼졌다.


<▲ 성난 시민들이 준비해온 응원 도구를 태우고 있다. 거리는 검은 연기와 타는 냄새, 그리고 최루탄 냄새로 가득했다 >
한쪽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 연기가 피어 오르는 자리로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몰려갔다.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른 자리에는 수 십여명이 모여 가져왔던 응원 도구, 티셔츠, 기(旗) 등을 태우고 있었다. 캐나다 포스트 옆 도로에는 차량 한대가 뒤집혔고, 시민들은 이에 달려들어 차를 발로 걷어 차거나 올라탔다. 차의 범퍼를 떼어 던지기도 하고 크고 작은 몸싸움도 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로 가득했던 다운타운 거리에는 이제 욕설이 난무했다.

<▲ 쓰레기로 가득한 다운타운 한 켠 >

웨스트 조지아가(W Georgia St.)와 그랜빌가(Granville St.)에서는 거리 응원 시민 수 천여명이 시무어가(Seymour St.) 쪽으로 전진했다. 전진하면서 설치됐던 간이 화장실을 넘어트리고 쓰레기통을 부수는 등 과격한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간이 화장실과 쓰레기통이 넘어지면서 악취가 진동을 했다. 간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파란 액체가 거리에 퍼졌다. 잠시 후 무장한 경찰이 출동했다. 출동한 경찰들의 수는 10여명 내외. 경찰들은 전진하는 시민들에 빠른 해산을 요구했으나, 수적으로 밀렸다. 시민 수 천명은 경찰과 10미터 남짓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 앞으로 전진했다. 시민과 대치하는 상황에 이르자 추가 경찰력이 투입되고 강제 해산 작업이 시작됐다.


<▲ 캐나다 포스트 앞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이 폭도들에 의해 파손되고 있다 >


수 적으로 열세인 경찰에 도로 표시 도구 등 물건들이 하나 둘씩 날아들었다. 욕을 퍼부으며 달려드는 폭도들도 있었다. 경찰은 방패와 경찰봉으로 이들에 대응했다. 한 남성이 천천히 경찰에 다가가자 경찰이 경찰봉으로 진압한 뒤 붙잡았다.
 


<▲ 10여명의 무장한 경찰이 진압에 나섰지만 폭도들을 제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진은 날아오는 도로 표시 도구를 방패로 막고 있는 경찰. >

<▲ 수적으로 열세였던 경찰이 뒷걸음 치자 한 폭도가 달려들었다. 사진은 경찰이 폭도를 진압하는 모습. >

경찰의 강제 해산작업에도 시민들은 쉽게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경찰은 경찰봉으로 위협하고 소리지르며 시민들을 몰아내면서 다시 들어오려는 시민들을 통제했다. 이때 캐나다 포스트 앞쪽에서 폭발음이 들리고 시민들이 달려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폭발음이 들린 쪽으로 가려 하자 경찰이 이를 막았다.


<▲ 다운타운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시무어가(Seymour St.)와 펜더가(Pender St.)쪽으로 이동했다. 이곳도 조지아가와 다르지 않았다. 내몰린 시민들 중에는 신문 가판대를 부수고, 세븐 일레븐 편의점의 창을 깨는 폭도도 있었다. 여기에 놀란 점원이 거리로 나왔다. 다급하게 전화를 거는 모습이었다. 식당 주변에는 종업원미 모두 나와 창가를 지켰다. 시무어가 도로 한가운데에서는 과격한 몸싸움도 벌어졌다.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한참 후에야 경찰이 도착했다. 여기 저기서 포성소리가 들렸고 흰 연기와 함께 최루탄 특유의 매운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한 폭도가 쓰러진 신문 가판대 위에 불을 붙였다. 가판대 위에 놓인 물건이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최루탄 연기를 뒤로하고 주차를 했던 헤이스팅스가(Hastings St.) 인근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눈과 코가 매웠다. 다른 곳에 비해 인적이 드물었지만 보이는 물건이나 건물마다 발길질하며 욕설을 퍼붓는 시민들이 보였다. 차를 몰아 고속도로 진입로 방향으로 이동했다. 등뒤로 보이는 밴쿠버 다운타운 쪽에는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글·사진=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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