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아들이 군대 간다고 둥지를 떠나고
문 선생은 중첩된 설움을 곰 삭이며
외롭다는 말 대신
삼겹살 한 절음 불판에 그슬렸다
사방에 튀는 기름 파편을 손등이 접수하며
그렇게, 모르는 듯 타들어가고 있다
나무젓가락 사이 낑긴 고기가
숨이 붙어 더 살아갈 날을 깨우고 있다
참기름장에 발라 입에 넣고
떠난 가족을 씹어 그렇게 삼켜 버렸다
외로움은 콧날에 상큼하다는 말
겨자 한입 넣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혼미한 푸념을 담배 연기처럼 뱉어버리고
앉았던 의자도 괜히 털어 다시 자리 잡는 버릇
그나마 저 괜찮은 듯 내세우는 명분이다
국물은 우러나는 멋일까
그러므로, 마취된 자막이 불판 사이로 새 나오고
또 어떤 이의 칙칙한 드라마 한 편에서
삼겹살은 여전히 살 맛을 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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