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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아버지

김유훈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6-01 11:10

김유훈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대한민국의 근대 역사는 실로 기적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이조 말기로부터 시작된 근대화 과정에서 오랫동안 나라를 지켜왔던 유교의 풍습이 무너지고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혼란의 과정을 겪어왔다.  각종 정변은 물론이고, 일제의 침략, 그리고 6.25전쟁을 통해 국민들은 큰 아픔을 겪었다. 이 시대를 잡초와 같이 살아온 우리 부모님들의 세대는 나라를 지키려 목숨을 잃었으며 전쟁 이후에는 가난속에서 가족을 지키려 온몸이 부서져라 일을 하셨던 우리들의 아버지 세대였다. 그리고 그 시절 가정마다 자녀들이 5~6명 씩 되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였다. 이를 말해주듯 우리 세대의 평균 신장이다. 한창 성장해야 할 시기에 영양이 부족하여 키가 크지 못하였다. 마치 지금의 북한군인들 모습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가난은 흥부네 식구마냥 자녀가 많다는 것으로 오해하여 정부에서 3자녀 낳기, 2자녀 하더니 나중에는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 낳기 운동까지 하였다. 드디어 나중에는 동원 예비군 훈련장에서 1 주일 훈련 면제를 해 주는 댓가로 기혼 남자들의 정관수술을 하게 유도하여 희망자들을 보건소로 데려갔다. 내가 이렇게 카나다로 올 줄 알았다면 그 때 손을 들지 말아야 했었다. 대한민국이 그 지독한 가난을 벗어나고자 국가적으로 산아제한 운동을 했던 때가 바로 우리들 세대에 있었던 일이다.   

그 당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이고 공장이나 지하 자원조차 없는 나라에 하나님이 보우하사 위대한 이승만 건국 대통령 덕분에 미국의 도움을 받아 전쟁의 참화에서 일어설 수 있었으며,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 성공으로 대한민국은 급성장 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가발이나 수산물 등을 수출하여 1억불 달성을 기념했으며, 그 후 10억불, 100억불을 수출했을 때 온 국민이 함께 기뻐했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우리의 세대는 이 경제 개발과 함께 일을 했던 세대이다. 전 국민이 수출만이 살길이다 하여 국내에서는 국내대로, 해외에서는 독일, 월남, 그리고 중동에 나가 일을 하며 외화를 벌어 고국으로 송금하였다. 나 역시 이란에 가서 석유공장 건설 기술자로 일하였다.이렇게 가난했던 대한민국과 가족을 위해 온몸을 바쳐 일하였던 세대는 IMF까지 겪으면서 어느덧 노년에 접어들었다. 세월이 이렇게 흐르는 사이에 우리의 대한민국은 수출은 세계 6대 강국이 되었으며 경제는 10대 대국이 되었다. 이 모습을 본 외국에서는 기적이라고 놀라고 있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정신없이 살아온 우리들의 지나온 세월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난 5년동안 고국 대한민국의 정치상황이 너무 암담하였지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후 해외교민으로 큰 시름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 왜냐하면 내가 태어난 고국이며 우리가 젊은 시절 대한민국을 위해 일으켜 세운 나라임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야 내 마음이 안정되고 나니 오랫동안 잊고 살아왔던 내 자신을 비로서 돌아볼 생각이 났다. 그것이 바로 우리들 아버지와 나와 함께 살아온 우리 세대의 모습이다. 지난 세월 힘겹게 살아오느라 가족간의 따뜻한 대화나 마음속에 숨겨진 진솔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채 살아온 것 같았다. 특히 자녀들에게 그리고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아버지로부터 듣지도 못하였으며 나 역시 목사였음에도 교인들에게는 표현하고 살라 하였지만 실제 나는 그 말을 하지 못하였다. 그 말을 하는 대신 “이 세상에 하나밖에 둘도 없는 내 사랑아”하며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아버지들의 마음을 담아 부른 노래 “남자라는 이유로”에서 “소리내어 울고 싶다”고 한 가사가 우리 세대를 대변하는 듯하여 많이 불려졌다. 이렇게 울지도 못하고 가슴속에 묻어두고 참고 살아온 우리들 아버지와 우리 세대의 남자들 이제는 황혼기에 접어들어 소리 내어 우는 힘마저 없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장황하게 한국의 역사적인 배경까지 설명하며 우리들 아버지와 우리 세대의 남편들을 위해 말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여보, 사랑해”를 입 밖에 낼 수 없이 살아온 우리들의 아버지들은 그 시절 오직 가족을 굶지 않게 그리고 가난을 물려주지 않게 하려 한 노력이 그 어떤 부드러운 말 보다 더욱 값지다는 것으로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내 나이 칠순이 넘어 우리와 함께 살아온 아버지들을 대신해 이제라도 말로는 직접 못하였어도 우리 세대의 아내들에게 “여보, 사랑해, 정말 사랑해, 그리고 고생 많았어…” 이렇게 글로서 표현하니 너그러이 받아 주심은 어떠하리요.          

그러나 무엇보다 고마운 것은 이런 다정한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어도 평생을 함께 살아온 우리들의 어머니와 아내들이 잘 참고 이겨낸 위대한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에게 뜨거운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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