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나 이제 진짜 한국사람 우리 잘 살아봅시다잉~”

권승준 기자 virt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3-22 09:37

금발에 벽안(碧眼)인 한 남자가 만세를 외치듯 두 팔로 태극기를 펼쳐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겉모습은 영락없는 외국인이지만 그의 입에서는 연방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나는 이제 진짜 한국사람이오. 무지하게 기쁜게 우리 함께 잘 살아봅시다잉!"

사방에서 웃음과 함께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4대(代)가 117년 동안 변치 않는 '한국 사랑'을 이어온 미국인 집안에서 마침내 첫 '한국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인요한(53) 박사가 권재진 법무장관으로부터 대한민국 국적 증서를 받고, 태극기를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인요한 박사는 4대에 걸쳐 우리나라의 교육, 복지 등 사회발전에 공헌한 미국 기독교선교사 집안의 후손이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연세대 세브란스 국제진료센터 인요한(53·미국명 존 린튼) 소장. 그는 21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한국 국적을 받았다. 좁은 골목도 다닐 수 있는 '한국형 구급차'를 개발하고, 대북 지원사업에 헌신하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귀화자로 선정된 것이다.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 국적을 허용한다"는 국적법에 따라 선대(先代)의 공로로 후손들이 특별귀화 허가를 받은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공로로 특별귀화자가 된 것은 인 소장이 처음이다.

실제로 그의 가계(家系)는 선교·독립운동·교육·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 세기가 넘도록 한국을 위해 피와 땀을 흘린 기록으로 가득하다. 첫 인연은 1895년 인 소장의 외증조부인 유진 벨(Bell·한국명 배유지) 선교사가 한국 땅에 발을 디디면서 시작됐다. 벨 선교사는 '전남 지역 선교의 아버지'라 불릴 정도로 활발한 선교활동을 했다. 그의 사위인 윌리엄 린튼(Linton·한국명 인돈)은 독립운동에 뛰어들어 일제강점기 때 신사참배 거부 등 항일운동을 주도했고, 이후 한남대학을 설립했다.

인 소장의 아버지 휴 린튼(한국명 인휴)은 말 그대로 이 땅에서 피를 흘리고 뼈를 묻었다. 한국전쟁 당시 군인으로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고, 1984년 농촌 선교 사업 도중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무덤은 전남 순천에 있다. 인 소장이 한국형 구급차를 개발하게 된 계기가 바로 아버지의 죽음이었다. 휴 린튼은 적정한 응급조치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택시로 병원에 옮겨지던 중 숨을 거뒀기 때문이다. 인 소장은 "농촌의 좁은 길까지 올 수 있는 구급차만 있었어도 아버지는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1993년 미니버스를 개조해 좁은 길에서도 쉽게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된 한국형 앰뷸런스를 만들었다.

1996년 어머니 로이스 린튼(한국명 인애자) 역시 40년 동안 의료봉사의 공을 인정받아 호암상을 받은 뒤, 상금 5000만원을 아들에게 쥐여줬다. 그러면서 "구급차 하나를 북한에 기증해 달라"고 했다. 이듬해 인 소장은 선교활동을 하는 형 스티븐 린튼(한국명 인세반)이 운영하는 유진 벨 재단의 도움을 받아 북한을 방문했다. 이후 형제는 북한에 결핵약품과 의료장비를 무상 지원하여 북한 결핵퇴치사업을 전개하는 등 봉사활동을 펼쳤다.

인 소장은 그동안 몇 번이나 귀화하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어머니가 반대했다. "어머니는 (미국에 대한) 애국심이 워낙 강해 내 귀화를 반대하셨어요. 너무 속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죠."

