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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974년 첫 딸이 두 살 쯤 되어 캐나다 이민 바람을 타고 몬트리올로 훌적 떠나 왔다. 캐나다가 어떤 나라인지는 대충 알았지만 할로윈이라던가 하는 이 곳 풍속을 전연 알지 못했다. 어떤 교회에서 저렴한 가격에 유아 방에 아이를 맡겨도 된다기에 딸 아기를 잠시 맡긴 적이 있었다. 아이가 너무 집에만 있으니까 ‘엄마 심심해“ 하며 아기 식으로 불평을 간간히 해 오던 차라, 유아 방에 가서 다른 아이들과 놀다 오라고 보냈던 것이다. 아이가...
김춘희
별똥의 노래 2018.08.21 (화)
어렸을 때 나는 아주 내성적이고 용기가 없어서 동네에서 아이들과 잘 어울려 놀지 못했다. 오빠와 언니를 졸졸 따라 다니다가 놀이에 끼어줘야 놀았다. 그러나 한번 놀이에 끼어 한판하면 난 열심히 뛰고 숨고 신나게 놀았다. 엊그제 같은 옛날 이야기다. 나는 이제 무슨 놀이를 하고 살고 있지? 가끔 내가 뭘하고 노는지를 살핀다. 놀이라기보다는 자투리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는가 하는 것이다. 오늘처럼 아들 식구들이 모두 주말 캠핑을...
김춘희
늙어서 사는 맛 2018.06.04 (월)
진정한 친구란 멀리 떨어져 살아도 늘 가까이 사는 사람처럼 가믐에 콩 나듯 전화해도 변치 않는 옛날 그대로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서 원하기만 하면 영상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으며 얼마든지 빠르게 소통한다. 그러나 진정한 친구는 요란스레 문자나 영상통화가 아니라도 그저 전화 한통이면 그거로도 족하다. 친구도 나이를 떡 먹듯이 먹어 치워 80이 휠 씬 넘어갔다. 70 때만해도 늙은 할머니가 뭘 그리 젊은 척하느냐고 늙음을 빈정댔더니...
김춘희
참새와 제비 2018.04.10 (화)
참 오래전에 캐나다 동부 몬트리올에 살 때의 우리 집 어느 해 여름 풍경이다.하필이면 제비가 왜 그 자리에 집을 지었는지 모른다. 우리 집 앞에는 큰 고목나무가 그 옆으로도 키가 큰 나무들과 마당을 감싸 안은 담쟁이 나무들 때문에 우리 집은 마치 숲속의 집 같은 분위기였다. 게다가 집이 단층이다 보니까 새들이랑 다람쥐들이 아주 겁 없이 우리 집을 넘보았다. 문을 열어 놓으면 다람쥐가 집안에 들어오려고 하질 않나 새들이 벽난로 굴뚝으로...
김춘희
박 선생 어머니 2018.01.22 (월)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김춘희]박 선생 어머니                                                             김 춘 희   거의 40년을 살았던 몬트리올을 떠나 밴쿠버로 완전히 이사 오기 까지 족히 3년은 걸렸으리라. 살던 집을 팔고 임시로 아파트에 살면서 일 년에 두세 번 밴쿠버 사는 아들 집을 왔다 갔다 했다. 그래도 남편이 가고...
김춘희
황혼의 노래 2017.04.15 (토)
카나다는 유럽보다도 더 크고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의 45배 이상이나 되는 큰 나라다. 이렇게 덩치 큰 나라에 우리는 1974년 하필이면 퀘백주의 몬트리올로 이민 가서 40년을 거기서만 말뚝을 박고 살았다. 그러나 어느 날 남편은 먼저 하늘나라로 갔고 아이들도 모두 집을 떠나 독거로 살다가 아들이 있는 밴쿠버로 살림을 합쳐 산다. 돈 들여 여행도 하는데 나는 돈 들이지 않고 동부와 서부를 몸으로 살고 있으니 나쁘지 않은 황혼이다.몬트리올...
김춘희
올 해 도 어김없이 양귀비꽃과 함께 11월은 찾아왔다. 나는 어느 해 부터인가 11월이 오면 그 꽃잎을 사서 가슴에 달고 다닌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 꽃잎을 달면 누군가로부터 너도 달았구나! 너도 뭔가 위령의 뜻을 알고 있구나! 하는 말을 들을 것만 같은 기분으로 달고 다닌다.10월 마지막 날 잡귀들이 판치는 할로윈이 끝나면 다음 날부터 양귀비꽃이 제 철을 맞는다. 11월은 가톨릭교회에서는 위령의 달이라고 한다. 11월 첫째 날은 모든...
김춘희
어린 아이의 마음 2016.06.17 (금)
'마미 함니(할머니) 룩 앳 더 문, 와우!' 큰 손녀가 아직 3살이 되기 전이었다. 아들네와 함께 오카나간 근처 포도원이 여기 저기 산재한 아름다운 곳에서 몇일 바캉스를 즐겼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우리는 저녁 식사를 동네 식당에서 마치고 숙소로 가던 중 언덕을 바라보며 차가 올라가고 있었다. 어른들은 자기들끼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꼬마가 갑자기 함성을 지른...
김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