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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시절 꿈을 쫓아 스물 아홉에 선택한 배우의 길”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10-07 16:31

영화 ‘에일리언 비키니’ 배우 홍영근

“어렸을 때, 홍콩 영화에 열광했어요. 영화 속 배우들은 제 우상이었죠. 그때부터 ‘나도 연기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왔어요. 성인이 된 후에는 연기가 선택 받은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꿈을 접어둔 채 20대를 보냈어요. 공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트럭도 운전해보고, 야간 업소에서도 일했죠.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원하는 일은 이게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스물 아홉에 결정했죠. 하고싶었던 연기를 하자고”

 

배우 홍영근(34·사진). 그의 연기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 동안 ‘그림자 살인’, ‘마이웨이’, ‘고지전’, ‘의형제’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흥행작들에 출연했지만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자신이 주인공을 맡은 영화 ‘에일리언 비키니(Invasion of Alien Bikini·감독 오영두)’가 화제를 몰고 온 후였다.

 

“에일리언 비키니는 자칭 도시 지킴이 영건(홍영근)이 도시를 배회하다 곤경에 빠진 여성 하모니카(하은정)를 구하게 되는데, 그 여자가 종족번식을 위해 지구를 찾은 외계인이라는 설정의 영화에요. 순결한 정자를 얻기 위해 지구에 온 하모니카와 순결 서약을 맺어 정자를 내줄 수 없는 영건의 육탄전이 코믹하게 그려진 작품입니다”

 

총 제작비 500만원. 저예산 영화중에서도 저예산 영화인 에일리언 비키니는 일본에서 열리는 제21회 유바리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후 세계 각지의 주요 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며 이번 밴쿠버 국제영화제(VIFF)에서도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더 이상 영화 소재에 대해 신선함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저희만의 소재로 뒤집어 엎고 계속되는 상황 전환이 높은 점수를 받지 않았나 생각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영화가 무척 엉뚱해요. 이랬다 저랬다 여기서 터지고 저기서 터지고. 황당할 정도죠. 영화라는 것이 모두 입장차이가 있잖아요? 호불호는 많이 갈리는 편이에요. 초반의 신선함이 마지막에는 조금 무거워 지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이번 영화의 출연 동기를 묻자 에일리언 비키니를 연출한 오영두 감독의 인연을 먼저 소개했다.

 

“오영두 감독님과는 군대에서 처음 만났어요. 오 감독님이 군대 1년 고참이셨거든요? 아버지와 아들 관계죠(웃음) 그때부터 인연이 이어져서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도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그러다 이번 영화의 주인공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오셨어요. 저야 주인공이라는 말에 오케이 했죠. 이번 영화도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죠”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람과 함께 만드는 영화. 그 속에 즐거움도 많았다. 홍영근은 이번 영화에 순면 런닝 셔츠와 사각팬티 단벌로 촬영에 임했다.

 

“촬영 자체가 드라마였어요. 주인공 2명이 영화 내내 속옷 차림으로 연기를 해야 했거든요. 여배우의 노출 연기 부담도 덜어주고, 덥기도 해서 배우와 스태프 모두 속옷 차림으로 영화를 촬영했어요.(웃음) 정말 쉽지 않았어요. 여배우를 덮치는 장면이 많았거든요. 5년 동안 알고 지내오던 친한 동생이라 부담이 더 컸었어요. 또 초저예산 영화잖아요? 그래서 표현의 한계에 부딪힐 때도 많았어요. 예를 들어 자동차가 폭발하는 장면 있다고 하면 버려진 타이어를 가져와서 위로 던졌어요. 그리고 주변엔 불을 놓고… 자동차가 폭발하는 장면은 관객의 상상 속에 맡기는 거죠. 컴퓨터 그래픽(CG)으로 처리하면 좋지만 역시 돈이 드니까”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홍영근은 이미 다음 영화 작업에 한창이라고 소개했다. 에일리언 비키니 만큼 충격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차기작의 장르는 SF·추리물이다.

 

“지난번 유바리 국제판타스틱영화제 대상과 함께 받은 상금이 있어요. 영화제 측에서도 영화제작에 필요한 지원을 하기로 했고요. 또 탐정 영화의 대가 하야시 가이조 감독의 개인적인 지원금을 합쳐 영화를 준비 중이에요. 영화 제목은 ‘영건 인 더 타임’ SF·추리물입니다. 제가 주인공이죠(웃음) 영화는 내년 유바리 국제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공개될 예정이에요”

 

글·사진=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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