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민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짬뽕이 먹고 싶었는지
짜장이 먹고 싶었는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소풍 가기 전날 설렘처럼, 만남이 설레었다
메뉴판을 보며 훅 올라 오는 부담
짬뽕 짜장 하나 먹는데, 웬 부담 하면서도
제천 역전 귀퉁이, 아이스 바로 만든 발 출입문 중국집
엄마 손잡고 들어가 짜장 곱배기 시켜
입에 검은 분칠하며 짜장면 처음 먹던 날
엄마도 먹어봐
됐어 엄만 괜찮아 하곤
뜨거운 보리차 한 잔을 다 마셨지
짬뽕도 친구가 나눠 준 간 짜장 조차 생각보다 맛이 없어
메뉴 판 올려 보며 탕수육 사진이 엄마랑 갔던 제천 중국집 벽 같아
먼저 떠난 엄마처럼 어른 어른 흔들리며 왔다 갔다
밴쿠버 이민 와 수 년 만에 처음 고국 방문 버스 대합실에서
끝없이 먹고 내려 놓던 어묵 꼬치 뜨거운 오뎅 국물
배가 고픈 것이 아니고 추억이 그리웠던
그리움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내리던 날같이
먹을 것이 지천인 세상에서
찐빵을 찾고 오디와 앵두 사진에
쩍 쩍 갈라진 강바닥 같은 갈증을 느낀다
밀가루도 귀하던 날들 홍두깨로 민 칼국수처럼
밥 위에 쪄낸 감자 떡같이 짜장면은 끊어지지 않는 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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