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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한인문협 2014 신춘문예- 수필부문 입선] 손박래, 고향

손박래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3-24 15:28

 눈을 감으면 상곤이네 물레방앗간 물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 방앗간은 물을 필요로 했기때문에 동네에서 약간 떨어진 하천변에 있었다. 같은 일가 붙이가 주인이었고 막내아들 상곤이는 같은반 친구였다.
 
  방앗간이 뜸할때면 항상 부근에서 놀았다. 한창 바쁠땐 어른들이 근처에 못오게 했다. 물살에 휘말리면 위험했기 때문이다.
  이 방앗간은 논밭과 가까워서 늦봄과 가을이 대목이었다. 늦봄에는 보리를, 가을엔 벼를 추수 하자말자 도정하는사람들이 줄을 섰다. 60년대 시골은 전기사정이 않좋아서 현대식 방앗간은 꿈도 못 꿀때이다.
 식구가 적은집은 절구통을 사용했고, 대가족인 경우는 디딜방아로 몇일분씩을 찧고 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이불편함을 피하기위해 추수때면 물레방앗간에서 도정을 한뒤 보리나 쌀를 바로 운반해왔다. 또 들에서 집으로 곡식을 운반하는 수단이 오로지 지게뿐이어서 현장에서 타작을한뒤 도정까지 마치면 몇가지 일을 한꺼번에 마치는 효과가 있었다.
 
  이시기만 지나면 방앗간은 조용했다. 길을 다른곳으로 돌린뒤 바퀴밑의 맑은물에서 노니는 고기들을 맘껏 볼수가 있었다. 물이 항상 떨어지는 곳이니 산소가 풍부하고 먹을게 많은 탓에 고기들이 모여들었고 제법 큰 물고기도 심심찮게 보였다. 이놈들을 잡을려고 낚시질을 해보지만 단 한번도 입질을 받아본적이 없다. 물이 맑으니 우리 그림자가 비치고, 맑은곳의 물고기는 잡기 어렵다는 옛말이 헛말이 아님을 실감케 했다. 고기잡이가 쉬원찮으면 조개나 고동을 주웠다. 물길속에서는 제법 큰 모습을 하고 있지만 막상 밖으로 건져 올리면 실망하기 일쑤다.
 
  이런놀이가 싫증이 날 즈음 우린 새로운걸 벌인다. 어른들이 위험하다고 말리는걸 해보고 싶어한다. 실제로 바퀴를 돌리는 것이다. 물길을 트는건 어렵지 않다. 핸들 같은걸 오른쪽으로 돌리면 톱니바퀴가 움직이면서 수문이 열린다. 수량 조절도 가능하다. 물이 많으면 세게돌고 적으면 천천히 돌거나 아예돌지 않는다. 이걸 맞추기가 쉽지 않다. 천천히 돌면 바퀴잡고 따라돌수도 있는데 너무 빠르면 위험하다. 이 물 조절은 우리친구가 전담한다. 대충 걔가하면 맞다.
 이것도 어른들이 오기전에 끝내야 한다. 틀키면 혼난다.
 
  이런 환경 덕분인지 내친구는 교내 회충검사에서 항상 선두권을 유지했다. 귀한 촌충은 물론이고 그당시만해도 약구하기 어려운 디스토마균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친구는 항상 말라 보였다. 핏기가 없고 운동회 달리기 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이 전무했다. 민물고기나 조개, 고동을 날것으로 많이 먹었기 때문이라고 어른들은 말했다.
 
우리들의 아지트였던 이곳도 세월이 흘러 산업화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주변은 도시가 됐고 그자리엔 공장이 들어섰다. 아무리 찾을려고 더듬어봐도 흔적조차 없다. 그러나 그시절에 같이 어울렸던 친구들의 웃음소리, 바퀴의 기계음, 물길트고 올리타던 용기있던 우리들의 모습은 영원히 내가슴속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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