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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7-01-21 10:55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폭 파묻혔구나  
하얀 이불 목까지 덮어쓰고

춥겠다
그러나 네 마음의 노오란 온기
야금야금 솜사탕을 먹는구나
이 밤에, 몰래몰래

너 지금
꿈꾸고 있지
먼 동쪽 땅, 서쪽 하늘 끝
빗물로 달랬던 목마른 영들의 밤

그래
산맥 같은 파도 속
더 깊숙이

열 길 물속의 적막

구원은 아직도 서럽도록 멀고
헐떡거리는 숨
사막까지 찬다

기도여
내 기도여
메아리여

등 돌리는 한 해의 골목 끝에서
또 한 해의 뽀얀 가슴을 넘보는
파렴치,
가증할,

노오랗게 불 밝힌 네 집 앞에서
내가 너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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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철현
어젯밤엔 싸늘한 별 속을 장님처럼 더듬거렸고 오늘 밤은 텅 빈 굴 속에 석순처럼 서 있습니다 내일 밤은 모릅니다 쫀득한 세상이불 속두 다리 뻗고 코나 골고 있을지 딱딱한 궤짝 속 팔다리 꽁꽁 묶인 채 솜뭉치 악물고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백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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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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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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