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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기(黃金期) 2014.12.12 (금)
한 움큼씩 제 살점 뜯어내며 혹한 속에, 고독 속에 깃발 없는 깃대로 남기로 한 12월의 나무들이마 찢기고 등골 휘어지도록 소용돌이치는 역류에 알몸으로 맞서기로 한산란기(産卵期) 연어떼죽어야 사는 삶버려야 얻는 생명그 가증할 삶의 절정날이 저문다노을은 그러나 용암처럼 끓어 오른다마그마 같은 석양(夕陽)이 절정에서 스스로 침몰한다밤새도록암흑 속에서, 침묵 속에서 조양(朝陽)을 산란한다산불처럼 피어날 12월의 나무들어느덧 세월강...
백철현
쾰른 대 성당 쌍둥이 첨탑,그 꼭대기오랜 세월 밑뿌리로부터 몸부림쳐 올라온 수액인 양 창백한 선혈낭자하다제단이다흠 없는 어린 양의 피다대속제물이다바벨탑 같은 저 첨탑을 쌓아올린 자,어린 양의 피를 침 흘리며 탐닉한 자,...
백철현
어슴푸레 돌아드는 길목붉은 등불 하나 문패인 양 내 걸었다새벽 안갯속에서 그 길은다시 살아나고파도처럼 출렁거리며 내게로 달려온다아침에 가장 먼저 피는 꽃으로 길목을 단장하고그 봄의 찬란했던 기억벅찬 가슴으로 눌러 가둔다그래, 아직은 남은 어둠꽃샘 칼바람에 파고가 높을지라도출발을 알리는 기적손을 뻗으면 닿을 듯, 닿을 듯아, 닿을 듯......차마 소중한 사람아너를 위하여 다시는 아프지 않을푸른 별 밭 보금자리돌아오라, 너의...
백철현
언제나 빈 들판이었다황량한 바람으로 얼굴을 씻고갈라진 땅 속 깊이 실뿌리를 숨겨두었다누군가를 위한 별이고 싶었다어느 골짜기 들꽃으로 핀다해도눈에 넣어 줄 한 사람으로 인해 빛나고 싶었다돌아가는 길무심한 석양이 등짝을 밀어대지만발 앞에 드러누운 긴 그림자 차마 밟히울까한빨짝 내딛기 조차 힘겨웠다생각해보면 참 긴 그림자를 달고왔다겨울 밤, 빈 방에 촛불...
백철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