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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U-미니멀리스트 로버트 모리스를 만나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5-08 00:00

‘The Birthday Boy’, 북미 최초로 SFU 갤러리에서 상영

이탈리아의 도시 플로렌스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들르는 곳을 꼽으라면 아마도 아카데미아 갤러리라고 답할 것이다. 그곳에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다비드를 주제로 만든 비디오 설치미술 ‘The Birthday Boy’가 지난 3월 29일부터 5월 3일까지 SFU 갤러리에서 전시 상영됐다.

‘The Birthday Boy’는 20세기 후반의 가장 중요한 미니멀 아티스트로 거론되고 있는 로버트 모리스의 작품으로, 2004년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500주년 기념 행사에 맞추어 제작되어 다른 유명한 예술작품들과 함께 플로렌스의 아카데미아 갤러리에서 처음 발표됐다. 그 이후 2007년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 상영됐고, 북미에서는 이번 SFU 갤러리에서의 전시가 처음이다.

SFU 갤러리 안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도 필자는 이 작품에 대해 전혀 몰랐다. 미술전시회라고 하면 대개 전시되어 있는 그림이나 조각품을 감상하는 것을 기대하듯, 이번에도 역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로버트 모리스 라고 하면 현대 미니멀리즘 조각가의 대명사가 아닌가?

SFU 갤러리엔 어떠한 조형물도 전시되어 있지 않았다. 단지 두 개의 프로젝트가 양 벽면을 향해 동시에 비디오 화면을 쏘고 있었을 뿐이다. 대칭되어 상영되고 있는 비디오에는 각각 한 명의 남녀 교수가 나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옆에 서서 강의하고 있다. 두 화면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것은 다비드 상뿐만 아니라 남녀 교수 왼쪽에 있는 테이블과 그 위에 놓인 와인 한 병과 글라스이다. 화면당 30여분이 소요되니, 두 화면 모두를 관람하고 나면 한 시간이 조금 넘는다.

남녀 교수 둘 다, 미켈란젤로의 500주년 기념 행사의 스피커가 된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는 점잖은 멘트로 연설을 시작한다. 하지만 연설을 하면서 계속 마시는 와인 때문에 점점 감정적인 발언들이 터져 나온다(누군지 알 수 없는 어떤 사람이 잔이 비워지면 계속해서 와인을 따른다. 화면상으론 와인을 따르는 손만 보인다).

여자 교수는 다비드 상을 ‘위대한 걸작품’이라고 칭송하며 연설을 시작하지만, 와인을 몇 잔 비운 후에 다소 얼큰해진 표정으로 다비드 상에서 보여지는 남성우월주의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퍼붓기 시작한다. 그리고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다비드 상은 영원한 젊음을 신봉하는 것이라며 조소한다.

와인에 얼큰하게 취해 그 속내를 드러내는 것은 남자교수도 마찬가지이다. 남자 교수는 500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다비드의 흰색 피부에 대해 맹렬히 공격하는데, 미국을 대표하는 조지 부시를 언급하며, 전세계적으로 잠식되어 있는 백인문화우월주의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여러 은유를 통해 드러낸다.

와인 한 병이 다 비워진 시점에서, 두 남녀 교수가 자신의 눈을 의심할 만큼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진다. 여자 교수 옆에 있던 다비드가 60, 70대 남성으로 변하고, 비슷한 시간, 남자 교수 옆에 있던 다비드는 흑인 여성으로 변한 것이다.

SFU 갤러리 디렉터이자 큐레이터인 빌 제프리씨는 이 작품에 대해 “그저 예술품의 재평가만이 아니라, 조각 소재에 대한 비판적 검토”라고 소개한다. 아름다운 백인 미소년, 건강한 육체의 균형미, 거대한 골리앗을 전복시킨 희대의 영웅, 동시에 구약 시편의 저자로도 알려져 있는 당대의 문화대통령 ‘다비드’가 일반적 견해라면, 그 위에 보이지 않게 덧입혀진 문화 정치적 영향력, 즉, 지배세력의 필요에 따라 예술품에 덧입혀지는 군국주의 신봉, 남성우월주위, 백인우월주위, 백인문화우월주의 등을 로버트 모리스는 이 비디오를 통해 짚어내고 있다.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문화 논평(이 비디오가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의 본성이 가지는 한계와 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비디오에서의 두 교수는 술에 취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자신들이 옹호하는 의견대로 다비드가 (늙은 남성과 흑인여성으로) 변하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것에 대한 의심과 고찰은 대학에서 반드시 장려해야 할 필수덕목이다. 그런 점에서 이 비디오 작품이 북미에서 최초로 SFU 갤러리에서 전시 상영됐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류주미 학생기자 (경제학과 4년) jra13@sfu.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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