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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서도 외길..최고의 예술로 승화시키고 싶어”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8-10-26 12:32

서울고법-사법연수원 현판, 4.19묘비 등 수많은 작품 남겨 서가협 밴쿠버지회 출범..후학 양성에 혼신의 힘을 쏟을 터 백석 김진화 선생..밴쿠버 박물관서 전시회
팔순을 넘긴 나이지만 서예 얘기를 하는 동안 그의 눈매는 젊은이처럼 또렷또렷했으며 일주일에 세 번 투석을 하는 병약한 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열정적이고 강건한 모습이었다. 한국 서예계의 대가 백석(白石)김진화 선생을 만났다.

“밴쿠버에 정착한 지 벌써 10년이 됐네요. 칠순을 넘겨 아들들이 자리잡고 있던 이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나름 의미 있고 분주하게 살았습니다. 화묵서가회를 이끌며 후학을 양성하고 사람들에게 한국 서예가 갖고 있는 가치에 대해 전하고 살았는데 되돌아보면 하나님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서울 고등법원 옛 현판, 사법연수원 현판, 4.19 묘비, 독립문 이전비 등 한국에서 지나가다 백석 선생의 서예 작품을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국전 서예 초대작가이자 심사위원, 심사위원장을 거쳐 현재 한국서가협회 밴쿠버 지회장으로 있는 백석 선생은 1960년대부터 80년대에 이르기까지 문화 호황을 누렸던 한국 서예계를 이끈 주역이자 수많은 제자를 배출한 서예가의 큰 스승이다.

“한국 교육이 입시위주가 되기 전까지는 서예를 배우는 열기가 제법 높았어요. 국전 입선 후 1965년에 이화여대 입구에서 열었던 서실에는 2백여명의 학생들이 몰리기도 했어요. 지금까지 배출한 제자가 10년이 넘는 오랜 세월을 요하는 국전 초대작가만 20여명이 넘고 서예과 교수 등을 포함해 수천명에 이릅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도 지금까지 저를 잊지 않고 챙겨주고 있는 제자들이 대견하고 항상 고마운 마음이지요”    

75년간 서예를 한 그는 국전 12번, 특선 3회를 비롯해 한국미술협회 금상 등 탁월한 실력으로 국전 추천작가, 심사위원, 전국휘호대회 심사, 한국서예가협회 상임위원 등 대가의 직함에 걸 맞는 많은 경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금 그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화려한 명성의 과거가 아닌 후학양성을 통해 끊임없이 제자들을 발굴해 내는 일이다. 2008년 잊지못할 ‘고희전’을 만들어 준 제자들의 정성과 사랑에도 답하고 싶고 개인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서예를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평생의 소망과 다시 마주했기 때문이다. 

“건강이 안 좋아 밴쿠버에 왔는데 여기서 또 다른 삶의 기쁨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내친 김에 마지막 열정을 쏟아내는 평생의 염원을 이루려 합니다. 혼신을 다해 예술로 승화시키고 싶습니다” 

10년간 밴쿠버에서 다진 시간을 발판으로 필생의 일을 시작한다. 지난 13일 창립총회를 가진 사단법인 한국 서가협회 밴쿠버지회가 바로 그것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선생은 이를 위해 오는 12월30일까지 서예작품공모를 실시한다. 

한글, 한문, 사군자(문인화) 부문으로 모집하고 있는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작품은 본 지회 창립전에 출품, 전시되며 작가는 본회 회원으로 영입할 계획이다. 선생은 지회를 통해 앞으로 본격적인 서예 전수와 후학 양성에 나선다.  

“서예는 할아버지한테 배웠는데 경동중학교에 입학해서 당시 국어교사인 김충현 선생님의 눈에 들었지요. 당대 명필이던 선생님은 서첩 몇 권을 보여주면서 고르라 하셨는데 당시 6.25 직후라 귀한 서첩을 보는 게 흔치 않은 기회였어요. 제가 마음에 드는 글씨를 고르자 선생님이 평생 공부해 왔던 중국 안진경의 안노공체라며 제자로 받아 주셨어요. 개인교습을 받게 됐고 이후 선생님이 창립한 동방연서회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서예를 공부하게 됐습니다.75년간 서예를 했지만 아직도 공부를 합니다. 공부도 그렇고 예술은 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평생 하는 거지요”

지금까지 토론토, 뉴욕 등 미주 지역에서 12회가 넘는 초대 서예전을 가졌으며 국내 개인전만 4번이나 개최했다. 멕시코 선교, 러시아 선교, 알래스카 선교를 위한 전시회, 청소년 장학기금 마련을 위한 초대전 등 많은 활동을 비롯해 현재는 국제교류재단 후원으로 밴쿠버 박물관에서 선생의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캐나다 사회에 한국문화 전파를 목적으로 열리는 이번 미술 전시회에는 도자기 장인 김정홍 도예가와 현대 미술가 윤진미 작가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내년 1월6일까지 계속된다. 

“제 인생에서 종교를 빼고 말할 수가 없겠네요. 당시 제가 살았던 배경과 시절을 돌이켜보면 기독교를 접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었는데 이제 보면 붓을 통해 복음을 전하라는 하나님의 계획이셨던 거 같습니다. 철저한 유교 집안의 장남이 교회를 간다고 하니 반대가 아주 심했어요. 그러나 어른들을 더욱 극진히 대하고 효심을 다했더니 인정해 주셨어요. 교회에서 성구를 쓰고 현판 글씨 등 많은 일을 하게 됐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잘 사용했고 이제 끝까지 잘 써야지요”

헤브론 교회 장로인 백석 선생은 1980년에 연 첫 개인전에 국한문 혼용의 성경구절도 작품에 담았다. 서예는 한문은 물론 한글, 그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예술이다. 선생의 작품은 어렵게 느껴지는 한문체 뿐이 아닌 국한문 작품을 통해 학생들이나 젊은 사람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었다. 

서예는 붓으로 섬세하고 미묘한 선의 움직임에 자신의 온 감정을 화선지에 전달하는 예술이다. 백석 선생은 글을 쓰는 동안 얻게 되는 마음의 안정과 평온함은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렵다며 밴쿠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서예를 접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예술에는 많은 종류가 존재한다. 그러나 도화지 하나에 온 신경과 정신을 담아 표현하는 작품을 75년간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450점에 이르는 팔순 기념 서집을 준비하는 동안 내내 희열과 감동이 더했다는 그의 말에 새삼 대가의 정신이 느껴진다. 선생의 또 다른 꿈을 응원한다.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지난 13일 창립총회를 개최한 한국서가협회 밴쿠버 지회.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백석 선생>
 

 

<▲백석 선생의 도록집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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