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그가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다
그의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이 지나가는지
그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저장하는지
새 소리 물소리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듣고 있나 보다
가끔 뭔가 생각하면서 희죽- 웃는 걸 보면
나는 그의 등 뒤에서 그의 가슴 한쪽을 긋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 듣는다
어느 궤도에서인가 잘려 나온 푸른 이파리 같은 그의 목덜미
목덜미는 가끔 죽음으로 가는 붉은 신호등 앞에 망연히 서서
혹은 의자에 앉아서 귀에는 리시버를 꽂고 혼자서 엷은 창호지 같이 웃기도 하면서
죽음의 집을 짓고 있다 죽음은 삶의 완성이라는 어느 철학자의 철학적인 말을 믿으면서
그는 그 완성을 어떻게 건너갈까, 가서 닿을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의자는 하루 종일 무거워져서 쳐 들 수가 없다
머리는 없고 의자만 있는 형상이다
그림자가 앉아 있다 완성의 길로 가는 그림자가
혼자 길게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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