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철현 /
신발을 벗었다
양말도 벗어 던졌다
걸음마를 하듯 첫발을 내디뎠다
발가락 사이로 깨알 같은 얼굴들
그 따스한 미소들
나는 취한 듯 마구 자유를 휘젓고 다녔다
신발을 벗고 양말을 던져버리고 나서야 알았다
어찌 벗어야 할 게 신발뿐이랴
어찌 던져야 할 게 양말뿐이랴
파도는 소금물로 발등을 씻겼다
나는 점점 허벅지까지 바닷물에 담근 채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아스름 비껴간 시간들
방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젊은 날의 초상과
아직도 갯비린내 역겨운 자아의 가시와
소금물에 씻어야 할 게 어찌 발등뿐이랴
숨 죽을 때까지 절여 담가야 할 게 어찌 몸뚱아리뿐이랴
먼 수평선
하늘은 낮은 데로, 더 낮은 데로 엎드려 가슴을 적셨고
마침내 바다는 녹슨 빗장 풀어
차오르는 밀물로 넘쳐나고 있었다
2013년 8월, 남해 장등 앞바다
벅찬 두근거림으로 붉게 달아오른 노을
그리고 내 서툰 고백과 때늦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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