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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7-03-04 10:56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상큼하다 했더니
웬걸
앙큼하다
소리 없이 피더니
임의 마음 하나 훔쳐갔다
정신줄 놓은 사이에
내 공들인 사랑은 헤벌쭉해졌다

새침한 것, 발랄하기만 하다
봄을 웃음의 공동묘지로 만들어 놓았다
온갖 죽어야 할 것들이 즐비한 땅 위에
발 디딜 틈 없이 피어
정신줄 놓고 있어도
온 땅이 히죽거리게 하고 있다

괘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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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2024.04.08 (월)
아들이 군대 간다고 둥지를 떠나고문 선생은 중첩된 설움을 곰 삭이며외롭다는 말 대신삼겹살 한 절음 불판에 그슬렸다사방에 튀는 기름 파편을 손등이 접수하며그렇게, 모르는 듯 타들어가고 있다 나무젓가락 사이 낑긴 고기가숨이 붙어 더 살아갈 날을 깨우고 있다참기름장에 발라 입에 넣고떠난 가족을 씹어 그렇게 삼켜 버렸다외로움은 콧날에 상큼하다는 말겨자 한입 넣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혼미한 푸념을 담배 연기처럼 뱉어버리고앉았던...
김경래
비늘 2023.10.04 (수)
옆구리를 만지면안녕의 감탄어를 뱉는다물 압력과 지그재그 가르려는 저항공기를 모방한 심호흡은 늘 얼떨떨했다 짧고 굵은 생식의 모범이제대로 된 세상에서물고기가 책장을 가로지르는 방법이다하도급 체계에 익숙한 먹이사슬을요리조리 제대로 비껴가기 위해뜸한 머무름이생식의 안갯속을저녁처럼 깜박이지 눈앞과 눈 뒤에 달린 얼떨떨한 앨범 사진이랄 게술래의 눈가리개로나무에 눈 붙이고 열을 세다뒤틀린 명암만 비늘에 살짝...
김경래
거울 앞에서 2023.03.28 (화)
나의 사십 대는 갔다생존 앞에 서면 늘 끼니를 대신한 얼굴로사통팔달의 물꼬로 한 획을 그었던 고온 다습했던 내 사정은 피라미처럼 훌쩍 빠져나갔다 각질층이 몇 가닥의 주름 사이로나이테를 긋고 있다토막 난 사연들이 짐을 챙겨기억 저장고로 자리를 옮기고목살 두께로 칸막이를 친다대기압에 눌린 수증기처럼살아 남은 속살은 얼굴 옆선으로만 모인다 꽃보다 아름다운 나의 시간은가을이 되기 전 길을 채비했다떨어지는 꽃을...
김경래
오후 2022.09.19 (월)
내 시야를 간지럽히는 이 태양을좀 더 쬐게 하여 주시옵소서 노을이 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습니다 지나는 철새와 간드러진 아이의 웃음벼랑 끝에 달린 풀꽃의 흔들림까지 아직은 만나 손잡고 사랑해야 할 내 생애의 아쉬움이 너무 많습니다 조금만 더 이 햇빛 아래 머물게 하여 주시옵소서.
김경래
민들레 김치 2022.04.11 (월)
놀랍지 않은가  까탈스런 입안에천하의 부랑아가 씹히고 있다 때로 앙숙들 사이엔포용력이 실마리가 되곤 한다 씹어주던가씹혀주던가.   ——————————————————————————-———————————-—————————————- 하얀 집이 있고, 잔디를 잘 가꾼 곳에 가면 온갖 시름이 사라진다. 주인의 수고는, 비록 잡초를 뽑고 잔디를 깎아야 하는 여름 동안 그 반복적 임무라 해도 힘든 것...
김경래
회 뜨는 식당으로 2021.11.16 (화)
사람이 그리울 땐 식당에 가자음식 파는 자의 손놀림을 보며사물의 평정은 칼잡이의 몫이라는 걸 느껴보자공격과 방어의 회 뜨는 데 다 익숙하잖은가진열대의 자동차도가로세로 좁은 통로에 줄 세우려밀고 당기는 누군가가명령하는 자의 칼날을 지극히 받아내려 했던 증거다우리는 널린 횟감에 대해 진보한 칼 솜씨로나날이 대응하고 있는 거지  피사체 앞에 미각을 갖다 대고 콧날 쫑긋한 겨자 맛의 댓글을 들여다보자하루치의...
김경래
오후 2020.12.28 (월)
김경래  / (사)한국문인협 밴쿠버 지부 회원 내 시야를 간지럽히는 이 태양을좀 더 쬐게 하여 주시옵소서 노을이 되기까지는아직 시간이 남았습니다 지나는 철새와 간드러진 아이의 웃음벼랑 끝에 달린 풀꽃의 흔들림까지 아직은 만나 손잡고 사랑해야 할내 생애의 아쉬움이 너무 많습니다 조금만 더이 햇빛 아래 머물게 하여 주시옵소서.
김경래
33도 2020.07.06 (월)
태양이 가까우면 호들갑스럽고음식물이 열에 빨리 부화하는 건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사냥감만 겨냥한 채 얼마나 많이우리는 어중간해 했던가나사를 뽑다 말고어설프게 남겨둔다든지진입구가 통제된 극장 앞에서암표상과의 흥정한달지행인으로 드라마 한편 출현하고온 친척이 눈을 비비며 찾게하는검지와 엄지 사이의밀어 넣다 만 방향 감각의 잔해과연 대단하다팽팽한 줄 위로 다리 한 짝 올려놓는 일만큼찍찍이 위로 파리 날개 걸터앉은...
김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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