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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송년엽서 2024.03.04 (월)
백철현 / (사)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1년의 폭은 365미터비껴 간 10년, 또 10년 우리 까마득히 멀어져보이지도 들리지도 눈을 감아요깊숙이 자목련 한 그루씩 심어요 먼 날자색 빛 노을 물드는 저녁 바다 이편에서바다 저편에서 목련 꽃비만후두둑 후두둑
[기고] 뱃멀미 2023.09.06 (수)
백철현 / (사)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회원
다리 위에 서서낯선 바람에 머리를 말린다 긴 장마의 끄트머리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잿빛 구름 속에서 싱겁게 조우한다 배처럼 떠 있는 다리흔들거린다 세상이 돌고나는 멀미를 하고 닻줄을 풀어도 풀어도닻은 결코닿지 않는 것이다
[기고] 고도孤島를 기다리다가 2023.02.27 (월)
백철현 / (사)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어젯밤엔 싸늘한 별 속을 장님처럼 더듬거렸고 오늘 밤은 텅 빈 굴 속에 석순처럼 서 있습니다 내일 밤은 모릅니다 쫀득한 세상이불 속두 다리 뻗고 코나 골고 있을지 딱딱한 궤짝 속 팔다리 꽁꽁 묶인 채 솜뭉치 악물고...
[기고] 고도孤島를 기다리다가 2023.02.21 (화)
백철현 / (사)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어젯밤엔 싸늘한 별 속을 장님처럼 더듬거렸고 오늘 밤은 텅 빈 굴 속에 석순처럼 서 있습니다 내일 밤은 모릅니다 쫀득한 세상이불 속두 다리 뻗고 코나 골고 있을지 딱딱한 궤짝 속 팔다리 꽁꽁 묶인 채 솜뭉치 악물고...
[기고] 부서지는 소리 2022.08.29 (월)
백철현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여름밤은 너무 짧았어요토막 난 꿈처럼요 불기 없는 아궁이,반짝이는 별 몇 개 모아가당찮게도 불쏘시개인 양 쌓아 올렸지요매서운 연기에 캑캑, 찔끔가슴만 아렸을 뿐,밤의 고요는 채 안아보기도 전에 저만치 등을 보이고 말았지요     ...
[기고] 낮달로 걸려 있는 봄 2022.03.07 (월)
백철현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한 차례 함박눈 펄펄했던2월 오후가지마다 탐스럽게 걸터앉은 봄 마중들 환생한 꽃들의 뽀얀 영혼 눈부시다 그래, 기다림은 종종죽은 시간 위를 달려와서둘러 꽃을 피우기도 하지아스름 실려 오는 너의 목소리눈가 주름골 따라 촉촉이...
[기고] 장등 앞바다 2021.08.23 (월)
백철현 / (사)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회원 신발을 벗었다양말도 벗어 던졌다걸음마를 하듯 첫발을 내디뎠다발가락 사이로 깨알 같은 얼굴들그 따스한 미소들나는 취한 듯 마구 자유를 휘젓고 다녔다신발을 벗고 양말을 던져버리고 나서야 알았다어찌...
[기고] 여섯 손가락 2021.04.27 (화)
백 철 현 / 사)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뒷마당 한 귀퉁이, 낡은 플라스틱 화분 하나 나는 겨우내 내팽개쳐진 고아였다   긴 겨울밤 혼자인 게 외로웠고 버려진 게 무서웠다   그러나 나는 모성으로 견뎌왔다   나는 자궁이다 내 피와 살을...
[기고] 초혼(招魂) 2020.10.05 (월)
백철현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간기어이 창가에 나앉는다숨죽은 거리, 눈익은 정적이애잔하다보고 싶다*삼도천에 재 뿌리고 자넬 보내던 날어이없게도 나는 아무것도 몰랐었다이렇게 오랜 시간 자넨 돌아오지 않는데도두 손 모으고 고백해야 할 우리의 만신창이 송가(頌歌),...
[기고] 봄은 없다 2020.05.11 (월)
백 철 현 /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나는 아직 너를 맞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늑장 부리는 찬바람에 언 볼이 찢길지라도 남의 신발로 봄마중 가지는 않으리   삼월이 가고 사월이 가고 꽁꽁 얼어붙은 오월의 들판에서 터진 발바닥으로 서로를 확인할 머나먼 동행  ...
