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시
그래
그 여름은 작열했을 뿐
장미 한 송이 피워내지 못했다
시뻘건 가시들만 앞다투어 속살을 뚫고 나왔다
입 벌린 독사의 송곳니
그랬다
부끄럽게도 그랬다
불거져 나오는 것들이 가증스러워 장미는 쫓기듯
사막으로 떠났다
시를 앓았고
손가락을 잘랐고
철철 흐르는 검붉은 오열
마중물인 양 탐닉했다
그랬다
파렴치하게도 그랬다
해 질 녘
가시투성이 지친 선인장을 만났고
사막에서 아스라이
수평선을 품었다
온몸에 가시를 꽂은 모래언덕 위의 선인장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직은
밤을 새워 사막을 견디는 선인장을 배우는 시간
알을 품은 바닷새처럼 침묵의 긴 엎드림을 배우는 시간
가시덤불 위에서
막 자라버린 가시를 어미의 가슴으로 덮는다
물기 말라버린 오래된 꽃병
그 여름의 가시 장미 한 송이
혼자서 그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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