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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한인 가족의 비극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5-28 11:37

Family Feud

한 한인 부모가 있다. 이민 1세대인 부모는 캐나다땅에서 자녀에 대한 꿈을 품고 열심히 일했다. 아들도 부모의 뜻을 거역하지 않고 실로 열심히 공부했다. 온 가족이 캐나다 드림에 푹 빠져 열심히 뛰었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들에게 재산 일부를 물려줄 방법을 고심하다가 길게 보고 아들 명의로 집을 사기로 했다. 90년대초 모기지 규정은 지금처럼 까다롭지 않았고, 아들 명의로 집을 사는 일 역시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그 집을 렌트 놔서 집값도 갚고, 또 일부는 아들의 사회진출 종잣돈으로도 모아둘 요량이었다. 

그리고 아들도 부모의 기대에 맞춰 캐나다에서 손꼽히는 대학에 아주 유망한 학과에 진학했다. 이때까지가 아마도 이들 가족이 캐나다에 와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을 것이다.

먹구름이 하나 왔다. 아들은 공부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나 말 잘듣는 착한 아들이고 싶어 부모에게 차마 어렵다고 말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난다 한들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했고 결국 비구름이 왔다. 학교를 그만 두고, 좀 더 실용적인 공부를 하겠다고 결국 아들은 부모 앞에서 선언했다. 그간 부모 말을 하나도 거역하지 않던 착한 아들은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말로 아버지의 심화를 끓게 만들었다. 갈등에 익숙하지 않은 부자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고 깊어져서 결국 아들은 집을 나갔다. 부모와는 연락을 끊고 누이와 연락을 취했다. 

부부는 딸을 통해 아들 소식을 들으며, 열심히 일했다.  아들이 결혼했다는 소식에 이어 첫째 아이, 둘째 아이 출산 소식도 들렸지만 가족의 관계는 다시 회복되지 못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찾지 않았고, 아들은 아버지를 찾지 않았다. 

은퇴직전 부부의 삶은 순탄한 지점을 통과해 험로를 지나야 했다. 남은 재산은 많지 않았고, 그래서 아들 명의로 사 놓은 집에 들어가 노부부는 알콩달콩 생의 후반기를 보내기로 했다. 그렇게 살던 어느 날, 법원에서 벼락을 담은 통보가 왔다.

그 사이 집을 나간 아들은 그 역시 아버지처럼 가장의 굴레를 짊어지고 살았다. 그러나 그 가정의 반석은 단단하지 못해, 결국 깨져버렸다. 부부는 이혼 소송을 했다. 법원은 처에게 남편이  소유한 재산 일부를 분할해야 한다고 판결 했다. 그 분할 대상에는 아들 부모의 집이 들어갔다.

부부의 연이 끊긴 상태에서 아들의 전처는 빠른 분할을 요구했다.
졸지에 살던 집을 비워줘야 할 처지에 처한 아버지도 법에 호소했다. 집의 실소유주가 누구냐를 두고 재판이 이뤄졌다. 이 절차도 또 상처가 됐다. 집을 살 당시부터 아들이 집을 나간 사연, 연락하지 않았던 관계, 아들의 이혼 배경 등의 망가진 가족사를 법원에서 나누고 듣는 일은 가족 모두의 고통이었으리라.

법은 부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비록 부모가 아들의 명의로 모든 공과금을 지불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명의는, 그리고 집에 관한 각종 재산세 등에 납세자 명의는 아들이기 때문에 ‘법대로’ 집행 하란 판결이었다. 다만 문제가 된 집 처리에 여러 방법을 제시하고 기한에 말미를 조금 더 줬다.

판사는 판결문에 이런 얘기를 남겼다. “톨스토이는 행복한 가정은 거의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불행한 이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 말이 이번 재판에 딱 맞는 것 같아 저도 고민 많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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