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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의 입양 그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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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3-05-24 09:04

김춘희 / (사)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지난해 추수 감사절 다음 주, 제주도 앞 바다에서 들개처럼 방황하던 캠퍼를 구해 준  이효리씨와 그의 친구 인숙 씨가 우리 집을 방문했다. 그녀들은 우리 집에서 1박을 부탁했고 터키 디너도 가능한지를 문의해 왔다. 전 주에 우리는 이미 추수 감사절 터키를 먹었지만, 그들을 위해서 아들 내외와 가까이 사는 딸이 기꺼이 준비했다. 그때 나는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편도선을 앓고 있었기에  정중한 인사와함께  아이들과 사진만 찍을 수 있도록 청을 했다.  효리씨는 흔쾌히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도록 포즈를 취해 주었다. 유명 가수라는 느낌보다는 막내딸처럼 서글서글하고 정겨운 효리 씨는  호감이 가는  매력 있는 사람이었다. 사진을 찍은 후 나는 곧바로 아래층 내방에 홀로 격리했다. 한국인 손님을 우리 아이들  혼자 접대하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이번만은 어쩔 수 없이 나를 빼고 접대해야 했다. 아이들의 한국어가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서로 잘들 통했는지  밤 늦도록 위층에서는 가끔 웃음소리가 들렸다.  내가 아이들과 함께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아이들이 더 자유스러웠을 것 같았다.

 효리의 캐나다 체크인이라는 프로그램은 그 후 정식으로 TV 연재되어 우리 강아지 편은 12월과 1월 두 번을 걸쳐 방영되었다.  졸지에 우리 가족은 스타로 둔갑을 한 셈이다.

   나는 유튜브를 통하여 이효리 씨가 제주도에서 그의 친구 인숙 씨와 함께 어떻게 유기견을 보살피는지에 대한 방송도 찾아보게 되었다.  제주도는 육지에 사는 사람들이 쉽게 갈 수 있는 사랑 받는 휴가지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자기들이 데리고 살던 강아지를 데리고 갔다가 제주도에 버리고 가버린다는 것이다. 육지에서 온 사람뿐 아니라 제주도 사람들도 개를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개를 버리기 좋은 장소가 바닷가다. 버려진 개들은 자기들끼리 몰려 다니며 야생 동물로 변하여 떼 지어 해변을 떠 돌아다닌다. 또 자기들끼리 가족을 만들어 새끼를 낳고 하여 그 숫자가 늘어난다고  한다.  제주 시에서 이 개들을 거두어 개 합숙을 시키며 강아지 입양을 광고하지만, 입양 숫자는 턱없이 미미하다. 강아지 합숙소에서는 일정 기간이 지나도 입양이 안 되는  개들은 어쩔 수 없이 안락사시킨다.인간들이 만든 개들의 수난이다.  오죽하면 북미주의 동물 애호가들의 활동 무대가 한국을 포함하고 있을까! 이것은 전연 선진국의 모습이 아니다.

  효리 씨와 그의 친구가 우리 집을 떠나 차 안에서 나눈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에게는  3세대 대 가족이 함께 모여 사는 모습이 새롭게 비친 모양이다. 나는 한 번도  우리가 대가족의 일원이라 생각한 적이 없었다. 아들네 4식구와 나 하나뿐인데…  아마도 한국의 핵가족 형태에 비하여 우리 가족이 대가족으로 비친 모양이다. 캠퍼가 우리 집에 들어 온 후로   윗 층 아이들의 소리가 더 많아졌다.  때로는 개털이 날아와 내 식탁 위에 사뿐히 올라와 앉는 무엄함이 있더라도,  녀석이  우리 가정에 베푸는 기쁨이 모든 성가심을  싹 사라지게 만든다.

   효리네를 만나러 드디어 우리는   지난 봄 방학 2주간의 한국 여행 여정에 올랐다. 백수의 시니어인 나는 그 후 2주를 더 머물다 귀 밴 했다. 한국 행 대한 항공 기내에서  스튜어데스가 일부러 우리한테 찾아 와 캐나다 체크인에서 우리를 보았다고 반가운 인사를 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가는 곳마다 심심치 않게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 보았다. 캠퍼 덕분에 우리 집이 이렇게 유명 해 졌다니 어이가 없었다.  그만큼 우리 한국인들은 메디아를 통한 직간접 소통을 많이 하는 나라인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캐나다 체크인으로 인하여 밴쿠버에 한국인 관광객이 예정보다 훨씬 많아졌다 하니 캐나다 체크인은 관광 사업에도 일조한 셈이다.    한국 사람들의 통신 미디어 힘을 과시한 한 예였다고 생각한다.

  제주도에서 우리는 두 번에 걸쳐 효리 씨네 와 저녁 식사를 했다. 바닷가 전통 한식집, 그리고 무슨 근사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흑 돼지구이 한정식을 했다. 우리 아이들이 한국에서 가장 좋아했던 음식 중에 하나로 흑돼지구이는 손꼽을 만한 메뉴였다.  식사 중에 나는 그녀가 쓰고 있던 모자가 내 맘에 든다고 했더니 선뜻 자기 모자를 벗어 내게 선물을 했다. 식사 후 헤어져서 호텔  문을 나서는데 효리 씨가 우리 차에 전화를 걸어 왔다. 조금 앞에 나가면 경찰이 음주 운전 단속을 하고 있으니, 막걸리를 마신 사람은 운전하지 말라는 귀뜸 당부였다. 그녀는 그렇게 우리를 배려해 준 따듯한 사람이었다. 팝송 가수라기보다는 배려심 깊은 딸 같은 다정한 여자였다.  캠퍼를 입양한 덕분에 우리는 제주도에서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고 추억을 쌓았다. 다시 또 놀러 오라는 그들의 인사말은 우리 아이들의 한국에 대한 애정을 더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도 나는 효리 씨가 준 모자를 눌러 쓰고 산책한다. 이곳 메이플리지 동네에서 이상순 씨의 바닷가 카페 롱플레이를 벌써 그리워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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