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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로 길이 막혀 돌아오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3-08 00:00

登聖馬山因大雪不得而還
St.Marks Peak에 오르다 큰눈에 길이 막혀 할 수 없이 돌아오다
 
布衣六七人 초야에 묻혀 사는 우리 예닐곱 사람
於塵世外遊 속세에 있으면서 세속밖에 나온다네
萬壑樹參天 온골짜기 나무들은 하늘을 웃찌르고
大雪亂迷道 엄청나게 내린 눈에 길마저 없어졌네
漠漠寒煙織 차디찬 안개구름 끝없이 자욱한데
歲暮客愁留 이 한 해는 흘러가도,이내시름 머무누나
乾坤身外大 이몸 밖의 세상천지 저리도 위대하니
看雪一杯酒 함박눈 바라보며 이 술잔을 기울이네
 
丙戌陽十二月二十一日與六人登聖馬山途中梅軒坐雪而作
병술 양12월 21일 여섯 사람과 함께 St. Marks Peak로 가는 도중에 매헌은 눈 위에
앉아 시를 짓다.

한국전쟁이 종전협상을 앞두고 무모한 소모전이 치열하던 1953년 5월 29일 뉴질랜드에서 꿀벌이나 치던 '힐러리'라는 한 촌 무지렁이가 34세의 나이로 네팔의 '텐징 노르게이'와 함께 세계의 지붕꼭대기, 8795m의 에베레스트 정상에 인간으로선 처음으로 우뚝 선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탐험대의 일원으로 참가한 이 억세게 운이 좋은 사나이는 두 달도 채 못된 7월 16일그 공로로 영국여왕으로부터 졸지에 작위를 서품받는 대박이 터진 것이다. 그 이후 그는 세계의 오지 뉴질랜드의 촌놈이 아니라 이름앞에 'Sir'라는 극존칭이 붙어다니는 힐러리 경으로 출세하여 오늘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그 위험한 에베레스트에 왜 올라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산이 거기 있으니 올라간다"는 그의 짤막한 코멘트가 더 유명하다. 그렇지만 나는 그의 이러한 답변에 불만이 많다. 너무 기고만장하여 얼떨결에 내던진 무책임한 발언일 수도 있고, 해적 근성 내지 식민주의적 정복심리 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던 당시의 영국.... 종전 후 식민지주의가 추방되어 향수를 느꼈는지, 지구상의 마지막 프런티어로 남아있던 세계최고봉을 선점한 영국의 콧대를 높여준 하수인에 불과했으니 그런 말이 나왔으리라는 배경이 감지되는 것이다. 아무리 잘 봐주려고 해도 교만한 발언임엔 틀림이 없다. 나 같으면 차라리 "산이 좋아서 올라갔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았을까.

대자연이 위대하긴 하지만 실로 무서운 것 또한 대자연이다. 노자도 말하지 않았던가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고.... 자연은 때로는 가혹하며 잔인하기까지 하다. 대자연의 섭리란 것은 우주 전체의 조화로운 원리에 따라 순리대로 돌아가는 것이지 인간의 생각대로 움직여 주는 하수인이 아니다. 지각변동이 한 번 일어나면 수십만 명을 한꺼번에 떼죽음시킬 수도 있는 지진, 뉴욕과 같은 문명의 바벨탑같은 마천루 도시라도 한방에 날려 버려 쑥밭으로 만들 수 있는 해일, 자연환경의 파괴로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다 녹아 지구촌의 1/3 정도를 수장시킬 수 있는 대재앙 등등을 생각할진대 과연 인간이 대자연 앞에 까불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인간은 대 자연의 심벌인 산 앞에 겸손해야 한다. 만용을 부리다간 큰 코를 다치게 되어있다. 에베레스트나 극지 탐험같은 것은 직업상 프로들이 올라가는 산행이니 별도의 문제가 되겠지만, 뒷동산 정도나 올라가는 우리 같은 중생들이라 할지라도 산을 정복한다는 말을 절대로 사용해선 안 된다. 누가 누구를 정복한단 말인가. 소위 정복(Conquer)이라는 말은 완력으로 복종한다는 뜻인데 어디 산이 완력으로 복종될 것의 대상물이던가. 따지고 보면 이 말 자체가 가학적(masochistic)인 뉘앙스를 풍기는 식민주의적 발상이나 제국주의적 사고에서 나온 생각이 아니고 무엇이랴.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여 문명을 발전시켰다고 기고만장해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그 정복은 정복이 아니라 생태계나 환경을 무차별 파괴하는 자해행위가 아닌가. 오히려 그러한 무책임한 자해행위로 인해 조화를 잃은 자연에 의해 정복당하는 우스운 꼴을 우리는 현재 불을 보듯 목격하고 있지 않는가.

산은 모든 것을 실어주고 길러주며 숨겨주고 포용하는 어머니의 자궁이다. 우리의 선대 사람들은 산을 정복한다는 말은 차마 입에 담지조차 않았다. 등산한다는 말도 자주 쓰지 않았다. 산에 가는 것을 산에 들어가 산과 하나가 되는  의미인 입산(入山)이라는 말을 썼다. 산과 내가 합일되는 소위 산인합일(山人合一) 정신이 건재했던 것이다.

산은 정복하는 대상이 아니라 문명의 장난질에 지친 심신을 어루만져 보양하는 어머니의 품으로 보았던 것이다. 때로는 세상사 잘 풀리지 않는 문제를 고백하고 반성하며 소박한 치성을 드리는 종교적 흠숭의 대상으로서 아무리 작은 산이라도 그 산을 주관하는 산신령이 있다고 믿지 않았던가. 이렇게 경외하는 대상이 산일진대 어찌 감히 올라탄다는 의미인 '등산(climb)'이나, 꼼짝 못하게 한다는 의미인 '정복 '(conquer)이란 단어를 언감생심 사용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등산보다는 겸손한 의미로 쓰이는 산행이란 단어를 선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산행을 한다. 목적지인 그 산이 항상 저 멀리서 내게 나직하게 호령하는 소릴 듣는다 "까불지마" 하는 단 네 글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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