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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5-07-03 13:22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한국을 떠나 밴쿠버에 온 지 십여년이 훌쩍 넘어갑니다. 더 이상 가면 안될 것 같아 서둘러 내려 버린 낯선 역, 이미 제 두 발은 이 땅을 어설프게 밟고 있었고  설레임과 새로움을 서둘러 담기엔 역부족이라 눈꼬리마저 파리하게 떨리고 있었던 순간, 머릿속에는 온통 숨막일 듯한 혼돈만이 윙윙거리고….. 밴쿠버는 제게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본디 논리적이며 철저한 성격도 아닌지라, 인생의 이정표를 새로 정하는 일에도 즉흥적이며 눈 질끈감고 던지고 보는 황담함이 제게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먼저 온 아들을 위해 무작정 이곳에 왔습니다. 저는 그 때도 크리스찬이었고 그래서 도착 후 이틀 만에 부지런히 근처 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리는 열성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 때 누구에게도 크리스찬이라 말했고 내 머리속의 크리스찬의 자격증? 같은 것을 생각하며 크리스찬으로서의 당당함이랄까, 내지는 선한 양심의 소유자, 뭐 이런 정도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 제가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내가 어떤 크리스찬이 되어야 하는지를 깨달아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많은 댓가를 지불한 후에 정말 깨달아 알게 된 사실입니다. 또 선과 악을 하나님 안에서 분별하여 악- 나의 의로는 선한 일이라 여겼던- 에 소진하던 힘을 아껴 선한 일에 힘있게 써야 한다는 것도 깨달아 알게 된 믿음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이곳에 왜 왔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정해서 내린 역인 줄 알았는데 하나님께서는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고 내 길은 너희 길과 다르다.  하늘이 땅보다 높은 것처럼 내 길은 너희 길보다 높고 너희의 생각보다 높다. (사55: 8-9)  라고 하셨습니다. 내 삶을 나의 잣대로 조정하면서 맛보았던 실패를 통해 나는 하나님께서 내 인생을 조정하시도록 나의 얼굴을 하나님께로 돌리는 믿음도 깨달아 알게 되었습니다.
아들을 키우면서 나의 의로 무장된 엄마로서 감당하기 힘든 일이 많았습니다. 믿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성령님의 역사하심이 있었기에 고백하게 하시고 중보하며, 내 힘으로 안된다는 사실을 알았고, 나의 깨어짐 속에 받아 들인 내적 치유는 태교부터 제 아들에게 준 상처와 아픔을 보게 하였습니다. 아들에게 태교 때부터 지금까지 그 상황을 설명하며 이해시키며, 제가 얼마나 하나님의 사랑에 무지했나를, 아들 앞에 그리고 조용히 그 분 앞에 인정했습니다, 아들에게 주었던 상처가 생각날 때마다 아침 편지로 제 마음을 대신했습니다. 성령님은 잊혀졌던 지난 일 들을 기억나게 하시고 약 두어 달이 지나자 제 마음의 찌꺼기가 사라진 듯 했습니다.  

시부모님과의 어려운 관계도 그들의 삶의 가계도를 그려 나갈 때,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우리의 연약함을 어루 만지시는 성령님의 도움으로 설핏 들었던 기억의 조각들이 맞춰짐으로써 그분들의 모습이 떠올라 내 마음 속에 담긴 미움과 불손들, 아픔의 가시들이 느껴졌습니다. 죄송함과 용서를 남편에게 구했는데 정작 전화기 건너편에선 이미 시어머님이 들으시는 그 상황, 그것은 주님이 계획하신 일이었습니다. 주님은 제게 ‘네 입을 크게 열라. 내가 채우리라. (시 81;10) ‘ 하셨습니다. 제가 순종하면 준비하셨던 하나님은 이미 일하고계셨습니다.  시부모님께 어려워 말하기 어려웠던 고백을 저의 체질에 맞게 이루어 주시는 성령님의 역사하심은 제게 진한 감동이었습니다.

또한, 사람과의 관계의 어려움 속에서 믿음의 방향을 잃고 흔들릴 때 목사님께서 주신 말씀은 살아가는 내내 나의 삶의 문패입니다.

 ‘내 영혼아, 조용히 하나님만 바라라. 내 소망이 그 분에게서 나오는구나. (시 62:5).’  제가 참 좋아하는 묵상입니다.  시편 62, 63편은 ‘이렇게 살아있는 내내 주를 찬양하고 주의 이름때문에 내 손을 높이 ……,’ 듭니다.
영적인 세상과 육적인 세상을 두 손에 쥐고 갈등할 때 하나님의 강력한 힘이 저를 굴복시켰고 결국 세상이 주는 불안함과 두려움 대신 주님이 주신 평안을 맛보았습니다.  너에게 평안을 주노라 세상이 줄 수 없는 그러면서 제게 주셨습니다.