[기고] 엎드리기 2019.12.11 (수)
백철현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추적추적 젖어드는 누른 11월씻어도 닦아내어도 초록은 멀기만 하다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잿빛 버거운 하늘과질퍽거리기만 하는 길 달릴수록찢겨 나딩구는 것은 가엾은 수평이다 곧추세워져 덮쳐오는 것은 경건한 수직이다수평과...
[기고] 터널 2019.07.09 (화)
백철현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멈출 수 없는 곳이기에 그저 달려왔을 뿐이다눈뜬장님매연으로 충전된 발정 난 박쥐들삶은 그렇게 눈물 없이도 흘러갔었다한 때는목련 떨어지는 소리가 지축을 울렸고발아래 짓밟힌 꽃잎들이 아프다 진물 흘렸다또 한 때는  밤으로 달려온 열차이마엔...
[기고] 겨울, 바다에 서다 2019.02.25 (월)
백철현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잿빛 하늘          먹구름으로 고인 체흐르지 못했던 시간들마침내 헝클어진 머리채 풀어헤치며 철지난 소나기로 오열한다아무도 없는 겨울바다이간질하는 칼바람에 휘말려 칼춤을 추는 날 선 비수들허연 거품 물고 파도로...
[기고] 하늘길 2018.10.11 (목)
백철현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아스라이마른 가지 사이로또 그 길은 열리고마침내 하늘을 동강 내고 홍수처럼 그대에게 이른다태평양이야 한걸음에 건너뛸 수 있지만정작 집 앞 실개천은 입술 깨물어도 넘을 수가 없구나어느덧 낙엽 뒹굴고속 빈 강정 같은 뼈마디 저려 올...
[기고] 재두루미 2018.06.25 (월)
백철현 / 밴쿠버 문인협회2018년 1월 31일재의 수요일재를 덮어쓴다는 건죄를 덮어쓴다는 거다죄를 덮어쓴다는 건사랑을 완성한다는 거다먼저 보냈었다사랑했던 그들차마 재를 덮어썼었다눈물로기도로오래 참음으로재를 덮어썼었다해 저문 첨탑 꼭대기깃발 없는...
[기고] 겨울 나그네 2018.01.22 (월)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백철현]겨울 나그네                                                          겨울강 한복판에서오래된 우산을 접는다빗줄기는...
[기고] 가시 장미 / 백철현 2017.09.08 (금)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시
그래그 여름은 작열했을 뿐장미 한 송이 피워내지 못했다시뻘건 가시들만 앞다투어 속살을 뚫고 나왔다   입 벌린 독사의 송곳니   그랬다부끄럽게도 그랬다   불거져 나오는 것들이 가증스러워 장미는 쫓기듯 사막으로 떠났다   시를...
[기고] 놓지 못하는 사람 2017.05.13 (토)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너로촉촉이 젖어 드는 나바람 따라 하냥낯선 하늘길 걷는다드문드문 녹슨 별자국눈에 익은 못 자국 같다얼마나 아팠을까미안한 마음부끄러운 마음그리고너무 보고 싶은 마음차마 놓지 못하는 사람아날은 다 저물어버렸는데빈방에 촛불은 꺼져버렸는데
[기고] 눈 집 2017.01.21 (토)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폭 파묻혔구나  하얀 이불 목까지 덮어쓰고춥겠다그러나 네 마음의 노오란 온기야금야금 솜사탕을 먹는구나이 밤에, 몰래몰래너 지금꿈꾸고 있지먼 동쪽 땅, 서쪽 하늘 끝빗물로 달랬던 목마른 영들의 밤그래산맥 같은 파도 속더 깊숙이열 길 물속의...
[기고] 구월 볕 아래서 2016.09.23 (금)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구월,풀어헤쳤던 계절의 옷고름 다시 여미면내 멍던 시간은 벌써 저만치그 날의 곡성 앞에 풀썩 주저앉는다그립다보고 싶다숨 막히는 막다른 골목이었을 것이다아픔보다 더 아픈 못다 한 사랑이었을 것이다그래도 튼 살 서로 부비며 한마디 말로만 속삭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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