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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혹은 T, 어쩌면 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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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3-09-11 12:28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MBTI 결과를 본다.
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융의 심리 이론을 토대로 브릭스와 그녀의 딸
마이어스가 만든 성격유형검사다. 생활 양식과 에너지를 얻는 초점, 사람과 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근거에 따른 8개의 지표를 4개씩 조합해 16가지 성격유형을 제시하고
분석한다. 자기 보고식 설문에 개개인이 응한 답을 바탕으로 하나의 유형을 조합해
내는데 고개를 끄덕일 만큼 흥미롭다. 자기 성향을 알고 이해하면 직업 선택이나 사람
사이 궁합 같은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 있는
심리검사다. MBTI에 열려 있는 젊은 세대는 동일 유형을 만나면 친밀감에 더 빨리
가까워지고, 다른 유형을 만나도 서로 이해와 소통에 힘쓴다. 성격이 달라도 MBTI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면 합리적인 조율과 관계 유지에 보탬이 된다. 각각 MBTI를 알고
서로 배려하므로 사람과 사람, 그 관계 속 삐걱대는 소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당신은 ISTJ 현실주의자입니다.
첫 검사에서 나온 성격유형 ‘현실주의자’라는 말이 마음에 걸린다. 의구심을 숨긴
억지를 부리며 설문에 다시 신중하게, 천천히 답을 해 본다.
당신은 ISFJ 수호자입니다. 마음에 드는 결과다.
솔직히 현실주의자보다는 수호자가 되고 싶다. 세월을 돌아보면 수호자와 현실주의자,
둘은 내 안의 지킬과 하이드가 되어 때때로 무게중심을 바꾼다. 거울 앞에 선 수호자는
가끔 저 혼자 부끄러움을 느낀다. 현실주의자는 또 거울을 보며 남모르는 자신을
정당화한다. 수호자인 척 행동하던 자신이 어느 순간 현실주의자로 전락해 버릴 때 오는
자괴감과 허탈함은 한동안 힘들고 아프게 한다. 언제나 변함없는 수호자가 되고 싶다.
수호자와 현실주의자,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두 유형 지표 구성은 3개가 동일하고 나머지 하나만 다를 뿐이다. ISFJ와 ISTJ, 두
성격유형의 첫 번째 동일 지표인 I는 내향형이다. I는 여러 사람과 어울려 외부 활동을
즐기기보다는 혼자 시간을 보내며 내적 에너지를 쌓고 싶어 한다. 내면의 상호작용을
중요시하고 소수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말보다 생각하고 글로 표현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두 번째 S는 숲보다는 나무를 보려는 경향이 크다. 현실에 바탕 한 생활
경험으로 정확하고 철저하게 일하는 감각형이다. 네 번째 J는 일이 분명한 것을
좋아하여 계획적이며 체계적인 삶의 방식을 지킨다. 자신의 엄격한 기준을 갖고 신속한
결론을 내리는 판단형으로 유연성이 떨어진다. 동일한 세 지표의 분석은 적확한 나의
성향이며 성격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지표 F와 T는 판단의 근거에 따른 상반되는 성향이다. 감정형 F는 상황의
특성과 관계를 중심으로 공감과 이해를 끌어내려 하지만, 사고형 T는 원리원칙과
객관적인 정보에 집중하여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판단을 내린다. F와 T의 갈림이 나의
성격유형을 수호자와 현실주의자로 다르게 지정한다. 수호자와 현실주의자의 차이는
지표 F와 T 성향의 차이로 이해된다.
나는 내성적인 사람이다. 조용하고 차분해 감정을 잘 나타내진 않지만,
열정적이면서도 겸손한 태도로 일과 사람을 대한다. 책임감과 인내심을 갖고 한번 맺은
인연을 귀하게 여기며 이해와 배려를 다 하는 편이다. 진정한 수호자 성향이다.
내향적인 나는 때로 원리원칙을 따르지만, 두터운 책임감에 어떤 것이든 마음먹으면
최선을 다한다. 진실한 모습과 행동에 자부심을 가지며 비판적인 생각을 솔직히
얘기하는 팩트FACT 폭력을 날릴 때도 있다. 현실주의자 성향이 확실하다.
어쩌면 나는 F와 T의 경계에서 줄을 타는 곡예사인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균형을 잘
잡고 있으면서 스스로 한쪽으로 무게중심을 놓고 넘어져 있다는 착각 속에 살거나 힘든
현실에 처하면 서둘러 다른 쪽으로 중심을 기울이는 시늉을 한다. 가끔 실제로
넘어지기도 하는 어리석고 어설픈 곡예사다.  
수호자인 나는 내향적이면서도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추구한다.
모임이나 단체의 중간자로서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싸Outsider를 배려하며 함께하려고
애를 쓰다가 스트레스를 받고 완전히 지쳐 나둥그러지기도 한다. 마냥 활달하고
적극적인 인싸Insider 무리 속에서 스스로 겉돌며 침묵할 때도 있다. 때로는 큰
목소리를 가진 열혈 참여자와 대세의 흐름을 감당하지 못해 그동안 잡고 있던 소외된
손을 놓고 관계의 끈을 풀어버릴 때도 있다. 주도자가 되어 주의와 관심을 끌 필요는

없지만, 덩달아 주변인으로 고정돼 버리는 건 원하지 않는다. 효율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죄책감은 벗어 버리고 금세 현실주의자가 된 나를 만나는 순간이다.
 
 
30대 후반쯤 만난 L 선배를 생각한다.
우리의 관계가 남긴 상처는 흔적이 오래도록 선명했다. 단체의 회원으로 만나 함께
활동하던 그는 처음엔 사람 좋은 선배였다. 적극적인 그는 선배와 후배를 두루두루 잘
챙기고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인기인처럼 보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혼자 된 후 자식을
키워낸 아픔과 외로움, 어려움이 쌓여 굳어버린, 심각한 농양이 그의 가슴에 뿌리 박혀
있음을 알게 됐다. 단체의 성격에 맞지 않는 술자리를 자주 만들고 그때마다 취한
상태로 주정을 부리며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겼다. 공적 모임 외에도 선배는 밥 친구,
술친구로 사람을 수시로 불러내고 횡설수설 추태를 부리는 일이 잦아졌고, 회원들은
하나
둘, 그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어느 날 단체는 그를 완전히 퇴출했다.  
수호자인 나는 선배의 파수꾼이 되지 못했다.
선배 앞에서 공감과 이해의 맞장구를 아끼지 않던 나는 점점 피곤해졌고, 퇴출 낙인을
찍는 냉정한 현실에 관계를 끊을 명분을 찾는 현실주의자가 됐다. 한 번쯤 연락하고
만나 쌓인 회포를 풀 수도 있는 관계였는데, 길을 걷다 마주쳤는지도 모르고 지나갈
만큼 우리 관계는 완전히 끊어지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도 사람 사는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인간관계의
아이러니는 지금도 부지기수다. 오늘도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자괴감에 빠진다.
 수호자 혹은 현실주의자, 여전히 그 경계에 서 있는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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