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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사스의 교훈으로 본 메르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6-09 14:45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25)
MERS & SARS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병, 메르스(MERS-CoV)는 한인 사이에서도 걱정 거리다. 메르스 때문에 한국 방문 계획을 미뤘다는 얘기도 들리고, 메르스 환자의 캐나다 유입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받아봤다. 

메르스 환자의 캐나다 유입 가능성은 일단 안심해도 될 것 같다. 캐나다 보건부는 9일 현재 메르스에 의한 공공위험도는 “낮음(low)” 상태라고 밝혔다. 캐나다 국내에서 메르스 발병환자가 발견된 적은 없다.

캐나다에는 메르스와 유사한 치명적인 호흡기 질환인 사스(SARS)의 교훈이 있다. 지난 2003년 3월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사스의 병원 내 전염사태(nosocomial infection)를 겪었다.

토론토 병원 내 환자와 의료진 총 400명이 감염돼 44명이 숨져 치사율 11%를 기록했다. 캐나다의 치사율은 사스의 근원지였던 중국의 6.6%보다 더 높은 숫자다.

원인은 당국이 대응을 느슨하게 했고 격리가 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 3월 발병이 시작됐을 때 4월까지 토론토시내에서는 2만5000명이 자진 격리 상태에 들어갔다. 토론토 지역 여행 제한 주의보가 발령됐고 공항에서는 중국·홍콩 입국객의 체온을 면밀히 살폈다.

이 결과 4월 마지막 주에는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안심한 당국은, 특히 정치인들은 금방 일상을 찾고 싶어했고 대응 능력을 자랑하고자 했다. 여행 제한 주의보가 철회되고 자진 격리 독려도 느슨해지자 2차 유행이 5월 강타했다. 이른바 SAR2라고 언론이 명명한 사태가 발생하자 다시금 대응·격리가 강화됐다. 대응 강화 상태는 새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6월말까지 근 한 달간 이어졌다. 당국은 7월초에 사스와의 전쟁 끝을 조심스럽게 알렸다.

캐나다가 배운 사스의 교훈 중 하나는 대응방법이다. 일단 사스나 메르스같은 위험도 높은 병에 걸린 것으로 보이는 의심 환자가 발견되면, 24~48시간 이내 보건 당국이 환자 및 주변 친지를 대상으로 역학 조사에 착수하게 돼 있다. 조사 결과는 24시간 이내 환자의 증세·나이·성·이동·여행경로·확산가능성을 포함해 초동 보고서로 공공에 공개하게 돼 있다. 

정치인들도 사스의 경험으로 비전문가의 소신 발언을 남발하지 않는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던지 의학관련 전문 자격이 있는 보건 전문 공무원이나 의사들이 질병에 대해 브리핑하게 돼 있다. 결과적으로 역병가지고 소모적 정치 논쟁으로 기운을 빼는 현상은 캐나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한국은 이번 부실 대응으로 ‘의학강국’ 체면을 구기게 됐다.  캐나다 외무부의 여행 정보 자료에는 한국은 여전히 “일반적으로 매우 좋은(generally very good)”의료 시설을 갖춘 나라지만, 보건부의 메르스자료에서는 “2014년 이래 메르스 대규모 발병국 중 하나”로 사우디·UAE에 이어 한국이 올랐다. 한국 상황에 대해 캐나다 보건부는 9일자 자료 업데이트를 통해 “중동 4개국을 여행한 한국인 1명이 감염돼 친지와 같은 병실을 쓴 환자와 의료진에게 전염됐다”며 “중동 밖에서 병원내 전염으로는 (한국이)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한편 보건부 자료를 보면 알아두면 좋을만한 내용도 있다. 중동지역에서 메르스는 3·4월에 발병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 때쯤에 어린 낙타를 어미로부터 떼어놓는 데, 이 때 메르스에 감염된 낙타가 중동 지역에 퍼지면서 병이 유행한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메르스 발병자의 85%는 사우디왕국(KSA)에서 감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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