우리말에  ‘얼굴’이라는 고유어가 있습니다. 이 말은 15세기 훈민정음 창제시  ‘얼+꼴’ 로 만들어진 합성어입니다.  ‘얼’은 정신, 혼, 넋, 을 의미하며, ‘꼴’은 말 그대로 사물의 생김새나 됨됨이, 또는 처지나 형편 등을 이르는 말입니다. 보십시오. 이제 나의 얼굴은 나의 생각, 나의 됨됨이를 보여 주는 숨길 수 없는 마음의 거울 입니다.  많은 이들이 말합니다. 제 얼굴이 조금 변했다구요. 여러분의 얼굴을 보십시오. 또 옆에 있는 가족과 이웃과 성도님의 얼굴을 보십시오. 슬프고 아픈 얼굴, 힘들고 지친 얼굴, 분노와 초조와 두려움, 사랑과 평안과 온유의 얼굴 등 각양각색의 모습 속에서 우리 안에 있는 영적인 얼굴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주님의 얼굴을 구하면  주님이 주신 평안이 여러분의 얼굴에 흐릅니다. 제 안에 주님이 주인된 후로는 어렵게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제가 잠잠히 주님을 바라본 후로는 말입니다. 제 얼굴이 조금 변했습니다. ‘주님이 중심이 된다. 기도 생활, 믿음, 구원, 묵상…. ‘ 이런 추상적인 명사가 주는 막연한 난해함, 뭇 성도님들에겐 이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제가 잘 압니다. ‘바라본다’, 이것도 어렵지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믿음이 불특정 다수 분들이라 제 글에 동의하실 수도, 또는 공감이 쉽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것이고, 혹은 제 믿음의 깊이를 안타까워하실 분도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주님을 그냥 잠잠이 바라보십시오.

 저는 이제 시작입니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위대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Issac Newton)도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진리의 세계를 ‘바다’라고 한다면 나는 모래사장에서 조개껍데기를 줍는‘소년’에 불과하다’라고 자신을 표현했습니다.

 하나님의 진리 앞에, 그 말씀 앞에 제가 나갔다 한 들 얼마나 갔겠습니까? 그 위대한 과학자도 학문적인 진리를 바다라 할 때, 본인은 모래사장에서 조개껍데기를 줍는 소년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믿음을 갖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알고자 하는 마음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영생은 오직 한 분이신 참 하나님 아버지와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다.’ (요17:3)  이 말씀을 읽을 때 제게는 영생에 대한 정의로  묵상이 되면서 그 동안 멀고 막연했던 영생이 제게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하나님과 그 보내신 예수를 아는 것이 영생이다. ‘ 예수를 아는 것’ -제 경험으론, 알게 되면 믿음이 생깁니다. 믿음이 생기면 성령이 충만해집니다. 지식이 믿음을 가져오고 믿음이 성령을 끌고 옵니다.  우리는 하루 24시간을 만들어 놓고 매일 살고 죽기를 반복하지 않습니까?   매일 천국처럼 영원히 사는  것 입니다. 매일 말씀 읽고 묵상하는 것, 그래서 주를 바라 보게 되는 것,

마음 판에 새겨진 새 언약으로 나의 하나님이 되고 나는 그의 백성이 되어 (렘31: 33)  사는 자는 물 댄 동산 같을 것이며 나와 여러분을 가리켜 부서진 성벽을 다시 세우는 자 (사 58:11,12)라 부를 것입니다. 얼마나 멋있습니까?  얼마나 기쁨니까?

사도 바울은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 며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을 말합니다. 역으로 말하면 이것이 내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비결입니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의지로는 어렵습니다.  새 언약을 사모하며 성령님의 도우심을 구하십시오.

이른 봄 풋과일은 거칠기도 하고 떫기도 합니다. 단 맛도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 제 자신이 쓴 글을 보고 어찌 이리 투박할까? 어찌 거기까지 밖에 몰랐을까? 부끄러워할 수도 있습니다. 글은 제 마음을 비추기에 제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야 하는 이 글쓰기가 힘들었습니다. 성령님께 의지하며 썼습니다.  제가 밝힌 소견은 제 현 상태의 아직도 부족한 제 믿음의 기록입니다. 저는 오늘도 또 새로운 시작입니다. 시작임을 주목해 주십시오. 거칠었던 풋과일이 주님이 내려 주시는 볕에, 잔잔한 물 가에서 때깔 좋고 단맛 나는 주님의 향기과 얼굴을 닮은 아름다운 과일로 익어가기를 소망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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