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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 로스 킹 / UBC 한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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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2-03-05 00:00

로스 킹 / UBC 한국어학과 교수

한국어 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지난 칼럼에는 '투자'라는 비유를 동원했는데 이번 글에서는 그 개념을 좀 더 자세히 검토하려고 한다. 필자는 대학교 차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지 10년 넘지만 4년 전부터 또 다른 차원에서도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 것은 바로 'Concordia Language Villages' (www.ConcordiaLanguageVillages.org)로, 미국 미네소타주의 콩코디아 칼리지 산하에서 1961년 독일어 마을로 시작된 '언어 캠프'다. CLV는 'Immersion Program'을 원칙으로 해서 외국어와 그에 따른 문화를 함께 가르치기 위해 구성된 언어교육 프로그램이다. 'Language Camp' 는 '일상생활'이라는 자연스런 접근을 통해 외국어에 관심을 가진 학습자들에게 문화 활동을 통한 언어 학습 기회를 마련해 주는 공동체이며, 비영리 단체로 운영되고 있다. CLV는 12개의 언어 마을 (스페인, 러시아, 독일, 프랑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일본, 중국, 한국, 미국)로 구성되어 있으며, 참가자의 연령은 만7세부터 18세까지이다. 매년 9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오고, 미국 각주와 외국에서도 온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교육프로그램이다.

필자는 1970년대에 위스콘신주에서 자라면서 7년에 걸쳐 매 여름 방학 때마다 스페인어 마을, 독일어 마을 그리고 러시아어 마을에 단골 'villager'로 신나게 다녔고 대학교에 들어가기 직전 여름에는 스탭으로 독일어 마을과 러시아어 마을에서 일을 해 봤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소년시절의 가장 유익하고도 재미있던 체험들이었다. 그리고 CLV의 이러한 '언어 캠프' 경험 덕분에 외국어와 외국문화에 관한 흥미와 소질이 생긴 것이고 어떻게 보면 나중에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도 CLV '언어마을'들 때문이었지 않을까 싶다. 여하튼 대학교에 진학한 후로 18년 동안 CLV에 대해서 까맣게 잊어버렸다가 1999년도 여름부터 새로 생긴 '숲 속의 호수'라는 한국어 마을 (Korean Language Village)의 'Dean'으로 활동하고 있다. '촌장'으로 출세(?)를 한 것이라고나 할까?

CLV 프로그램들은 비영리 사업이지만 질이 높은 교육과정을 제공하려면 싸구려가 안 되니 학비는 싸지 않은 편이다. CLV 교육과정의 핵심인 2주 프로그램은 올해 미화 1,030달러이고, 고등학생을 위한 4주 'High School Credit Program'(학점 이수 과정 : 180시간의 일년 동안의 고등학교 수업에 해당하는 프로그램)는 미화 2,295달러이다. 숲 속의 호수는 비교적 어린 프로그램으로 매해 여름 참가자수는 80-90명 밖에 안 되지만 작년 여름 한국어 'High School Credit Program'이 신설되었을 때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오하이오, 미네소타주 등에서 11명이 등록했다. 올해 여름은 villager수가 100명 넘을 것으로 예상이 되고 High School Credit 학생들은 20명 정도 오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숲 속의 호수'에 오는 아이들이 도대체 누구일까? '재미 교포 2세들이겠지'라고 생각하기가 쉽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아이들의 약 70%는 한국에서 입양된 입양인이고, 나머지 30%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 때문에 한국에 관한 열정이 많은 백인이나 Hmong인 (미네소타주에 거주하는 월남 소수 민족 출신들)이다. 이상하게도 한국 성씨를 가진 교포 아이는 첫해에 다녀온 홍 씨 남매 빼고는 아직까지 못 봤다.

이렇게 훌륭한 한국어 프로그램에 교포2세 참가자가 왜 이리도 없을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번째 이유는 단순히 홍보의 문제다. 솔직히 말씀 드려 CLV에서는 한인사회에 '숲 속의 호수'에 대해서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되는지를 잘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미국 여러 군데에서 '숲 속의 호수'에 대한 발표를 해 본 결과 또 한 가지의 이유를 발견했다. 다름이 아닌 값의 문제다. 1시간 동안 '숲 속의 호수'의 참신하고도 유니크한 프로그램을 소개하면 한인 학부모 청중이 그야말로 흥미진진하게 귀 기울였다가 맨 나중에 '얼마냐'라는 질문에 봉착하게 되면 '말도 안 된다'나 '너무 비싸다'라는 반응으로 이야기가 끝나버리는 것이다.

교육을 미치듯이 중요시하는 북미 한인 사회를 20년이나 동안 관찰해온 필자로서는 이것이 여간 심각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재미 한인 학부모에게 자녀가 하버드 대학에 입학이 되었다고 하면 저승까지 빚져서 어떻게 해서라도 돈을 마련하는데, 자녀의 한국어 교육이라면 그렇게 인색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한글학교의 경우도 한 번 생각해 보자. 보통 30주 과정에 일주일에 3-4시간씩 다니는데 학비가 200달러도 안 되는 케이스가 보통이다. 100시간의 수업으로 친다면 결국 1시간당 2-3달러 밖에 안 내는 셈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봐서는 한글학교 학부모들도, 한글학교에 오랫동안 다녀본 학생들도 한글학교가 그다지 신통한 효과가 없다고 인정을 하는 것 같지만 한인 학부모들은 항상 자녀들의 한국어 실력 때문에 걱정과 불평을 하거나 UBC 같은 대학교에서 한국어 과목이 왜 그렇게 적을까 탓하는 데 좀 더 질이 높은 한글학교를 위해서 학비를 올리자고 하거나 UBC 한국어 프로그램을 위해서 기금을 마련하자고 하면 도망들 가지 않는가?

영어에 'You get what you pay for'라는 속담이 있듯이 한인사회에서는 한국어 교육에 투자를 하는 만큼 이득을 보는 셈이라고 필자가 믿는다. 그러면 결론 대신에 몇 가지 질문으로 이번 글을 마치겠다. 북미 한인사회가 한국어교육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닐까? 한국어 교육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여러분에게 한국어 교육의 진정한 가치가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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