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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정체성을 심어 주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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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3-04-07 00:00

박준형/ Interculturalist
이문화 전문가'Culture Compass' 대표

한국적 정체성을 심어 주는 길

"야! Chris, 저녁 때 우리 집에 놀라와라", "알았어! James. 이따 갈게"
밴쿠버 어느 초등학교 하교시 한국 아이들끼리의 대화 한 토막이다.외국에 사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현지식 이름을 지어 사용한다. 일본에 가면 일본식 이름을, 독일에 가면 독일식, 캐나다에 오면 캐나다식 이름을 쓴다. 신토불이 한국인들에게 각 나라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 수 있는 지식과 스킬을 가르치는 국제화 선생으로 외국에 나가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현지 이름을 사용하도록 권장했었다. 발음도 어려운 한국 이름 고집하지 말고 쉽게 읽힐 수 있는 현지 이름 사용하라고 말이다. 그것이 국제화인줄 착각했다.
미국에 유학와 세계 각지에서 온 사회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이름의 한국화보다는 현지화에 무게를 두었던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독일에서 귀국한 1994년 이후 나는 외국인과의 만남에 줄곧 볼프강(Wolfgang)이라는 독일식 닉네임을 사용했었다. 책도 볼프강이라는 이름으로 냈었다. 혹 리포트에 한국 이름을 쓸 때에도 이름-성의 미국식 순서로 사용했었다. 어느 날 같은 학과의 의식있는 미국인 친구가 왜 독일식 이름을 쓰냐, 누구를 위해 이렇게 순서를 바꿔 쓰냐고 묻고는 한국 사람이면 한국식으로 쓰라고 조언했다. 어찌 이름을 상대방을 위해 바꿀 수 있냐고, 어찌 이름의 순서까지 바꿀 수 있냐고. 어려운 한국이름을 외국 사람에게 읽히는 것 그 자체가 국제화라고 덧 붙였다.

외국에 사는 한국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은 그들의 후손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는 것일 것이다. 몸은 한국인이면서 말과 행동과 생각은 현지인인 이중적 정체성(Dual Identity)을 가진 아이들의 미래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필요하면 한국인처럼 행동하고, 필요치 않으면 현지화하는 아이들이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거리를 낳는다고 서구의 논문이나 기사들이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과 캐나다, 주류와 비주류,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해 방황하고 부모를 원망하게 되며, 급기야 마약와 섹스 그리고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들의 부모는 모두 아이를 위해 이민온 사람들이다.

한국 후손들의 정체성 고양을 위해 몇가지 실천방안을 제시해 본다. 첫째, 한국이름을 유지하자. 외국 이름 갖는다고 아이의 현지화가 앞당겨질거라는 착각에서 해방되자. 자신을 이름을 제대로 부르고 불리도록 하는 노력 그 자체가 정체성으로 가는 길이다. 또한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이름과 성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뜻과 조상의 의미를 알려주자. 북미권의 사람들은 이름 자체에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지만 한국적인 정서에는 이름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것을 이해시키자.

둘째, 가정에서 아이들의 식단을 가능한한 한국식으로 유지하자. 혹 캐나다인 가족을 집으로 초대했을 경우에도 현지화된 음식보다는 한국식 전래 식단을 소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로 일본식 발효하지 않는 된장국(미소시루)을 내놓기 보다는 한국식 발효 된장국을 내놓자. 냄새나는 않는 샐러드보다는 냄새나는 김치를 내놓자. 멕시코식 고추보다는 한국식 고추를 내놓자. 상대방 문화의 음식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수준은 문화 인식의 바닥수준이다. 무시해도 된다. 돌아보면 부끄럽지만 예전 한국에서의 국제화 강의를 통해 '외국가면 마늘이나 된장 먹지 마세요'는 말을 줄곧 이야기 해 왔었다. 이젠 그런 세상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셋째, 또래 한국 아이들과의 접촉 기회를 만들어주자. 교회도 좋고, 과외활동을 통해서도 좋다. 조상대대로 이어온 정서가 비슷하기 때문에 다소 말이 안통한다 하더라도 어울리는데 큰 문제는 없다. 영어 빨리 배우기 위해 한국인 피해다니는 단시안적 편견에서 벗어나자. 이 사회에 있는 한 아이의 언어는 발전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들이 아이들 앞에서 한국에 대한 비판적이거나 부정적인 말들을 삼가하는 것이다. 혹 한국이 싫어 이민왔다 하더라도 겉으로 내색하지 말고,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와 긍지를 가지고 있음을 아이들에게 가장(假裝) 하는 최소한 노력이라도 하자. 문화의 기본 단위는 가정이다. 훌륭한 외적 환경도 부모의 말 한마디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날로 세계는 다양화해진다. 특히 캐나다 밴쿠버는 문화적 다양성의 중심이다. 다양성의 세계에 철저히 현지화된 한국인은 가치가 없다. 가장 한국적인 문화를 가지고 한국인, 가장 한국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이 돋보이는 시대가 지금이요, 그들이 품을 세상이 이곳 밴쿠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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