인 소장은 이번 특별귀화허가를 받으면서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을 통해 미국시민권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어머니를 안심시키면서 진짜 한국사람이 된 것이다. "나는 전라도 전주에서 태어나 계속 한국에서 자란 토종 한국인이라오. 항상 한국에 살면서도 10% 부족한 마음이었는데 이젠 특별귀화 제도 통해서 100% 한국 사람이 됐응게 아주 기뻐요. 나는 어차피 여기서 뼈를 묻을 거니까. 이제 마음이 더 편하니까 오늘부터 더 다리 쭉 뻗고 잘라고."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세계 최대 음악축제 美 SXSW ´K팝 나이트아웃´ 현장 가보니마마무·자이언티·피해의식 등 힙합부터 록·전자음악까지 망라1500명 수용… 공연장 규모 커져 “침체된 세계 음악시장의 새...
끊임없이 진화하는 K팝
NYT “아이돌 음악 美서 시작됐지만 한국이 완성”유튜브 영상에 익숙한 10代들 K팝 칼群舞·화려한 패션에 매료K팝을 많이 듣는 사람일수록 한국을 선진국이라고 생각“남는 표...
소속사 JYP 불매운동까지 번져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일 때문에 중국 활동을 중단한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본명 저우쯔위·周子瑜·16)가 휴대폰 온라인 광고에서도 밀려났다.15일 LG유플러스는 쯔위가...
한식 메뉴 외국어 표기 길라잡이
[한국] 식당 메뉴판에 영어로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고 치자. ‘Six times’. 보통 수준의 영어 실력과 상식적 사고를 하는 한국인이라면 어떤 음식을 가리키는 말인지 모르는 게 정상이다....
아파트 관리소 서기·축구스타 아버지·구두닦이·중졸 주부·중국집 주방장… 그들이 고교 졸업장 받던 날[남인천고교 성인반 졸업식]축구스타 김남일 부친 - 돈버느라 아들 경기 제대로 못봐, 초등학교 졸업 恨 이제야 풀어간암 수술 받고도 수석졸업 - 공부...
[다시, 가족이다] 재기하는 이승록씨네사업 실패와 재기 - 사업 망하자 지인들은 모른체폐렴으로 응급실 실려가기도… "의지할수 있는건 오직 가족뿐"의연한 아내 - "이번일 넘기면 잘될 거야… 내 패물도 팔아 돈 보태자" 흔들리지 않고 용기 북돋아줘美 유학...
[다시, 가족이다] 정읍 '떡수리 오형제'각자 생업 접고 힘합쳐 떡가게… 형제가 돌아가며 어머니 모셔데면데면하던 사촌들 11명도 가게 일 거들면서 친해져"둘째야, 어머니가 치매에...
[고종석 부모·누나 인터뷰… 무엇이 그를 초등생 성폭행범으로 만들었나]어린시절 - 동네서 제일 가난한 집… 소문난 문제아, 도둑질 잦아… 꾸짖으면 욕하며 대들어초등6학년 - 부탄가스 마시고 선배들과 성인비디오 봐中2 중퇴 - 15세 때부터 공장 전전하며 객지...
지난 1일 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출신 제프 번디(Bundy·24)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유흥가 한복판에서 맥주병을 들고 만취한 모습으로 비틀거리고 있었다. 일행인 미국인 2명의 상태도 비슷했다. 번디는 "미국에서는 이렇게 길거리에서 병을 들고 술 마시면...
금발에 벽안(碧眼)인 한 남자가 만세를 외치듯 두 팔로 태극기를 펼쳐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겉모습은 영락없는 외국인이지만 그의 입에서는 연방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나는 이제 진짜 한국사람이오. 무지하게 기쁜게 우리 함께 잘...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캐나다에서 대마초를 구입, 국내로 밀반입해 어학원 원어민 강사 등에게 판매한 혐의로 힙합 가수 함모(34)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로부터 대마초를 구입한 서울 A 대학 교수 J(36·미국인)씨 등 31명도 함께...
국과수 혐의 못찾아… 거짓말탐지기 조사 직전 출국
3년 전 한국인 여자친구를 살해했다며 지난 17일 경찰에 자수한 캐나다인 S(38)씨는 사건 당시엔 물증과 목격자가 없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해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사건 당일인 2009년 3월 23일 오후 8시쯤 S씨는 대학 2학년생인 여자친구 김모(당시 21세)씨와 저녁을...
"화염이 치솟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에는 오직 K-9 자주포를 쏴야 한다는 생각 밖엔 없었습니다."임준영(22)씨는 1년 전인 지난해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을 이렇게...
시민들이나 전문가들은 20~40세대의 84%가 시중에 떠도는 괴담 중 한 가지 이상을 믿고 있다는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의 여론조사 보도를 본 뒤, "진실되지 않은 정보에 우리 사회가 이 정도로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황당하다"고 했다.김형오 전...
만삭부인 사망사건 1심, 의사 남편에 20년형 선고"이상자세에 의한 질식사 폴라넨 박사 주장은 이번 사건엔 안맞아… 피고인, 변명으로 일관" 만삭 부인을 목 졸라 살해한 의사가 구속 기소되면서 외국 유명 법의학자가 변론에 나서는 등 치열한 법정 공방을...
20代 경리 회사돈 16억 횡령… 명품 쇼핑, 호스트바에 펑펑감당 못한 회사 결국 부도회사돈 16억원을 빼돌려 1억원대의 피부 성형과 명품 쇼핑을 즐기면서 회원제 호스트바에 다니는 생활을 하던 20대 여성 회사원이 경찰에 붙잡혔다.서울 광진경찰서는 25일 인터넷...
아시안컵 축구 결승행 티켓을 놓고 일본과 격돌한 한국은 1-2로 뒤지는 상황에서 연장 종료 1분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면서 승부차기에 돌입했지만, 키커로 나선 3명의 선수가 모두...
‘피겨여왕’ 김연아가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의 결별을 두고 트위터에 이어 미니홈피에서도 "더는 지켜보고만 있기에는 너무 답답하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두 사람의 결별 원인을 두고 오서 코치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고 당혹스럽다"고 밝힌 것에 대해...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