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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 2023.09.25 (월)
구월은 뜨거운 땡볕이 물러가고 하늘이 창을 열고 얼굴을 내 보이는 계절…….  하늘은 맑은 표정을 보이고 비로소 마음을 연다. 어느새 선선 해진 바람도 들국화나 코스모스꽃향기를 실어 오고, 열린 하늘을 향해 피리를 불면 가장 멀리까지 퍼져 나갈 듯싶다.  구월은 그리움의 심연에 조약돌이 풍덩 날아들어 잔잔히 물이랑을 이루며 마음 언저리에밀려오는 듯하다. 맑은 하늘을 보고, 햇볕을 편안하게 맞아들이며 가을의 속삭임에 귀 기울일...
정목일
머리를 톡 쳐 기절 시키고돌려 깎기로 한 바퀴 드러나는 속살 눈이 부시다바람과 태양으로 부풀어 오르고  한기가 스며야 생동하는 환희주름살 하나 없이 달큰한 향만 담아한입 베어 물면 이내 사랑에 빠진다 오늘이 지나면 스러질 어제의 추억내일이면 다시 살아날 오늘의 향기뜨겁고도 도도한 그의 찰 진 삶이다 이 몸은 맨 살의 단단함으로 영글기 위해점에서 시작되는 얼룩 같은 시간일지라도현현顯現한 삶을 얼마만큼 참아냈을까단...
박오은
노송 반닫이 2023.09.18 (월)
머언 사대부 여인의 혼불우리 집 거실 콘솔우쭐대는 서양식 가구 사이홀로 소박한 예스러움뼛속까지 메이드 인 코리아나비경첩문양 백동장식화려한 얼굴로 복(福)과 수(壽)를날마다 염원한다복되거라건강하여라물고기 문양 무쇠 열쇠로바닷속 동굴 그녀의 가슴을 열면수초처럼 가득 자리한 한문물결치며 쏟아져 내린다먼 길 달려온 그녀의 시간은 누우런 한지로 얼룩져 있고숱한 시간 가슴아린 사랑이야기 귀퉁이 한문이 흐릿하다철컥 열리는...
김계옥
어떤 만남 2023.09.18 (월)
  지난 7월 말, 나는 비씨주 내륙 Cranbrook에 있는 Home Depot에 물건을 배달하러 갔다.그러나 한 여름 무더운 날씨에 이곳저곳에는 산불들이 나무들을 태우고 있는 광경을안타까운 마음으로 보며 운전을 하였다. NO.3번 도로는 관광코스로도 손색이 없는도로이다. 높은 산세에 울창하게 퍼져있는 나무들은 마치 푸르른 자연을 화폭 위에그려놓은 것 같다. 뿐만 아니라 깨끗하고 맑은 강과 호수들이 곳곳에 있고, 그 강이미국의 오레곤주 포틀랜드까지...
김유훈
손주들의 세상 2023.09.18 (월)
 2023년 계묘년은 우리 집안으로 보면 기념할 만한 해다. 아들 하나를 키운 우리 부부는 쌍둥이 손녀와 손자가 하나 있는데 금년 새 학기에 쌍둥이 손녀가 13세가 되어 8학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8학년 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혹자는 의구심을 갖으리라. Elementary에서 Secondary School 진학이 중요한 것은 이 동안에 대학 입학 가능성과 전문 분야가 결정되기 때문이다.유대인들은 소년은 13세 소녀는 12세가 되면 성인식을 시행하여 성인으로...
김의원
천둥 같은 빗방울들이 마당으로 쏟아진다마당은 금세 물 바다가 된다날 짐승 먹이로 남겨 둔 아버지의 경전 같은 콩 알들이둥둥 떠내려 간다아버지가 떠내려 간다지상에 남겨 둔 아버지의 유훈,목숨 가진 것들은 다 먹어야 산다고저 풀잎들은 산소를 먹고 수분을 먹고날 새들은 낟 알을 먹고 벌레를 먹어야 살 수 있다는 유훈그 유훈 빗물에 둥둥 떠내려 간다텅 빈 마당,이제 아버지도 가고 콩알도 가고 새들도 숨죽이고 풀숲에 든다빈 하늘만 먹구름...
이영춘
비 오는 날 풍경 2023.09.11 (월)
비가 온다우산을 펼쳐 든 남자 황급히 사라진다할머니가 아이 쪽으로 우산을 기울여 쓰고 간다우산을 함께 쓴 연인들 꼭 붙어 지나간다비를 맞아 바들바들 떨고 있는 강아지를아이는 쪼그려 앉아우산을 씌워주고,촘촘히 점을 찍듯파도처럼 출렁거리며해파리처럼간다 둥둥 떠간다
김회자
  용인 가는 고속도로에서 수원가는 표지판이 눈에 띄고서야 문득 수원 양로원에 있는 요안나가 생각났다. 아! 수원이구나! 요안나가 있는 수원이구나!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우리 일행은 용인에서 다른 가족팀과 합세하여 다음 날 전주로 떠나기로 하고 용인 라마다호텔에 묵었다. 한국을 떠나 반세기를 캐나다에서 살아온 세월 때문에 용인과 수원이 인접해 있다는 사실을 전연 모르고 있었다. 나는 한국어를 하는 이방인이다....
김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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