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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떼의 수난 2022.06.15 (수)
유네스코가 지정한 관광지 가스페 반도(Gaspé)는 우리가 1980-90년 사이에 여름마다 찾아갔던 여름 휴가지이다. 몬트리올에서 생 로랑(St-Laurent) 강을 왼쪽으로 끼고 북쪽으로 올라간다. 한나절 드라이브 길에 벌써 바다 냄새가 코 끝을 스친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대서양 어귀에 리무스키(Rimouski)라는 큰 도시가 나온다. 여태껏 보아 왔던 경치와는 사뭇 다르다. 바닷가 근처에 새우나 조개 같은 어패류의 롤 샌드위치를 파는 간이 판매소가 여기저기 눈에...
김춘희
뿌리 내리기 2022.05.25 (수)
4월이 오면 나는 봄바람이 난다. 물병과 아이폰을 챙겨 넣은 망태기를 어깨에 메고 나 만의 산책길을 향해 집을 나선다. 재작년 옮겨 심은 참나물 뿌리가 제대로 잘 자라주면 좋겠다는 바램과 설레임으로 발걸음이 빠르다. 메이플 리지 동네 듀드니 길로 올라 오다가 230 가에서 오른 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공원이 있다. 공원 옆으로 잡풀을 헤치고 어렵게 안으로 들어가면 아늑한 공간이 나온다. 마치 나를 위한 참나물 밭처럼 파란 참나물이 무리지어...
김춘희
말하는 북 2022.02.09 (수)
  몬트리올 공항에서 밴쿠버 행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키가 늘씬하게 큰 검은 색 피부의 두 청년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머리를 여러 갈래로 땋아 뒤로 묵고, 황금빛 바탕에 현란한 튜닉과 바지에 번쩍대는 금 목걸이와 금색 운동화를 신었다. 그러나 눈에 띄는 외모보다 마치 새들의 지저귐같이, 큰 관악기의 고음처럼 들리는 그들의 언어가 더 나를 매혹 시켰다.  그들 중 한 사람이 기내에서 한 자리 띄어 바로 내 옆에 앉게 되었다....
김춘희
캠퍼의 입양 2021.11.12 (금)
아들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이 녀석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갖고 있었다. 녀석의 나이와무슨 종자인지 그리고 어떻게 생겼는지 사진까지 받아 보고 내게도 보여주었다.  '중간치 보다 좀 작은 듯해야 내가 데리고 다니기 좋고, 털 많이 빠지는 것도싫고..' 잔소리 하듯 중얼 거리는 나에게 아들은 녀석의 몸무게와 키는 어느 정도며 영국사냥개 스패니얼이 섞인 잡종이라며 엄마의 산책 견으로 좋을 거라 나를 안심시켰다.  동물 애호가...
김춘희
골목안의 풍경 2021.07.26 (월)
김춘희 / (사) 한국문협밴쿠버 지부 회원  우리 집은 막다른 골목 안에 있다. cul-de-sac(컬드싹), 한번 들어가면 나갈 길이 없다는 골목길. 나는 이 길을 주머니 길이라 명명(明明)한다. 주머니길! 얼마나 정 다운 이름인가.  작년 펜데믹이 시작되던 즈음에, 골목 어귀 한 쪽의 숲을 갈아 없애고 자그마한 어린이 놀이터가 있는 공원이 생겼다. 이 골목길의 아이나 어른들은 저녁을 먹고 나면 공원에서 공도 차고 나...
김춘희
골목안의 풍경 2021.07.19 (월)
김춘희 / (사) 한국문협 밴쿠버 지부  우리 집은 막다른 골목 안에 있다. cul-de-sac(컬드싹), 한번 들어가면 나갈 길이 없다는 골목길. 나는 이 길을 주머니길이라 명명(明明)한다. 주머니길! 얼마나 정다운 이름인가.  작년 펜데믹이 시작되던 즈음에, 골목 어귀 한 쪽의 숲을 갈아 없애고 자그마한 어린이 놀이터가 있는 공원이 생겼다. 이 골목길의 아이나 어른들은 저녁을 먹고 나면 공원에서 공도 차고 나 같은 노인들은 산책도 한다. 공원이...
김춘희
두 친구 2021.04.27 (화)
김춘희 / ( 사 )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그의 생애의 기쁨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  가정을 이루었을 때, 첫 딸 아기를 안았을 때, 캐나다로 이민 온 후 아들이 태어났을 때... 그의 마음을 살펴본다.  낯선 남의 땅에 살면서도 소소한 기쁨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친구와의 만남의 인연을 첫 째 로   꼽아  본다 .     1979 년 이민 5 년 차 되던 그해 연말 부부 동반 동창회가 어느 동창 집에서 열렸다....
김춘희
천사와 별 2021.01.18 (월)
김춘희 / (사)한인문협 밴쿠버 지부 회원11월 마지막 주말이 되면 아들네는 모두 소나무 농장으로 나무를 사러 떠난다. 적당한 크기의 나무를 골라 톱으로 자르고 베어 차에 싣고 나면 어른들은 따근한 커피 아이들은  핫 쵸코릿을 사서 마시고  크리스마스 트리 쇼핑을 끝낸다.   거실에 사다리를 높이 올려 나무 끝까지 올라간 아들은 며느리와 아이들이 일러주는 대로 이리 저리 천사의 위치를 고정하고 장식 등을 키면 아이들은 나무...
김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