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최근에 두 권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조정래 작가의 “홀로 쓰고 함께 살다”와 나태주 시인의 “봄이다. 살아보자” 이다. “홀로 쓰고 함께 살다”는 조정래 작가가 문단 50년을 기념하여 독자와의 대화를 쓴 책이고, “봄이다 살아보자”는 시인 세월 50년을 살며 적은 나태주 시인의 산문집이다. 두 권 모두 소설가와 시인으로 50년 간 문인으로 살아오면서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서술한 공통점이 있다. 50년을 꾸준히 작가로서 한 길을 걸어왔다는 것과 오직 독자를 생각하며 많은 작품들을 냈으며, 지금도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는 점이 놀랍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오십, 50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묘한 느낌이 있다. 특히 햇수로 50년이라고 칭하면, 긴 시간이면서, 전환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회사가 50주년을 맞이했다고 하면, 그 회사가 걸어온 역사와 전통이 오래되었다는 느낌이 들고, 결혼 50주년은 “금혼식”이라고 한다. 50년을 함께 해 온 부부로서 서로를 금과 같이 귀하게 여기며 살아온 삶을 축하한다. 나이 50세를 이르는 말로는 공자가 말씀하신 ‘지천명 (知天命)’이 있다. 지천명은 하늘의 뜻을 알아 그에 순응하거나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최선의 원리를 알게 되는 나이다.
앞서 얘기했던 조정래 작가와 나태주 시인의 문단 50년의 삶을 보며, 내가 50년 넘게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참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 온 것 같고, 밴쿠버에 정착하며 산 지도 내 인생의 반을 차지하고, 아이들도 성년으로 다 커서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 없는 나이가 되었다. 크게 문제 없이 무난하게 살아왔고, 하늘의 이치를 아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삶의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 삶의 의미를 조금 더 깨달아 간다는 느낌이 든다. 주름살과 흰머리와 노안이 자연스러워지고, 옛날 과거의 이야기들을 추억을 되새기며 자주 얘기를 하게 되고, 성격이나 사람들과의 관계도 모나지 않게 점점 무디어져 간다. 건강에 신경 쓰고, 건강을 염려하는 나이가 되었고, 모임이나 단체에서는 막내가 아닌 한 발자국 물러선 선배의 위치가 되었다. 젊은 세대들에겐 우스갯소리로 “나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라떼로 말하는 꼰대로 보일 수 있기도 하겠지만, 익어가고 영글어 가는 과일처럼 인생에 있어서는 좀 더 성숙해가는 시기인 것 같다.
새로운 일을 하거나 도전하는 데 망설일 경우가 많다. 처음 사이버 대학에 등록할 당시에도 지금 시작해서 끝낼 수가 있을까, 나이 들어서 공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 공부는 무슨 공부야 등 이런 저런 생각들을 많이 했었다. 이제 졸업을 한 학기 만을 남겨두고 있다. 주위에선 이제 공부는 그만 할 때가 되지 않았냐고 한다. 과정이 힘들긴 하지만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배움의 기쁨도 있다. 새롭게 도전하고, 이루어 가는 단계를 즐기는 지도 모른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을 해 본다. 여행도 하고, 체력을 위한 운동을 하고, 봉사 활동과 정원 가꾸기 등 여전히 이것 저것 일을 많은 것들을 도전할 것이다.
100년의 인생을 보면 50이라는 숫자는 인생의 절반이고, 전환점이다. 연극으로 이야기하면, 인생 2막을 새로운 장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남은 인생의 시간들을 이제 일상의 모든 순간을 행복으로 채우고, 인생의 즐거움과 새로운 전성기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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