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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산책] 코퀴할라 캐니언 주립공원- 오셀로 터널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7-12 14:14

Coquihalla Canyon Provincial Park- Othello Tunnels
만인이 안된다 해도, 해내는 사람이 있고, 결국 영웅으로 인정받게 된다.

호프 북쪽 25km떨어진 코퀴할라 캐니언 주립공원에 오셀로 터널들을 뚫은 앤드루 맥컬로크(McCulloch)란 사람 얘기다.

그는 1910년에 캐나다퍼시픽레일웨이(Canadian Pacific Rail)의 지선으로 530km에 달하는 케틀벨리레일웨이(Kettle Valley Railway, 약자 KVR) 놓을 때 책임자로 험한 산 사이 계곡에 터널을 뚫겠다는 계획을 밀어붙였다. '여기는 공사해서 안될 곳'이라는 엔지니어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나서서 해냈고, 터널에 자기가 좋아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고른 등장인물 '오셀로'의 이름을 떡하니 붙였다.

맥컬로크는 KVR에 줄리엣, 로미오, 리어, 포르티아라는 역이름을 붙여 자신의 셰익스피어 취향을 과시했다. 셰익스피어 광팬이 밀어붙인 공사 덕분에 현재 사람들은 화강암 절벽과 전나무가 어우러진 계곡과 급류를 감상할 기회가 생긴 셈이다.



맥컬로크는 온타리오주의 가난한 집 출신으로, 철도를 놓을 때 빽빽한 나무 숲을 베는 나무꾼으로 일을 시작해, 철도 공사 전문가로 성장한 사람이었다. KVR착공 당시 맥컬로크는 마흔여섯살. 공사에는 6년이 걸렸는데, 그가 오셀로터널을 지을 때 반대를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는 현장 경험을 토대로 난공사 구간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는 실력 때문이다. 완공후 KVR은 '매컬로크의 불가사이(Maculloch's Wonder)'라는 별칭으로 불렸고, 그는 노선 총감독으로 철로 상태를 점검하며 은퇴할 때까지 일했다.

맥컬로크를 발탁한 사람은 열혈 애국자로 캐나다 전국 어디든 열차로 연결해 캐나다의 주권을 지키겠다는 토마스 샤네시(Shaughnessy) CPR사장이다. 1900년대 초반 BC주 쿠트니 지역에서 은과 동이 발견되자, 미국은 발 빠르게 워싱턴주에서 쿠트니로 연결하는 철도 건설에 나섰다. 이런 상황이 거슬린 샤네시 사장은 리처드 맥브라이드(McBride) BC주수상을 설득해 기존의 CPR을 연결하는 지선 KVR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어디서 두 사람의 이름을 들어봤다면 밴쿠버 주민이 맞다. 둘 다 동네와 학교, 길 이름으로 남아있다.



현재의 오셀로 터널로 간 기자 가족의 피서는 반은 실패였다. 초반의 터널은 시원했지만, 기대만큼 더위가 싹 가시지는 않았다. 계곡의 물소리와 거친 흐름이 좋고, 가끔 불어든 바람도 좋기는 했다.
어두운 터널에 플래시 빛을 비추며 가면, 약간의 모험 기분은 몇 번째와도 여전하다.

주차장에서 쉬어가며 놀아가며 왕복 1시간이면 터널을 다 통과한다. 완공 당시에는 5개, 현재는 3·4호가 하나로 이어져 4개로 준 터널을 모두 지나면 예전에는 산사태로 막혀있던 길이 열려있다. 오셀로 터널의 정식 이름은 Othello Quintette Tunnels인데, '5중'을 뜻하는 Quintette가 이름 속에 있는데도 터널이 4개 밖에 없어 가끔 사람들이 갸우뚱할 때가 있다. 4개의 터널을 나와 숲으로 향하면 코퀴할라 강을 왼쪽에 두고 호프 방면으로 가는 길이 나오지만, 매력도 없고, 도전자도 별로 없다.



무엇인가 구워먹겠다면 이곳은 적당한 곳이 아니다. 도시락 먹을 곳도 많지 않다. 주차장은 항상 차로 붐빈다. 딱 이곳만 보고 가기 아쉽다면 밴쿠버를 향해 가는 길에 브라이달 베일 폭포(Bridal Veil Falls) 주립공원을 권한다. 물흐르는 곳에 탁자가 마련돼 있어 식사하기 좋지만, 단 주말에는 사람도 모기도 많으니 주의.


오셀로 터널의 역사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승리를 증언하지는 않는다. 1915년 완공된 철로 주변에는 낙석과 산사태가 빈번했다. 결국 1959년 산사태가 크게 나면서 철로를 사용할 수 없게 되고, 1961년 철로를 포기한다.

코퀴할라 캐니언이 주립공원이 된 시기는 1980년대다. 100여명 노무자의 희생 끝에 호프에서 오카나간 지역을 연결했던 철로 대부분 구간은 산책로나 산길로 변해있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촌평: 주말 호프 일대 드라이브 중 오후 일정에 넣을만한 곳.

주의: 편안한 신발에 손전등은 안전과 재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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