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남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걷는 것은
흙과 바람과 도란 거리는
발길과 눈길의 속삭임입니다
생의 변두리를 겉도는듯
지루한 일상을 흔들어 깨워
낯 설은 듯 눈 크게 뜨게 하는
소생의 심호흡이지요
걸어 가노라면
치매처럼 증발된
지난 것들의 흔적들이 일깨워지고
걷는 길은 어느새
조금 앞선 내일과
어깨 부딪으며 콧노래 부릅니다
걸으면 매 걸음은
반복의 일상을 비질하듯 쓸어내고
물을 뿌린 후의 정갈한 내음 같은
한겨울 산사의 청아한 목탁소리처럼
마음을 울리는 나와의 매듭입니다
걸어 보세요.
걸으며 일으키는 작은 흙먼지는
고향 내음을 알아차리고
깊은 들숨 속에서
잊고 있던 고향 길 당나무처럼
마음속 심지에 불 켜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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