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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조속한 3차 북미회담 희망, 남북회담 추진” 트럼프 “서두르면 올바른 합의 안돼”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9-04-11 17:10

개성공단 등 남북 경협...트럼프 "지금은 적기가 아냐"

대북제재...文 "성과 내야" 굿 이너프 딜로 단계적 비핵화 제재완화, 트럼프 "현 상태 유지가 적절" "빅딜"

116분 회담. 실질적 단독회담은 5분 안돼...트럼프, 文대통령 방한 요청에 확답 안해
양국 공동 언론 발표 대신 각각 발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비핵화와 미·북 대화 재개 문제, 방위비 분담금 등 한·미 간 현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대화 재개의 필요성에는 원칙적으로 공감대를 이뤘지만, 비핵화로 가는 과정인 대북 제재나 남북 경제협력, 그리고 미북 대화 재개를 위한 조건 등에서는 이견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미·북이 포괄적 비핵화 방안에 합의한 뒤 북한이 영변 핵시설과 일부 핵심 시설을 폐기하는 조치에 나서면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 조치를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이른바 ‘굿 이너프 딜’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제재 완화를 맞교환 하는 ‘빅딜’과 ‘포괄적 합의’를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조만간 추진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에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초청했지만 최종 합의는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비핵화와 미·북 대화 재개 문제, 방위비 분담금 등 한·미 간 현안을 논의했다. / 연합뉴스

◇대북 제재 큰 입장 차이

트럼프 대통령은 현 수준에서의 대북 제재 유지를 강조하면서, 한국 정부가 주장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부분적 제재 완화에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 대북 지원 문제를 논의할 것이냐’는 기자들 물음에 "적절한 시기가 되면 지원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적기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적기가 되면 북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대로 된 합의가 이뤄지면,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이러한 지원을 할 수 있다"며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논의를 미국 측과 협의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답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회담 전부터 "제재의 틀은 유지돼야 한다"며 한발 물러서는 입장을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할 것인가, 비핵화 때까지 제재를 유지할 것인가’란 물음에 "계속해서 대북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를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이행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고려하지 않는다"며 "현 수준의 제재는 적정한 수준의 제재라고 생각한다.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추가 제재는 고려하지 않지만, 북한이 지금처럼 부분적 비핵화나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한다면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임이 분명해졌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제재 해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과의 접견에서 "미·북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톱다운 방식으로 성과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며, 실제로 그것이 가능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성과’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른 부분적 제재 완화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른바 ‘굿 이너프 딜’ 중재안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단계적 비핵화와 단계적 제재완화를 의미하는 ‘스몰딜’에 대한 질문에 "여러 스몰딜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현 시점에서는 빅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빅딜이란 핵 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게 핵무기는 물론 생화학무기 등 대량 살상무기의 폐기를 요구했던 하노이 회담에서의 입장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3차 미·북 정상회담 "조속히" 對 "서두르면 안 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미·북 정상회담 재개에 대해선 원칙적 의견 접근을 이뤘다. 그러나 3차 미북회담을 위한 과정과 그 속도에 대해선 문 대통령이 ‘조속한 재개’를, 트럼프 대통령은 ‘절차를 밟아야’라며 차이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은 결코 실망할 일이 아니라 더 큰 합의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며 "이제 그 중요한 것은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시켜 나가고 ,가까운 시일 내에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리라는 전망을 세계에 심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께서 계속해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신뢰를 표명해주시고 북한이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잘 관리해주신 데 높이 평가하고 감사드린다"며 "한국은 미국과 함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의 최종적 상태, 그 비핵화 목적에 대해 완벽하게 동일한 생각 갖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칭찬과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3차 미·북 정상회담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단계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서둘러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절차와 속도 조절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차 회담 추진이 빨리 진행된다면 제대로 된 합의가 될 수 없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굿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합의)’과 달리 이날 줄곧 ‘올바른 합의(the right deal)’를 거론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 부부가 11일(현지 시각) 백악관 현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文 "남북정상회담 추진"...트럼프 방한 시기는 합의 못해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조만간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전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 등에 대해선 현재 정해진 것이 없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청와대는 4월 27일 판문점 회담 1주년을 전후해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한을 요청했다. 청와대는 당초 상반기 중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추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시기에 대해선 확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 방한해 줄 것을 초청하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초청에 사의를 표하였다"고 발표했다.

◇116분 회담 중 단독회담은 5분 안돼

이날 한미 정상회담은 오찬을 겸해 총 116분 간 진행됐다.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가 배석한 단독 정상회담은 30분이었다. 그러나 이 중 대부분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모두 발언,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들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이뤄졌다. 우려했던 대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단독회담은 5분도 채 이뤄지지 못했다. 양국 영부인이 동석하는 이례적인 단독회담 형식은 미국 측이 제안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한·미 정상 간 단독회담이 ‘부부 동반’으로 이뤄지는 것을 두고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처음 제기됐을 때 청와대는 "정상 간 대화할 시간은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발언과 언론과의 질의·응답이 끝나자 단독회담을 사실상 생략하고 바로 확대회담과 오찬을 진행했다.

오찬을 겸한 확대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는 별도로 단독 오찬을 했다. 이에 앞서 김 여사는 워싱턴 DC의 키(Key) 초등학교에서 K팝 수업을 참관했다. 김 여사는 학생들에게 "Do you know BTS(방탄소년단을 아느냐)?"라고 물었다. 한 학생이 ‘춤을 추신 적 있느냐’고 묻자 "여러분 나이 때(췄다). 지금도 춤을 추려 하는데 춤을 추면 사람들이 뭐라고 한다"고 했다. 김 여사는 ‘카메라가 이렇게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느냐’는 질문엔 "I hate it(싫어한다)"이라고 영어로 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여사가 최근 꾸준히 영어를 익히고 있다"고 했다.

◇공동 언론발표 없이 한미 따로 발표

한·미 정상은 회담 후 공동성명이나 공동 언론 발표를 하는 대신 양국의 입장을 담은 개별 언론 발표를 했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한미간에 언론발표문은 조율됐다"고 했지만, "한미의 발표문은 서로 다르다"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 비핵화와 제재 완화 등에 대한 의견 차이 때문에 공동 언론 발표를 못 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정의용 실장은 언론 발표문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방안에 관하여 의견을 같이했다"며 "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번의 정상회담을 통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도적 관여 노력이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진전을 이루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고 했다. 정 실장은 "양 정상은 톱다운 방식이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하였다"고 발표했다.


워싱턴=정우상 기자, 이민석 기자, 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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