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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산책] 밴쿠버도심 사진은 여기. 버라드 드라이독 피어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8-09 13:49

Burrard Drydock Pier, North Vancouver
밴쿠버 다운타운의 멋진 야경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 곳으로는 스탠리파크 초입, 그랜빌아일랜드 버라드브리지 보이는 곳, 노스 밴쿠버 론스데일키(Lonsdale Quay)가 꼽힌다. 요즘 한 곳을 더 추가해도 될 듯 싶다. 론스데일키 바로 옆, 이전 조선소 자리에 새로 생긴 버라드 드라이독 피어(Burrard Dry dock pier)다.

버라드만에 200미터 남짓하게 바다를 향해 뻗어 나온 길로 원래는 100년도 전에 생긴 조선소였다. 1906년 월래스조선소(Wallace Shipyard)란 이름으로 문을 연 이래 450척의 배가 이곳에서 태어났다. 1921년 버라드드라이독으로 이름이 바뀐 이후에는 더 많은 배가 건조됐다. 밴쿠버해양박물관(Vancouver Maritime Museum)에 전시물로 서 있는 캐나다 연방경찰(RCMP)의 북극 순시선 세인트 로크(St. Roch)호는 1928년 이곳에서 건조됐다.




또 세계 2차대전 중에는 유럽수송을 위해 캐나다가 만든 군용 수송선 빅토리쉽(Victory Ship) 109척이 이곳에서 3교대로 일한 노스밴쿠버 주민들 손을 통해 태어났다.

요즘 이민 성공 시나리오에도 통하는 "기술과 긍지를 바탕으로 가족이 뭉쳐 착실하게 일해" 성공한 이민자 집안의 성공담이 이곳에 있다. 조선소를 처음 세운 월래스란 사람은 1865년 영국태생 이민자다. 온타리오주에서 일하다가 1894년, 29세에 펄스크릭에 목조 어선을 만드는 일로 시작했다.



사업이 전성기를 맞이한 것은 1차대전이 발발하면서 상선과 군함 주문이 늘어나면서다. 월래스 집안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아버지는 배를 만드는 동안 아들 클레런스(Clarence) 월래스는 유럽전선 전쟁터에서 싸웠다. 지금으로 보면 대기업 회장 아들이 최전선에서 뛴 것이다.

1916년 독일로 가는 길목 이프르스에서 부상을 당한 클레런스는 캐나다로 귀국해 아버지를 도와 일을 시작했다. 클레런스는 천성이 사업가였나보다 군당국은 그의 납기 능력을 낮게 봤지만, 그는 3교대 근무를 도입해 요구량 이상으로 배를 만들어냈다. 독일 잠수함의 집단 공격(울프팩)에 영국으로 가는 수송선의 피해가 막대하자 한꺼번에 수송선과 호위선을 줄지어 출항시키는 컨보이(Convoy)전략을 채택했다. 대량으로 가면 소수의 희생 중에 다수는 살아남는다는 이 생명선 유지 전략을 위해 100일마다 한 척씩 대형 수송함 생산을 요구한 상황에서 클래런스가 이룬 공은 작지 않다.

2차 대전 중에 클레런스는 1만4000명을 고용했는데, 이들이 현재 노스밴쿠버와 밴쿠버 시내 토박이의 토대가 된다. 또한 그는 남녀차등대우가 상식이었던 당시에 여성을 고용하면서 남자와 똑같은 임금을 지급했다. 전후에는 많은 캐나다 여성들이 전선에서 돌아오는 남자를 위해 공장에서 밀려났는데, 클레런스도 여성을 생산라인에서 배제하기는 했지만, 대신 사내 다른 부서에서 일할 수 있게 배려했다.

클레런스의 유명한 일화 중에는 사환으로 고용한 소년이 장장 51년간 일하다 공장장으로 은퇴한 얘기가 있다. 평생고용이 없는 캐나다에서 그야말로 의리의 전설이다. 사람을 키웠던 그는 1950년대 BC주총독에 오르는 영예도 누렸다. 역시 사람에게 잘하는 분이 복도 받고 명성도 누리기 마련. 전후에도 조선소의 경기는 나쁘지 않았다. 밴쿠버아일랜드와 군도를 오가는 페리가 1980년대까지 이곳에서 제작됐기 때문이다. 단 월래스가문은 1972년 조선소를 매각해 그 인연은 정리됐다.


버라드 드라이독 피어는 찾아가는 요일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다. 왁자지껄한 동네잔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목요일이나 금요일 오후 5시 이후에 가면 "쉽야드나이트마켓(Shipyard Night Market)"이 열린다. 크지는 않지만 꽤 괜찮은 야시장으로 밤 10시에 끝난다. 기자가 보기에는 오후 9시가 넘자 파장 분위기였다. 밴쿠버는 올빼미족보다는 종달새와 벌새족의 사회다.

쉽야드나이트마켓 행사는 5월에 시작해 10월까지 이어지는데 올해는 10월25일이 마지막이다. 사진을 찍겠다면 나이트마켓 날은 피하는 것이 좋다. 평일 오후 비교적 한적한 때 찾아가면 곳곳에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있다. 고전적인 크레인을 배경으로 파노라마를 찍어도 좋고, 피어 끝에 가서 밴쿠버시의 야경을 담아도 좋다.



단 밤늦게 이곳에 가겠다면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평소에는 평온한 곳이지만 시버스-버스 정류장 인근에서 오후 11시 이후에는 종종 날치기나 폭행 사건이 발생한다. 피어의 출입도 오후 11시 이후에는 금지다. 이제 좀 지난 일이지만, 심야에 한국인 유학생이 인근을 배회하다 강도를 당한 일이 있다.

운동 삼아 이곳을 찾겠다면 정말 가벼운 산책 코스라 운동이 될지... 반바지에 편안한 신발 신고 커피먹들고 가끔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으며 산책하는 도시인의 공간이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출발점: 노스밴쿠버 론스데이키(123 Carrie Cates Ct) 또는 쉽빌더스스퀘어(138 Victory Ship Way)
촌평: 아빠는 커피들고, 아이들은 론스데일키에서 산 젤리 들고... 운동 안되더라.
주의: 밤늦은 시간에 버스정류장 인근 머물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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