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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화] 내가 최고라니까! 2018.05.14 (월)
조정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열대어 가게 안은 어둡고 촉촉한 습기가 가득했어요. 바닷속 같은 수족관에는 예쁜 열대어들이 수초 사이로 몰려다녔어요. 구석진 수족관에서 거북이들이 가게 안을 살필 때, 주인아저씨는 무언가를 망설였어요. “어쩔 수 없지, 작은 유리병을 사 올 때까지---....
[기고] 겨울 록키가 전하는 말 2018.03.26 (월)
조정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일상의 블랙홀을 벗어나 길을 나서는 일은 나를 비우는 동시에 채우는 일이다. 긴 시간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눈길을 줄 때면, 번잡한 일상의 산란했던 마음이 어느새 고요해진다. 때론 길동무와 정서적 교감을 갖기도 하고 낯선 여행지에서의 자유로움에 마음이...
[기고] 밤하늘 전령이 내게로 2017.11.07 (화)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수필
어둠이 내린 바다는 아늑하고 고요하다. 밀물에 출렁이던 통나무들의 부딪힘도 사라지고 사방은 번잡과 소요에서 벗어나 있다. 바쁘게 주변을 살피던 불루제이들은 벌써 자취를 감추었고 바람에 너울대는 노란 플라타너스 잎새들만 적막을 깨우고 있다. 오늘 밤,...
[기고] 건강한 밥상을 생각하며 2017.09.05 (화)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 수필
해마다 이맘때면 아득한 고향의 여름 밥상이 그리워진다. 제철 채소와 집에서 담근 장으로 정갈하게 만든, 몸과 마음을 다스리던 밥상이었다. 보리밥에 아욱국, 노각 무침, 호박 나물, 간 고등어 찜, 통밀 칼국수---, 텃밭이 둥근 소반 위로 옮겨 앉은 소박한...
[기고] 구례 '운조루'에서 2017.06.24 (토)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봄날 지리산을 향해 달리는 산과 들의 대기 속에는 생명의 에너지가 가득했다. 수목들의 푸르름 사이로 산벚꽃이 뭉게 구름 처럼 피어있고, 산비탈 바위틈에선 연분홍 진달래가 수줍게 고개를 내밀었다. 친구와 차창 밖 풍경에 고향의 봄을 묵묵히 오버랩할 때,...
[기고] 문득 그리워질 시간 2017.04.01 (토)
 아침 6시, 300여 명의 승객을 태운 선 윙의 로스 카보스행 비행기는 밴쿠버 공항을 이륙하고 있었다. 표지판의 안전 밸트 사인이 꺼지자, 우울한 겨울 날씨로부터 탈출을 시도한 승객들에게 샴페인을 제공하겠다는 기내 방송이 들려왔다. 비행기 안은 곧 따뜻한...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겨울 아침 골든 이어 산 순백의 봉우리가 여명의 햇살 속에 눈부시다. 푸른 대기 속에 고요하고 깊은 기상은 티벳의 카일라스가 되어 신비하게 다가온다. 하늘에 닿을듯한 네 개의 눈 덮인 봉우리들은 언제나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다. 산속 나무들이 깊이...
[기고] 풍경 소리 2016.08.17 (수)
장례 예배를 마치고 고인께 명복을 빌던 짧은 시간, 그분은 창백한 밀랍의 얼굴빛과 초연한 표정으로 나는 이제 이 세상 사람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마치 타들어 가는 촛불처럼, 고통으로 무너져 내린 육신은 죽음의 다리를 건너 미지의 세계로...
[기고] 그해 겨울 2016.02.27 (토)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잿빛 밴쿠버의 겨울을 견디는 일은 혹독한 추위에 겨울잠을 자는 곰과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게 한다. 북위 48도 러시아의 하바롭스크와 같은 위도상에 있는 밴쿠버의 겨울밤은 길고도 길다. 칠흑 같은 어둠에 창문을 두들기는 빗소리만 들릴뿐 사방은 너무도...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동화
제135회 월간문학 신인 작품상 수상우리 외할아버지께서 퇴원하시는 날이었어요. 나는 학교 공부가 끝나자마자 집을 향해 달렸어요. 친구들이 등 뒤에서 내 이름을 불러도 못 들은 척하면서요. 할아버지께서 병원에 계신 동안 신나게 하던 게임도 오늘이...
[기고] 특별한 인연 2015.08.29 (토)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불성무물"이라 쓰인 화선지를 탁자 위에 펼치시며 선생님께선 잠시 감회에 젖으셨다.“오늘 초대에 대한 답례로 내가 좋은 글귀를 하나 써봤어요. 참 쉽지 않은 인연인데---, 이석 선생,...
[기고] 감자꽃 한 다발 2015.07.10 (금)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노란 꽃술을 내민 흰 감자꽃 한 다발을 남편이 말없이 건넨다. 수확기를 앞두고 감자 알을 굵게 만들기 위해 꽃을 따내는 남편 옆에서 나는 잠시 감자꽃을 들여다 본다. 희고 보드라운 꽃잎 가운데 샛노란 꽃술을 뾰족이 내민 감자꽃은 너무나 앙증맞다.키 큰...
[기고] 조화로운 인생 후반 2015.03.20 (금)
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 지부 회원작/수필
  봄은 맨몸으로 겨울을 이겨 낸 나무들이 자축의 시간을 갖는 계절이다.   가지마다 수액을 끌어올려 붉은 기운이 감도는 나무들은 깊은 밤 보는 이 없는 어둠 속에서도 화사한 꽃을 피운다. 봄의 전령들이 대기 속에 가득한 오후 온 집안에 아마 씨 기름...
[기고] 여행은 삶의 초록빛 배경 2014.10.21 (화)
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 지부 회원작/수필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유럽의 문화유산 답사라는 기대 속에 나는 지난봄 남편과 23일 동안의 첫 유럽 여행길에 나섰다."아는 만큼 보인다. 특히 준비되지 않은 유럽 여행은 꿸 사슬이 없는 목걸이의 구슬처럼 쓸모없어질...
  겨울의 침묵이 꽃으로 피어났다.  모진 겨울바람을 견디어 낸 강진의 만덕산 동백나무 군락지는 온통 붉은빛이었다.  연둣빛 동박새가 부리에 노란 꽃가루를 묻힌 채 공중으로 날아오를 때, 동백꽃 송이들은 툭툭 나무 밑 잔설 위로 내려앉았다. 대나무...
가슴 속에 지핀 숯불 안고바다 끝에 시선을 던지는묵언의 미덕 겸손한 몸짓은 이제 그만 그대의느닷없고 서투른 결별 속에보일 수 없는 시린 가슴애달픔에 목 메일 때 노오란 흔적에머리를 묻은 동박새깊은 한숨을 더한다 어두운 밤바다 별들은 꽃으로...
  비 오는 겨울 아침, 밤새 내린 비는 풀밭 위에 크고 작은 연못들을 만들어 철새 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브리 치즈와 양송이버섯을 넣은 크레이프는 조슈아 벨의 바이올린곡과 잘 어울리는 아침 메뉴인듯하다. 음악과 풍경을 마음에 담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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