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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그 여름은 작열했을 뿐장미 한 송이 피워내지 못했다시뻘건 가시들만 앞다투어 속살을 뚫고 나왔다   입 벌린 독사의 송곳니   그랬다부끄럽게도 그랬다   불거져 나오는 것들이 가증스러워 장미는 쫓기듯 사막으로 떠났다   시를 앓았고손가락을 잘랐고 철철 흐르는 검붉은 오열 마중물인 양 탐닉했다    그랬다파렴치하게도 그랬다   해 질 녘 가시투성이 지친 선인장을 만났고사막에서 아스라이 수평선을 품었다...
백철현
놓지 못하는 사람 2017.05.13 (토)
너로촉촉이 젖어 드는 나바람 따라 하냥낯선 하늘길 걷는다드문드문 녹슨 별자국눈에 익은 못 자국 같다얼마나 아팠을까미안한 마음부끄러운 마음그리고너무 보고 싶은 마음차마 놓지 못하는 사람아날은 다 저물어버렸는데빈방에 촛불은 꺼져버렸는데
백철현
눈 집 2017.01.21 (토)
폭 파묻혔구나  하얀 이불 목까지 덮어쓰고춥겠다그러나 네 마음의 노오란 온기야금야금 솜사탕을 먹는구나이 밤에, 몰래몰래너 지금꿈꾸고 있지먼 동쪽 땅, 서쪽 하늘 끝빗물로 달랬던 목마른 영들의 밤그래산맥 같은 파도 속더 깊숙이열 길 물속의 적막구원은 아직도 서럽도록 멀고헐떡거리는 숨사막까지 찬다기도여내 기도여메아리여등 돌리는 한 해의 골목 끝에서또 한 해의 뽀얀 가슴을 넘보는 파렴치,가증할,노오랗게 불 밝힌 네 집...
백철현
구월 볕 아래서 2016.09.23 (금)
구월,풀어헤쳤던 계절의 옷고름 다시 여미면내 멍던 시간은 벌써 저만치그 날의 곡성 앞에 풀썩 주저앉는다그립다보고 싶다숨 막히는 막다른 골목이었을 것이다아픔보다 더 아픈 못다 한 사랑이었을 것이다그래도 튼 살 서로 부비며 한마디 말로만 속삭이던 낙엽바람이어라살아간다는 건그 날, 뼛가루 날리던 서러운 바람이어라보고 싶다목이 메인다그대 마지막 체온처럼 사그라드는 구월 볕,           ...
백철현
물방울 진주 2016.06.04 (토)
물방울 진주- 백철현 (부제 : 2015년 12월 11일 저녁 8시 11분)재                                      한 줌뿌연종말기가 막힌다미안타그저 미안타비 젖은 바람개비처럼 무겁게 돌아가는 나이테뒤돌아보지 마라우리 뒤돌아보지 말자너는...
백철현
결국, 혼자 돌아가는 길 산허리엔 붉은 단풍, 노란 가을 봄 산에 만개했던 바로 그 진달래다, 개나리다 봄은 그때 이미 빨갛게 노랗게 가을을 수 놓았었고 가을 또한 이제 올 봄을 맞기 위해 울긋불긋 잎사귀부터 치장하기 시작했다 봄과 가을은 항상 거기에 같이 있었다 단지 같은 몸뚱어리에 겉옷만 달리 걸쳤을 뿐 단지 삶의 늪에 빠진 우리가 미쳐 눈치채지 못했을 뿐 한 발짝을 비켜서지 못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사느냐 귀한 것, 소중한...
백철현
핏빛 꽃잎들 2015.06.19 (금)
참 긴 터널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었던가별빛 다 쓰러져 버린 날별빛 그리워 눈물짓는 날 섬나라철썩이는 세상파도에 곤한 몸 웅크린 채 새우잠 드는 섬들 기다림과 그리움그리고 서러움과 또 애닮픈 것들 때론 이 섬과 그 섬 이어주는 무지개다리그 아래 세월강 거품 물고 흐르고 끝내 흐르지 못하는 너의 얼굴발목 묶인 채 제자리 부유하는 익사체 봄이 온단다너는 아직 그 자리 맴돌고 있는데 터널만큼이나 긴...
백철현
지는 목련 2015.03.14 (토)
오시는 듯 성급히도 떠나시는 님비단 장갑 흔들며 먼 길 채비하는뽀얀 면사포행여 그 고결함 흐트러질까서둘러 돌아서는 무정함이여남은 자의 속절없는 기다림빈 가지에 철 지난 옷가지처럼 팽개쳐 놓고뒷 모습조차 눈부신 순백의 님이여비단 댕기 잎새바람에도 그네를 타네뽀얀 홀태버선그 황홀한 걸음걸음고인 눈물 마르기 전 선 걸음에 돌아오소
백철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