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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5-08-08 17:16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우리의 불꽃놀이는 끝이 났는가
여름 밤하늘을 수놓던
불꽃 같은 사랑
허무의 꼬리 드리우며
지상으로 곤두박질치노니
 
한여름밤의 꿈이었던가
하냥 봄일 듯
성성한 여름일 성싶던 청춘도
여윈 다리 끄을며
노을 속으로 사위어가고
 
제 5의 계절에 살아야 하는가
사랑의 불꽃도 사위고
청춘의 돛폭도 찢긴 채
별똥별처럼 추락하다가
문득
은빛 미리내 여울목에 이르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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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돌아 가는 강 2020.05.18 (월)
한밤내 강이 흐느낀다 어쩌다 고요와 평정을 잃었을까   무참히 유리파편처럼 일상이 깨어진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이기와 불신의 응벽이 단단했던 거야 문명과 재물에 너무 집착했던 게지 정의 물길이 막혀 사람들이 스스로 섬이 되어버린 탓이야   내 탓이요 내 탓이요 탁한 강물 속 그림자도 제 가슴을 친다   신새벽 동백꽃 멍울 울컥울컥 토해놓은 강이   동틀녁 고요와 화평을 싣고 이섬 저섬 에돌아...
김해영
겨울나무 2019.12.23 (월)
하이얀소복 입은백양목 한 그루뾰초롬눈소름 돋은겨울내를 건넌다티끌인 듯업보인 듯흩날리는 눈보라애틋한 기억도오롯한 소망도미사포에 감싸안고하이얀 눈꽃 뿌리며이내천을 건넌다.
김해영
나무의 길 2019.07.31 (수)
햇살이 따갑다빈속 감추느라 돌돌 감아입은허영의 옷을 벗는다정념,팀욕,아집이헐렁한 대지에차곡차곡 쌓인다바람이 깊다빈속 채우느라 겹겹이 쟁여둔이기의 결을 털어낸다한 줌의 소망,한 삼태기 사랑과한 알의 생명이 빛 사윈 숲을흐북이 채우노라면이끼의 결,허욕의 옷 벗어던진나무들이줄 지어 길 떠난다 끝내 아무도 닿지 못할지 아지 못하는시인의 강에줄 지어 투신을 한다. 
김해영
나무의 길 2018.11.02 (금)
햇살이 따갑다빈속 감추느라 돌돌 감아입은허영의 옷을 벗는다정념,탐욕,아집이헐렁한 대지에차곡차곡 쌓인다바람이 깊다빈속 채우느라 겹겹이 쟁여둔이기의 결을 털어낸다한줌의 소망,한삼태기 사랑과 한알의 생명이빛 사윈 숲을 흐북이 채운다이 가을이 되어비로소나무가 된다나무의 길에  선다
김해영
유월이 2018.06.18 (월)
그네 앞치마는 늘 눈물에 젖어있다 낮에 화사한 웃음을 짓다가도 밤이면 끝내 울음을 놓고 마는 그네 무엇이 그네를 통곡의 벽에 가두는 걸까 예순여덟 해면 상처도 아물고 아픔도 흐릿해지련만 그네의 슬픔은 해가 갈수록 더욱 또렷해진다, 문신처럼 유월 스무닷새 이른 새벽 지축을 울리는 군홧발과 자욱한 포성이 그네의 봄과 여름을 앗아간 이후 그네는 암울한 가을과 겨울에 묻혀있다 그네의 눈물, 뉘 닦아주랴 축축하게 젖은 앞치마, 보송보송...
김해영
희망과 절망 사이 2018.02.13 (화)
아무리 거친 바람도 바람결  틈새가 있다아무리 드높은 파도라 해도 물결 새 쉴 참이 있다아무리 척박한  삶이라 할지라도  설마 웃음 방긋 지을 일 없으랴 거친 바람 부는 사이 고요드높은 파도 몰아치는 틈새  평온척박한 삶의 궤적에서 반짝이는 기쁨의 조약돌을 줍는 사람은희망과 절망 사이그 좁은 간극에서도 행복을 유물처럼 발굴하리니 겨울 종탑에 갇혀그 존재마저도 잊혀져 가는 그대의녹슨 종을힘차게...
김해영
가을을위한시 2017.10.03 (화)
비바람몰아친후 가을이내려왔습니다 초록잎새를누비던볕살도사위고 배반의장미도이울었지만 정적깃든뜨락이 출가하는비구니같아 그야윈몸을어루만집니다 욕(慾)의머릿채를잘라내고 색(色)의청녹을닦으며 들끓던여름골을벗어나 더이상덜어낼게없는가비야움으로 산문(山門)에들어섭니다 바람의밀사에 등떠밀린잎새날아와 말강한산사뜨락에 마음심(心)자차곡입니다
김해영
블랙 레인보우 2017.06.03 (토)
불멸의 무지개를 찾아열사의 사막에 간다 별빛마저붉은 사막의 여명 번민의 향불을 피운사막이명상에 잠긴다고행 나선 수도승처럼태고의 숨결을 찾는 고고학자처럼 한 방울 참회의 눈물을 얻으러열사의 사막에 간다. 달빛 포르스름한사막의 밤 미집(迷執)의 재를 싣고낙타는 꺼떡꺼떡 사막을 건넌다동면을 떠나는 짐승처럼천형을 짊어진 곱사둥이처럼 이윽고검은 무지개가 불멸의 사막을 지배한다
김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